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 장기화 경로 밟나…복합 경제대응에도 'S의 공포'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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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원이 촬영한 중동 사태 현장

중동 전쟁이 한 달간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에도 암운이 드리우는 모습입니다.

유가 고공행진 속에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고(高)' 악재가 지속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정부는 25조 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과 청와대 비상경제상황실로 복합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효과가 제한될 가능성이 큽니다.

오늘(26일)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유가는 전황에 따라 배럴당 100달러를 전후로 요동치는 모습입니다.

브렌트유 배럴당 선물 가격(종가 기준)은 지난해 12월 50달러 후반대였지만, 지난달 28일 전쟁 발발 후 수직으로 상승했습니다.

지난 13일 103.14달러로 100달러를 넘어선 뒤, 20일 112.19달러까지 찍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급진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23일 99.94달러까지 떨어졌지만, 협상 불확실성이 부상하며 104.49달러로 다시 1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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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해야 하므로, 고유가는 경제 전방위적으로 충격을 주는 악재입니다.

원/달러 환율은 '천장'으로 여겨졌던 1,500원이 뚫린 상태입니다.

지난 23일 주간 거래 종가는 1,517.3원으로, 2009년 3월 9일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고유가와 고환율은 일정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밀어올리게 됩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월(122.56)보다 0.6% 높은 123.25(2020년 수준 100)로 집계됐습니다.

아직 전쟁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는데도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연속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가데이터처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달 2.0% 상승에 그쳤지만,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가격 상승으로 오름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리터(ℓ)당 2천 원에 육박했던 기름값은 지난 13일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라 떨어지는 흐름이지만, 체감은 제한적입니다.

중동 전쟁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우려는 금리 상승을 부추기는 모양새입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통화 긴축을 시사하는 매파적 메시지를 내고 있습니다.

한은은 일단 내달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다만 신현송 한국은행 차기 총재 후보자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성향이라는 평가에 따라 하반기 인상 가능성도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 금리는 한발 앞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23일 연 3.617%를 기록했습니다.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달 27일 3.041%에 비해 57.6bp(1bp=0.01%포인트)나 올랐습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 고공행진·불확실성 고조에서 촉발된 고물가·고환율·고금리 흐름은 회복세에 접어들던 한국 경제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습니다.

고금리는 이자 부담 확대로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동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무리하게 대출받은 '영끌·빚투'족이나 자금 여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부터 쓰러질 수 있습니다.

수출 호조세를 견인하는 반도체도 영향권에 들 수 있습니다.

물류 차질에 따라 운임 비용 급등, 에너지 비용 급증으로 수익성이 약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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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라 수요 측면에서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올해 2.0% 성장을 전망한 정부도 하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자체 진단을 내놨습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20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서 중동 상황을 언급하며 8개월 만에 '경기 하방 위험'이라는 취지의 표현을 썼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개전 초반인 지난 12일 "중동 전쟁이 물가·소비·건설·설비투자 등에 고루 악영향을 미치며 경기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민간 연구소는 하락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

55%포인트(p)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NH금융연구소는 전쟁이 3개월 지속되면 성장률은 0.3%p 낮아지고, 1년간 지속될 경우 올해 연간 성장률이 0%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정부는 25조 원 규모로 편성되는 추경으로 경기침체 우려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중동 전쟁의 충격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전시 추경' 편성과 처리는 빠를수록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며 신속한 처리를 강조했습니다.

오는 31일 국무회의 의결이 목표입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현금으로 주는 것보다는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해야 골목상권에 돈이 빨리 돌고 경기 순환에 도움이 된다"며 지역화폐를 이용한 민생지원금 지급 방안을 시사했습니다.

전날 취임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공급망 안정을 위한 품목 확보, 석유 비축 등 (공급망) 경로를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이 담겨야 한다"며 "'쉬었음' 청년을 포함해서 효과적인 보강책이 나와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청와대 내 비상경제상황실을 운영하며 전쟁 장기화에 순발력 있는 대응 체계를 가동키로 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이끄는 거시경제·물가대응반은 거시지표 점검과 물가안정 조치를 맡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반장을 맡은 금융안정반은 금융시장 변동성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시장 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책을 준비합니다.

관건은 전쟁의 장기화 여부입니다.

전쟁이 수 개월 이어진다면, 정부의 복합대응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접어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고유가가 수입 물가를 밀어 올리는 상황에서 고환율과 시장금리 상승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는 물가와 성장, 금융비용이 동시에 압박받는 국면으로 가고 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가장 큰 문제는 정책 대응에 있어 손발이 묶인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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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를 올린다면 물가를 잡을 수 있지만, 이미 침체인 경기는 더욱 침체합니다.

금리를 내리면 경기는 살아날 수 있지만, 물가는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연세대 경제학부 김정식 명예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관해 "원가 상승으로 물가가 높아지고 경기도 침체되기 때문에 국민이 살기가 굉장히 어려워진다"며 "무엇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현재 추경 외에는 거시경제 정책에서 쓸만한 방법이 없다"며 "이번 추경은 규모를 상대적으로 작게 해 재정 여력을 확보하고, 전쟁이 장기화하면 하반기 정도에 2차 추경을 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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