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닝 브리핑

동족도 아니라면서 핵 위협…김정은의 '대남절연' 메시지 [이브닝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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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고 지도기관인 노동당 제9차 대회가 7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습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에 걸쳐 진행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보고는 앞으로 5년 간 북한이 나아갈 국가 운영의 나침반이자, 대외·대남 관계의 가이드라인입니다. 김정은의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미국에는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으로서 협상의 공을 넘겼고, 한국에는 '동족' 관계를 완전히 끊어내며 '최적대적 교전국' 관계를 물리적으로 완성하겠다고 단언했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김 총비서가 직접 대남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미 메시지, '핵보유국 지위 불변..공은 미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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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총비서는 대미 관계에 있어 핵무력 증강 노선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미국을 향해 선택지를 던졌습니다. 그는 "국가 핵무력을 더욱 확대 강화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철저히 행사하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의지"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미국이 (북한) 헌법에 명기된 현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조미(북미) 관계의 전망성은 미국 측의 태도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평화적 공존이든 영원한 대결이든 우리는 모든 것에 준비돼 있으며 그 선택은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풀어보면 '미국이 북한 헌법에 명기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대북 제재 해제와 한미 군사훈련 및 전략자산 전개를 중단하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비핵화는 협상 의제가 될 수 없다'로 정리됩니다. 이는 어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과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오는 3월 말에서 4월 초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앞두고, 북한이 전략적 수위 조절에 나선 점도 눈에 띕니다. 이번 당대회 기간 중 열린 열병식에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같은 전략 무기가 전면에 등장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인 선제 조치를 요구하는 '신중 모드'의 일환으로 분석됩니다.

대남 관계는 '절연'..이재명 정부 정책 '기만극'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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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해서는 최고 수위의 적대감을 드러냈습니다. 김정은은 "가장 적대적인 실체인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으며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면서 "(이런 대남기조를) 국가의 노선과 정책을 확정하는 당대회를 통해 다시금 천명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특히 이런 결정은 최종적이며 결론적이며 불변한 원칙이라고 했습니다. 북한이 내세우고 있는 적대적 두 국가론이 일시적이고 전술적인 언명이 아니라 바뀔 수 없는 최종 결론임을 재차 강조한 말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이 70여년 간 내걸어온 국가 통일 목표는 사문화하게 됐습니다.

이재명 정부와 관련해서는 "한국의 현 집권 정권이 겉으로 표방하는 유화적인 태도는 서투른 기만극이고 졸작"으로 규정했습니다. 통일부가 의지를 보이고 있는 남북 교류와 대화에 대한 불신도 여과 없이 표현했습니다. "화해와 협력의 기회를 통해 우리 내부에 저들의 문화를 유포해왔으며 조선반도 비핵화 간판 밑에 우리의 무장해제를 획책하는 위해로운 존재"라고 했습니다. 역으로 보면 북한 정권과 주민에게 가장 위협적이고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K-콘텐츠, 한류 문화라는 말로도 들립니다.

"한국 완전붕괴 가능성 배제될 수 없어" 핵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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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내부 단속용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만 우려스러운 대목은 거침없는 물리력 사용 언급입니다. 김 총비서는 "(한국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와의 모든 것을 단념하고 우리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라고 전제했습니다. 또 "한국의 부잡스러운 행동이 우리의 안전 환경을 다쳐놓는 행위로 인정되는 경우 우리는 임의의 행동을 개시할 수 있다. 그 행동의 연장선에서 한국의 완전붕괴 가능성은 배제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선제 핵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위협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겁니다.

비무장지대 일대를 물리적으로 봉쇄하는 작업을 통해 국경화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김정은은 "남부 국경선을 가급적 빠른 기간 내에 요새화하고 경계 체계와 화력 체계들을 보강하라"고 지시했는데 조선중앙통신은 "남부 국경 지역의 모든 연계 통로와 공간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차단하기 위한 법률적 행정적 조치들을 연이어 강구하였다"고 풀어썼습니다.

'통미봉남(封南)' 넘어 '통미절남(切南)'..트럼프 방중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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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총비서의 언급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대화와 협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결과 전쟁을 향해 질주하던 과거를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한술 밥에 배부르랴'라는 옛말이 있다. 남북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오래 쌓인 적대 감정을 없애야 하는데, 이는 일순간에 한가지의 획기적 조치로는 이룰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통일부도 "북한이 우리 정부의 평화공존 노력에 호응하지 않은 것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북한의 태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9차 당대회 보고를 보자면, 북한의 전략은 과거의 '통미봉남(通美封南)'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봉쇄와 전략적 무시 단계를 넘어 이제는 한국을 완전히 지우고 미국과의 직접 담판에만 집중하겠다는 '물리적 절연'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북한은 내부적으로는 핵무력을 완성 단계로 끌어올리고, 외부적으로는 러시아 등 우방국과의 밀착을 통해 경제적 돌파구를 찾으며 미국과의 '대등한 협상'을 기다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철저히 '적대적 이웃'으로 남겨두고, 국경 요새화를 통해 긴장 상태를 유지하며 내부 결속을 꾀할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의 테이블세팅에 있어 변수는 역시 북미 대화겠습니다. 다음달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전후로 어떤 움직임이 모색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미 대화가 가급적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긴밀한 한미 공조 하에 필요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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