기후변화로 지구 온도는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2025년에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지난해 1월~8월 ,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42℃ 높았습니다. 우리가 마지노선으로 잡은 1.5℃에 근접했습니다. 심지어 2024년은 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5±0.13℃로 이미 1.5℃를 넘어선 해였습니다.
(1월~8월까지 전 지구 평균기온 편차, 1850~1900 평균 대비)
전 지구 온도 상승의 경향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연 평균기온은 13.7℃로 2024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지난해만의 일이 아닙니다. 최근 3년이 역대 1~3위를 모두 가져갔습니다.
온난화에 직접적인 원인을 주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보면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1750년 대기 중 농도가 278ppm이던 이산화탄소는 2024년엔 423.9ppm으로 53%나 증가했습니다. 증가세도 가파릅니다. 2023년~2024년 사이 이산화탄소 농도는 3.5ppm 증가했는데 역대 가장 큰 증가 폭입니다. 참고로 이산화탄소 농도는 세계기상기구(WMO)가 매년 가을 온실가스 연보(Greenhouse Gas Bulletin)를 통해 발표하기 때문에 2025년 확정 자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기온이 이렇게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오르지 않거나 심지어 떨어지는 지역이 있습니다. 아래는 지난 100년간 전 세계 해수면 온도 평균편차입니다.
대부분 지역에서 수온이 오르는 경향을 보였지만, 북대서양 한가운데는 오히려 수온이 감소했습니다. 이곳은 'Warming hole' 혹은 'Cold blob'으로 불리는 지역으로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닷물 가운데에서 수온이 낮은 곳을 의미합니다. 일부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이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로 언급하던 곳이기도 합니다. 지구는 분명 뜨거워지고 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열·염분 배달부, 북대서양 자오순환워밍홀(Warming hole)을 설명하기 전에 북대서양 자오순환(AMOC, 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워밍홀을 만드는 순환이기 때문입니다.
지구는 대기와 해양을 통해 열을 적절하게 분배합니다. 적도는 열이 많이 쌓이기 때문에 열은 해양과 대기를 통해 극 지역으로 이동합니다. 대기 대순환과 해양 순환이 생기는 원인이자 존재 이유죠. 북대서양 순환 역시 적도 쪽에 쌓인 열과 염분을 극 지역으로 수송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뜻한 물이 북쪽으로 이동하면 차가워져 가라앉고 다시 심층 순환을 통해 저위도로 이동하는 대규모 해수 순환입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이 순환이 점차 둔화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적도에서 북상한 해수는 극 지역에선 점점 차가워지며 심해로 가라앉아야 합니다. 그 힘으로 적도와 극 지역을 아우르는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 같은 순환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온난화로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극 지역 주변의 빙상(ice sheet)*과 해빙이 녹게 되고 그 지역 해수에 염분이 거의 없는 담수(freshwater)**가 유입되게 됩니다. 이럴 경우, 해당 지역의 해수 염분 농도는 낮아지고 그 결과, 밀도가 낮아져 심층으로 가라앉는 힘이 약해지는 겁니다. 즉 온난화로 인해 순환이 약해지고 극 지역에 전달되는 열과 에너지도 적어지는 겁니다. 워밍홀과 같이 오히려 수온이 떨어지는 지역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앞서 담수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육빙과 해빙을 모두 언급했는데요. 애초 눈이 쌓여 만들어진 육빙은 그렇다 하더라도 바닷물이 얼어 형성된 해빙은 담수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해빙은 분명 바닷물이 얼어 생긴 얼음 덩어리이긴 합니다만, 바닷물이 얼면서 상당량의 소금 입자가 배출되게 됩니다. 물의 분자 수준에서 수소결합***으로 매우 견고한 구조를 가집니다. 이런 3차원 격자 구조에 Na+ 혹은 Cl- 같은 소금 입자가 들어가기 힘듭니다. 이렇게 바닷물이 얼면서 소금이 배출되는 현상을 염분 배제(brine rejection)라고 부릅니다. 해빙이 오래되고 견고해질수록 담수에 점점 가까워지기 때문에 해빙 역시 북대서양 순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겁니다.
*빙상(ice sheet) : 육빙 중 하나로 눈이 쌓이고 압축돼서 만들어진 면적 5만 제곱킬로미터 이상의 얼음 덩어리
**담수: 0.5 PSU 이하, 바닷물: 약 35 PSU
***수소결합 : 분자 사이 작용하는 비교적 강한 인력, 물 분자들을 단단히 묶어주는 힘
북대서양 순환의 미래는?최근 서울대학교 국종성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탄소중립이 늦어질 경우 북대서양 순환이 아예 멈춰버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두고 탄소중립 이후 북대서양 순환이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살폈습니다. 그 결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1,000ppm을 넘어선 뒤 탄소중립을 한 실험에선 멈춰버린 북대서양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 그림에서 두 번째 그림을 보면 북대서양 순환 세기(AMOC strength)가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고 계속 우하향하는 결과 데이터가 보입니다.)
연구를 진행한 서울대학교 국종성 교수는 북대서양 순환의 임계점이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가까이 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임계점은 기후 티핑 포인트, 즉 기후 시스템이 다른 시스템으로 급진적으로 변하면서 되돌리기 어려운 지점을 뜻합니다. 이번 연구에선 탄소 중립을 이번 세기 말에 달성했을 때 임계점을 넘길 것으로 나타났지만, 최근 연구들은 점점 더 그 시기를 앞당겨 예측하고 있습니다. 2070년 즈음에도 충분히 이런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연구진은 경고합니다.
북대서양 순환 무너지면?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북대서양 자오순환은 적도의 열과 에너지를 극 지역으로 수송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수송 열차가 멈추게 되면 북반구엔 기온과 수온이 극단적으로 떨어질 수 있게 됩니다. 영화라서 과장된 부분이 많지만 '투모로우'에 등장한 기후 재앙을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영화 '투모로우' 中)
실제 고기후 분석에 따르면, 과거에 발생한 갑작스러운 전 지구적 기후변화 사례들이 대서양 순환의 급격한 변화와 관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또 해양 순환이 임계점이 다다르면 시스템 안정성이 급격히 낮아지며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거대한 순환의 결과가 바뀔 수 있게 됩니다. 여러 가지 작은 변화들이 있겠지만, 연구진에 따르면 그린란드 남쪽 해역에서 지속적으로 고기압이 발생하면 이런 붕괴가 가속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외부의 탄소 농도가 아니라 내부의 작은 변화들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거죠. 인류가 잡은 2050 탄소중립, 한 발짝도 미룰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참고문헌>
Ji-Hoon Oh & Jong-Seong Kug et al., "Noise-induced tipping of 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under climate mitigation scenarios", Nature Communications(2025) 16, 11515, doi.org/10.1038/s41467-025-66494-1
Peter Ditlevsen & Susanne Ditlevsen, "Warning of a forthcoming collapse of the 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Nature Communications(2023) 14, 4254 (2023), doi.org/10.1038/s41467-023-39810-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