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비상 걸린 산업계…항공·석화·정유 등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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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의 대한항공 여객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급등하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이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 차질에 따른 연쇄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유가가 비용의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항공과 석유화학 등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겠고,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을 포함한 경제 전체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오늘(9일) 산업계에 따르면 항공업계는 유류비 비중이 영업비용의 25∼35%를 차지해 고유가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업종 중 하나로 꼽힙니다.

대한항공의 연간 예상 유류 소모량은 약 3천50만 배럴로, 유가 1달러 상승 시 3천50만 달러(약 450억 원)의 손해가 발생합니다.

최근 1주일 새 유가가 약 30달러 오른 것을 고려하면 연간 1조 4천억 원 가까운 추가 손실이 우려되는 것입니다.

이에 항공업계는 유가 헤지(위험회피) 확대를 포함한 여러 대응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연간 예상 소모량의 최대 50%에 대해 유가 헤지를 실행 중이고, 아시아나항공은 약 30%에 대해 헤지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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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항공업계는 유류할증료 인상도 계획 중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 소비자 부담 증가로 올해 2분기 여객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화물 운송으로 수익을 일부 상쇄할 수 있는 대형 항공사(FSC)와 달리 여객 의존도가 높고 유류비 비중이 큰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재무적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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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산단

석유화학업계도 유가 폭등에 수급 부족이 겹쳐 상황이 심각합니다.

여천NCC에 이어 연쇄 공급 불가항력 선언은 물론 생산 설비 셧다운(가동 중단)까지 우려됩니다.

지난해부터 구조재편 중인 석화업계는 설비 통합과 가동 중단 등을 통해 생산량을 감축하던 중으로, 비축한 납사 재고량도 적어 이번 사태에 따른 영향이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내 공급되는 납사는 절반이 수입산이고 나머지는 국내에서 원유를 정제해 생산 중으로, 수입산의 절반가량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국내 도입 원유의 약 70%는 중동산입니다.

통상 원재료인 유가가 오르면 제품값을 올려야 하지만 전쟁 불안 심리로 글로벌 수요 침체가 더욱 심화하고 있어 제품가 상승 폭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은 보유하고 있는 재고로 석화 제품 생산에 나서고 있지만 비축분이 떨어지는 한 달 뒤에는 줄줄이 공급 불가항력 선언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나아가 전쟁이 장기화하면 공장 가동 중단 사태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공장을 돌려도 적자, 안 돌려도 적자인 상황"이라며 "안정적으로 공정이 돌아가려면 최소한 가동률이 60∼70%는 돼야 하는데 지금처럼 원료가 들어오지 않으면 공장을 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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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MM 본사 스크린의 홍보 영상

정유와 해운업계 역시 고유가의 영향이 광범위하게 미치면서 단기적 마진 개선 효과보다 중장기 불확실성에 노출됐습니다.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원유 도입 가격과 해상 운임, 보험료 등 달 비용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상황입니다.

특히 원유 공급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되면서 원유 수급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업계는 단기적으로는 비축 재고와 대체 원유 확보 등을 통해 대응이 가능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원가 부담과 수급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유사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유가 급등 시 커지는 경향이 있으나, 유가 급등과 수요 둔화가 동시에 나타날 경우 오히려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운업계 역시 유류비 비중이 원가의 30~40%를 차지할 정도여서 경영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유류할증료(BAF)를 통해 화주에게 비용을 일부 전가할 수 있지만 유가 급등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소비 침체로 이어져 전체 수출입 물동량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이 해운업계가 가장 경계하는 상황입니다.

우리 경제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등 업계의 비용 증가와 업황 악화도 우려됩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 러·우 전쟁 발발로 글로벌 연료비가 급등한 뒤 7차례에 걸쳐 약 70% 인상됐습니다.

최근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요금 인하 요구가 커졌으나, 이번 사태로 인해 요금 재인상에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 경우 반도체를 비롯해 철강, 디스플레이 등 원가에서 전기요금 비중이 큰 업종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됩니다.

반도체 업계는 최근 인공지능(AI) 산업 급성장에 따라 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전력 사용량도 증가하고 있어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항공을 중심으로 한 물류 차질과 비용 증가 역시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자동차업계는 고유가로 인해 내연기관차에 대한 소비심리가 일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하이브리드 차량과 전기차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내연기관차는 여전히 국내 신차 판매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차종입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고유가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업계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라 변동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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