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고위 간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총비서에게 충성심을 보여주는 일일것입니다.
최근 승진 발탁된 노동당의 최고위급 인사가 내복 바람으로 북한 매체에 포착됐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인지 김아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난 14일, 북한 식수절을 맞아 러시아 파병군 유족들의 거주단지인 평양 샛별거리에서 열린 나무심기 행사.
김정은 옆에서 분주히 나무를 옮기는 한 남성, 겉옷은 훌러덩 벗어던졌는지 살구색 내복 차림입니다.
흐뭇한 듯 지켜보는 김정은과 딸 김주애 앞에서 쭈그려 앉은 채 흙을 다지기도 합니다.
내복 투혼을 발휘한 이 사람은 선전선동을 총괄하는 리일환 당 비서입니다.
최근 당 대회를 통해 김정은 외 네 사람만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정치국 상무위원이라는 최고위직에도 발탁됐습니다.
파병군 유족 거주지 조성에 김정은이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누구보다 작업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충성심을 보여주려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안찬일/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 김정은 앞에서 이제 좀 과잉 충성하는, 말하자면 결기라고 할까 그런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리일환은 지난해 1월 신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이후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가 12월에서야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근신 성격인지 건강상의 이유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김정은에게 존재감을 드러낼 이유는 상당히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최측근으로 평가받던 조용원 당 상무위원도 이런 투혼을 보인 적이 있습니다.
2023년 8월 김정은이 태풍 피해 복구 상황을 살펴보려 강원도 안변군 농장을 시찰했을 당시 양말 차림으로 수행한 모습입니다.
양말을 신은 채 논에 들어갔다 왔는지 양복바지도 진흙에 젖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김정은 말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무리 고위 간부라고 해도 최고지도자 눈 밖에 났다가는 버럭 하는 김정은의 불호령을 피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조선중앙TV (지난해 1월 27일) : 지도 간부로서의 초보적인 자격도 없는 썩어빠진 무리, 방자한 오합지졸의 무리들이라는 것을….]
숙청뿐 아니라 자칫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려울 수 있는 만큼 북한 간부들의 보여주기식 충성 행태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