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는 게 꿈" 불탄 시신으로…한 달 일하다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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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충북 음성의 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직원 2명이 실종돼 소방당국이 큰 불길을 잡은 뒤 수색 중이다. 사진은 화재가 난 공장의 모습

"돈을 벌어서 한국에 정착하는 게 꿈이라고 했어요"

지난달 30일 충북 음성군 맹동면 생활용품 제조 공장 화재로 숨진 네팔 국적 근로자 A(23) 씨의 동갑내기 대학 친구 B(네팔 국적) 씨는 11일 통화에서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B 씨는 "A는 착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당당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어제 시신의 신원이 A로 확인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너무 슬펐다"고 목소리를 떨었습니다.

지난해 초 유학비자로 입국한 A 씨는 부산의 한 전문대학 반도체학과에 다니던 외국인 유학생이었습니다.

네팔 돌라카가 고향인 A 씨는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가족들을 떠나 홀로 한국에 왔습니다.

평소 한국문화에 애정을 보였고, 대학 졸업 후 반도체 기업에 취직해 한국에 정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피붙이 하나 없이 시작한 한국 생활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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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길에 오르기 위해 얻은 빚을 갚아야 하는 데다 학비와 생활비까지 마련해야 해 학업 도중에도 밤낮없이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B 씨는 "부산에서 함께 있었지만, A가 너무 바빠 시간을 자주 보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고된 타향살이에 지친 A 씨는 지난해 12월 방학을 맞아 B 씨와 함께 고향 친구가 지내고 있던 음성을 찾았지만, 이곳에서도 일을 놓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A 씨는 외부 용역업체를 통해 생활용품 제조 공장에 단기 직원으로 채용돼 한 달가량 일하다가 화마에 휩싸여 생을 마감했습니다.

불에 탄 A 씨의 시신은 화재 이튿날 수습됐고, 11일이 흘러서야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B 씨는 "A가 실종됐을 당시 저를 비롯한 친구들 모두 충격에 빠졌고, 지금도 생각만 하면 너무 힘들다. 네팔에 거주하는 가족들에게 제대로 설명도 못 했다"고 고통스러워했습니다.

A 씨 가족은 조만간 한국에 들어올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음성군은 주한 네팔 대사관에 A 씨 가족의 입국 절차 지원을 요청했고, 가족의 뜻에 따라 장례 절차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A 씨와 근무하다 실종된 60대 카자흐스탄 국적 C 씨의 가족들도 큰 슬픔에 잠겼습니다.

약 5년 전 아내, 고등학생 둘째 딸과 입국해 음성에 정착한 C 씨는 세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었습니다.

첫째 딸도 사고 발생 약 일주일 전 고향 생활을 정리하고 부모와 살기 위해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C 씨도 불이 난 공장에서 약 1년 전부터 근무하며 폐기물 처리 업무를 하던 외부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였습니다.

C 씨는 13일에 걸친 수색 작업에도 발견되지 않고 있고, 가족들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 고향의 C 씨 모친(90대)은 아들의 실종 소식을 모르고 있습니다.

충격으로 쓰러질 것을 우려해 알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 카자흐스탄 커뮤니티 관계자는 "C 씨 아내는 현재 다니던 공장을 휴직한 뒤 두 딸과 함께 남편이 발견되기 만을 바라고 있다"며 "수색 작업이 기약 없이 장기화하면서 현재는 시신이라도 수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빌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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