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금 시장이 '전쟁 중 가격 상승'이라는 전통적인 공식을 깨고 무서운 속도로 얼어붙고 있습니다.
오늘(24일) 국제 금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4,300달러 선까지 밀려나며, 불과 보름 만에 13% 넘게 급락했습니다.
올해 초 5,600달러를 돌파하며 기세를 올리던 모습과는 딴판입니다.
국내 금값 역시 한 돈에 110만 원을 찍었던 고점에서 내려와 현재는 80만 원대 후반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도 금값이 추락하는 결정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로 유가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폭등하자, 시장은 이를 단순한 '단기적 위기'가 아닌 '인플레이션 신호'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입니다.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더 높게, 더 오래 유지할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된 겁니다.
금은 보유해도 이자가 붙지 않는 자산인 만큼, 고금리와 강달러 현상이 고착화되면, 투자자들은 금을 팔고 이자를 많이 주는 채권이나 달러로 옮겨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금 ETF에서는 3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가며 유동성 확보를 위한 '패닉 셀'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류 차질과 투자자들의 현금화 수요도 하락을 부추겼습니다.
금 유통 거점인 두바이의 항공 운송이 막히면서 운송비와 보험료가 치솟았고, 거래업자들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금을 처분하는 상황입니다.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로 금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투자자도 늘었습니다.
전망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 공급 불안 심리가 다시 금값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반면, 연준이 금리 인하 시그널을 내놓지 않는 한 고금리 부담이 금값 반등을 억누를 것이라는 시각도 상당합니다.
(취재 : 이현영, 영상편집 : 서병욱,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