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이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의 반론을 모두 일축한 셈이다. 12.3 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443일 만이다. 결국 재판부 판단의 핵심 근거는 '군을 국회로 보낸 것'이었다.
관심은 내란죄 법정형인 '사형 또는 무기징역, 무기금고'중에 어떤 선고가 나올지에 집중됐었다. 최종 판단은 법정형 중에서만 선고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감경' 판단 시에는 '20년 이상 5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기준도 있었지만, 문제는 윤 전 대통령이 혐의를 계속 부인하고, 재판 출석을 거부하기도 했고, 사과의 모습이 안보였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낮다는 예상이 많았다.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 "범행을 직접, 주도적으로 계획했고 많은 사람을 범행에 관여시켰다"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초래됐고, 피고인이 그 부분에 대해 사과의 뜻을 내비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다만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한 사정, 실탄 소지나 직접적인 물리력과 폭력을 행사한 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던 점' 등을 참작했다. 또 대부분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고 범죄 전력이 없는 점,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해 왔으며 현재 65세에 비교적 고령인 점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언급하기도 했다.
재판부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순 없다"3대 쟁점 중 하나였던 내란죄 여부는 분명하게 인정했다. 지귀연 재판장은 "대통령도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전제하고, 국회 권한을 침해했으면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반국가세력이나 다름없게 돼 버린 국회에 대한 국가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순 없다"는 언급이 나왔다.
다시 말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 보더라도 비상계엄 선포로도 할 수 없는 권한의 행사, 그것도 헌법 기관의 기능을 저지하거나 마비시키는 목적이라면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이 재판에 대한 일반적인 법조계의 견해와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바로 이런 점에서 윤 전 대통령 등이 비상계엄 선포 후 군을 국회에 보낸 게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국헌문란 목적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군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낸 목적에 대해서 "국회의장, 여야 당대표 등 주요 인사를 체포해 의원들이 토의하거나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등을 의결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봤다. 특히 "김용현 전 장관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체포대상 14명을 불러줬다"는 특검 주장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헌법 재판과 내란 재판 과정에서 길고 치열한 진실 공방이 있었던 체포대상 지정 부분을 명확히 한 것이다.
법원은 "포고령, 국회봉쇄, 체포조 편성 및 운용,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점거 및 서버 반출 등은 그 자체로 폭동 행위"라면서 "대한민국 전역, 그렇지 않더라도 국회와 선관위 등이 위치한 서울과 수도권 등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결국, 법리상 쟁점 대상인 내란죄, 국헌문란, 폭동을 법원이 모두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검찰 모두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죄 수사 권한이 있다고 인정했다. 공수처와 검찰 모두 내란죄는 직접수사 대상이 아니지만, 수사 대상 범죄인 직권남용죄의 '관련 범죄'로 수사할 수 있고, 검찰은 기소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는 위법한 수사"라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2024년 12월이 아닌 약 1년 전부터 비상계엄을 준비했다는 특검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고 전 여유 보였던 尹, 선고 때는 무표정남색 양복 상의에 흰색 셔츠를 입고 법정에 나온 윤석열 전 대통령은 형량 선고 순간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이었다. 방청석의 일부 지지자들이 응원의 목소리를 내자 잠시 옅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재판 시작 전에는 여유로운 표정이 보였지만 선고가 시작되자 한숨을 쉬거나 바닥을 내려다 보기도 했다. 재판 내내 테이블 아래 팔을 내린 채 무표정으로 재판장의 말을 들었다. 윤 전 대통령은 선고가 끝나자 재판부에 목례를 한 뒤 변호인들과 잠시 대화하고 재판정을 나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최소한의 말조차 꺼낼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이라며 재판에 대해 "한낱 쇼에 불과했다"고 반발했다. "대통령이 국회 표결을 방해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음이 객관적으로 밝혀졌다"며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한 대통령의 결단이었음에도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윤갑근 변호사는 "특검에서 정한 결론대로 내리는 판결이라면 지난 1년간 수십 회에 걸친 공판은 요식 행위였나"라고 말했다.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는 "법조인의 시각에서 의견서를 내고 기록을 검토하면서 법리적으로 내란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결과를 상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란 특검팀은 선고 결과에 대해 "의미있는 판결"이라면서도 형량 산정과 그 토대가 되는 사실 인정에 관해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우성 특검보는 선고 후 취재진과 만나 "재판부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의미 있는 판결이었지만 사실 인정과 양형 부분에 상당한 아쉬움이 있다"며 항소를 시사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에게는 징역 3년이 각각 선고됐다. 반면 재판부는 김용군 전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예비역 육군 대령)에게는 "노상원 전 사령관의 계획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에 대해서도 "방첩사의 주요 정치인 체포 계획을 알면서도 협조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내란죄의 엄중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어떤 법익 침해의 결과가 생길 때 처벌하는 다른 범죄와 달리, 내란죄는 어떤 위협을 일으킨 행위, 즉 결과까지 이어지지 않은 '위험범'이라고 해도 높은 법정형을 규정한 것은 그 위험성 자체가 매우 크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또한 피고인들의 지시에 따라 해당 조치들을 수행한 군인, 경찰관, 공무원들이 사회적 비난을 받고 법적인 책임도 져야 하는 상황을 질타했다.
지 재판장은 판결문에서 "수많은 군과 경찰 관계자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형법상 죄를 물을 수는 있지만 피고인들께서 순간적인 판단을 잘못하였던 이유 때문에 이미 일부는 구속돼 있고 그들의 가족들은 고통받고 있고 무난하게 군 생활이나 경찰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다수의 공직자들이 모두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상황을 피고인들의 양형 사유로 참작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