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양주 스토킹 살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범행을 막지 못했던 정황이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사건 직후 경찰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맞춤형 순찰을 했었다고 해명했는데, 저희 취재 결과 정작 피해자의 직장과 살해 현장이 된 그 주변은 한 번도 순찰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민기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조민기 기자>
흰색 SUV 차량이 골목길을 빠져나갑니다.
남양주 스토킹 살해 사건 피해 여성이 사건 발생 직전인 지난 14일 오전 8시 53분에 직장에서 퇴근하는 모습입니다.
가해자는 700m가량 떨어진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차 한 대만 지나갈 정도로 폭이 좁아, 차량으로 길을 막고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목격자 : 어떤 여자가 아! 이러더라는 거야. 근데 좀 있더니 조그만 차가 쌩하고 내려 도망가더라는 거야.]
경찰은 CCTV 확인 결과, 피의자 김 모 씨가 범행 이틀 전과 하루 전 오전에 피해 여성 직장과 그 주변을 다녀간 걸로 파악했습니다.
이른바 사전 답사를 통해 범행 시간과 장소를 결정한 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정작 경찰은 피해자 직장은 물론이고 살해 현장이 된 직장 주변을 한 번도 순찰하지 않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이번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매일 맞춤형 순찰을 해왔다고 밝혔는데, 피해자가 이른 새벽부터 아침까지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직장과 그 인근은 순찰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겁니다.
SBS 취재 결과 경찰은 피해 여성에게 112신고용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던 지난 1월 말부터 매일 정오와 저녁 7시에 한 시간씩 피해자 거주지와 주변만 순찰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 직장을 관할하는 남양주북부경찰서 관계자는 SBS에 "이번 사건의 피해자 보호조치를 실시하는 남양주남부경찰서나 경기북부경찰청으로부터 피해자 직장이나 그 인근을 순찰하라는 요청이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기북부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피해자가 직장에 대한 순찰 요구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직장을 맞춤형 순찰 장소에서 제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부실한 보호 조치에 대한 비난은 더욱 커질 걸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소지혜, 디자인 : 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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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찰의 부실했던 대응이 드러날수록 이번 사건에 대한 안타까움은 더 커집니다.
사회부 제희원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피해자 보호조치, 왜 작동 안 했나?
[제희원 기자 : 참극으로 이어진 스토킹 범죄의 공통점을 보면 거듭된 사전 구조 요청 신호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대전과 울산에서 발생했던 사건 피해자들도 여러 차례 신고했지만 경찰이 가해자 접근을 막지 못했는데요. 비슷한 범죄가 잇따르자 지난해 7월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모든 수단을 강구해 나가겠다"며 피해자 보호조치 매뉴얼까지 만들었지만 이번에도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피해자 보호를 위한 기본적인 순찰마저 부실하게 진행된 사실이 드러난 만큼 경찰청이 진행 중인 내부 감찰 결과까지 나오면 논란이 더 커질 걸로 보입니다.]
Q. 경찰 인식 변화 필요?
[제희원 기자 : 경찰 안팎에서는 스토킹 범죄의 경우 일선 수사관들의 대응 수위가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 때문에 현장 수사관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제도나 대책을 제대로 못 따라가는 것 아니냐, 이런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정혜/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전자발찌나 유치 같은 경우 경찰 개인이 필요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것 같고. (법원에) 신청했는데 안 되는 경험을 하면 다음번에도 웬만하면 신청 안 하고 자꾸 지연시키는 방식.]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스마트워치 지급처럼 피해자 대응과 신고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분리 조치처럼 가해자를 대상으로 한 보다 적극적인 예방 조치가 선행되어야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영상편집 : 윤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