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軍심戰심

'방사청장 사우디 전시회 불참'의 전말…"인사 불만에 '사의 소동'까지" [취재파일]


이용철 방사청장 등 방사청 고위직들이 사우디 리야드에서 현지 시간 8일부터 열리고 있는 2026 국제방산전시회 WDS에 단체로 불참했습니다. 사우디 WDS는 세계 무기 시장의 큰손인 중동 최대의 방산전시회라서 방사청 불참에 대한 방산업계의 우려가 큽니다. 방사청은 어제(9일) "의도적인 보이코트나 불참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에서 불참했을까요.

때마침 "방사청장이 인사에 불만을 품고 사의 표명 소동을 벌였다"는 뜻밖의 이야기들이 관가에서 나옵니다. 청와대 전략경제협력특사를 뒷받침할 전략경제협력추진단 구성 과정에서 방사청의 의도가 반영되지 않자 이용철 청장이 사의 표명했다가 곧 철회했다는 것입니다. 업계는 이 청장의 사의 표명 소동의 여파로 방사청장의 사우디 WDS 불참이 결정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방사청은 국방부와 더불어 K-방산을 지원하는 정부의 양대 기둥입니다. K-방산이 폴란드를 딛고 더 높은 목표로 나아가려면 방사청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다른 곳도 아닌 방사청에서 이런저런 말썽이 빚어지면 K-방산은 덩달아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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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간 8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개막한 방산전시회에 안규백 장관이 중동의 장교들과 한국 업체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시작은 2급 인사…사의 표명 소동 터졌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략경제협력특사를 겸임하고 있고, 청와대는 특사를 도울 실무 조직으로 전략경제협력추진단을 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추진단에서 방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방산 부문을 전담할 공무원이 필요합니다. 국방부가 키를 쥐고 인선한 다음, 해당 인원을 청와대에 파견하면 됩니다.

사달이 벌어졌습니다. 국방부를 건너뛴 채 방사청이 청 내 2급 공무원을 청와대에 추천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는 국방부와 방사청의 여러 당국자들에 의해 확인되는 바입니다. 국방부 의견을 정확히 묻지 않고 다소 억지로 방사청 공무원을 청와대에 보내려 했기 때문에 청와대 또는 국방부의 어느 길목에서 제동이 걸린 것 같습니다.

정부의 한 핵심 소식통은 "지난 5일쯤 방사청 2급의 전략경제협력추진단 파견이 막히자 이용철 방사청장이 화를 냈다", "좀 즉흥적으로 이 청장이 몇몇 사람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정부 소식통은 "사표를 낸 것은 아니고, '방사청장 못해먹겠다'는 식의 푸념을 어딘가에 전달했다", "방사청이 국방부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서 국방부가 성질을 내야 하는데 오히려 방사청이 핏대를 올렸다"고 전했습니다.

주변 설득에 이용철 청장은 곧바로 사의를 철회했다는 전언입니다. 이때 방사청의 사우디 WDS 참가 계획도 흔들린 것으로 보입니다. 방사청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지난 6일쯤 청장, 비서실장, 국제협력관 등 방사청 고위직 6명이 사우디로 출발하기로 했었다가 행선지가 K9 자주포 현지 공장 착공식이 열리는 루마니아로 급변경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방사청의 책임 있는 관계자들은 이 청장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대해 "모른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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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24일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기자들에게 KDDX 사업 추진 방안을 설명하는 이용철 방사청장
방사청이 K-방산을 위해 할 일은?

K-방산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 무기 팔 수 없습니다.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등 강대국들이 의지를 가지고 덤비면 중동, 아시아, 중남미에서도 K-방산은 힘을 못 씁니다. 한마디로 K-방산은 확장성이 제한된 산업입니다. 이런 허들을 넘어 2022년 폴란드 잭팟을 터뜨렸습니다. 방산비리 천덕꾸러기가 이제는 국민과 청와대의 사랑을 받으며 K자를 앞에 붙이는 산업이 됐습니다.

폴란드 잭팟의 여세를 타서 시장을 확대하려면 방산업체들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국방부, 방사청이 힘껏 도와야 합니다. 국방장관뿐 아니라 군인들도 뛰어가서 마케팅 일손 빌려주는 중동 최대 방산전시회에 방사청의 단체 불참은 그래서 안타깝습니다. 불참에 앞서, 청와대 전략경제추진단 인사 잡음으로 방사청장 사의 표명 소동이 있었다는 소식에 방산업계 사람들은 시름겹습니다.

모 방산 대기업의 임원은 "방사청이 자기 몸집 키우기 위해 무리하는 것 같다", "슬하의 업체들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대기업의 임원은 "중동 최대 방산전시회와 루마니아 K9 공장 착공식 중 어느 행사가 K-방산에 중요한가", "청장 등 방사청 고위직들이 우르르 루마니아 행사에 갔는데도 방사청이 보도자료 한 장 안 낸 것을 보면 애초에 방사청장의 루마니아 방문 계획은 없었던 것 아니냐"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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