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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마치 연인처럼' 여직원 합성했는데…황당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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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의 한 구청 간부가 자신의 SNS 프로필에 이런 사진을 올렸습니다. 건장한 남성의 몸에는 자신의 얼굴을, 그 옆에 다정하게 서 있는 여성의 몸에는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동료 여직원의 얼굴을 AI로 합성해 넣었습니다. 피해 여성은 극심한 성적 수치심을 느껴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성범죄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이 간부는 다시 일하고 있습니다.

안희재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구로구청 공무원 A 씨는 지난해 11월 같은 과 상사인 간부 B 씨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들을 보고 눈을 의심했습니다.

달라붙는 민소매 차림에 B 씨를 끌어안고 있는 여성이, 자신과 똑 닮았기 때문입니다.

어깨에 손을 올린 채 B 씨를 바라보는 또 다른 사진, A 씨 이름에서 따온 듯한 영어 문구까지, 사이 좋은 연인처럼 보이는 사진 여러 장이 게시돼 있었습니다.

모두 구청 내부 조직도에서 A 씨 사진을 내려받아 생성형 AI로 만든 합성물입니다.

자신의 동의 없이 성적 수치심이 들게 하는 가짜 사진을 만들어 누구나 볼 수 있는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린 거라 며칠을 고심한 A 씨는 B 씨를 성폭력처벌법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A 씨/피해 공무원 : '도대체 뭐지?' 연인 관계인 것처럼 묘사된 사진이 올라가 있으니까, 형용할 수 없는 그런 수치심, 모욕감이 (밀려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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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3주 만에 나온 경찰 판단은 '혐의없음', 노출이 그리 과하지 않고, 성적 행위로 해석될 모습이 안 보인다는 이유였습니다.

[A 씨/피해 공무원 : (경찰은) 앵무새처럼 '자기들은 판례에 따를 뿐이다',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중요 부위만 안 보이면 되는구나'….]

[이은심/변호사 : 성관계나 나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해자 입장에선 사실 충분히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사안이거든요.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이기 때문에….]

경찰은 다만 명예훼손 혐의는 인정했는데, 검찰은 그마저도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며 돌려보냈습니다.

성범죄 혐의를 벗은 B 씨는 직위해제 한 달 만에 복직해 주민센터로 배치됐습니다.

구청 차원의 내부 감사도, 징계도 없었습니다.

좁은 공직사회에서, 고통은 오롯이 피해자의 몫이었습니다.

[A 씨/피해 공무원 :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로 낙인 찍힌 것 같아서 조심스럽고. 항상 불안한 마음이 있어요, 또 마주칠까 봐.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B 씨는 SBS에 "예전부터 연예인 사진 등으로 합성을 취미 삼아 해왔다"며 "성적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김영환 영상편집 : 신세은, 디자인 : 제갈찬·황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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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사건을 취재한 사회부 안희재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Q. 해명도 논란?

[안희재 기자 : B 씨는 고소를 전후해서 A 씨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사진 출처가 잘못된 건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크리에이팅 좀 즐기려고 시도해 본 거다. 좀 봐달라." 이렇게 말을 한 겁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질 경우에 자신의 가족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런 일종의 협박성 내용도 담겼습니다. 취재진을 직접 만난 B 씨는 어깨에 손을 얹으라고 주문하니까 끌어안는 형태로 AI가 만들더라, 너무 잘 만들어서 생긴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Q. 경찰·구청 판단 문제 없나?

[안희재 기자 : 구청 측은 일단 경찰이 성범죄 무혐의 처분을 해서 규정에 따라 복직한 거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경찰은 상식적으로 문제인 건 맞는데, 성범죄로 처벌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이런 입장입니다. 전문가들은 AI 합성 관련 범죄 판례가 아직 많지 않다 보니까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지적합니다.]

[박지수/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활동가 :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폭력의 유형이 점점 다양해지고 시스템과 제도는 못 따라오고. (관련법 취지) 핵심은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인데, 인식 개선이 없고선 이런 문제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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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재 기자 : 피해자는 이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으니까 민원인 사진으로 이런 '취미' 생활을 계속할지 누가 알겠느냐면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신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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