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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방사청의 중동 최대 방산전시회 '불참'…국방부와 마찰?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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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규백 국방장관 등이 현지 시간 8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방산전시회에서 한국 기업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현지 시간 8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중동 최대 방산전시회 '2026 국제방산전시회 WDS'가 개막했습니다. 세계 무기 시장의 큰손으로 꼽히는 중동권 최대 전시회라서 한국 방산기업 39개사가 출동했습니다. 정부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전시회인데 당연직 참석자로 여겨지는 방사청장은 불참했습니다. 이용철 청장뿐 아니라, 방사청 직원은 아무도 안 갔습니다.

안규백 국방장관이 한국 대표로 나섰다고는 하지만 방사청의 WDS 부재는 많이 이상합니다. 청장이 아니더라도 차장, 본부장, 국장 등 즐비한 고위직들 중에서 몇 명이라도 움직일 만한데 안 움직였습니다. 당초 청장, 국제협력관 등 6명을 사우디 전시회에 파견하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어 의혹은 커지고 있습니다.

방사청의 WDS 불참은 의무를 방기한 일종의 보이코트, 태업의 성격으로 풀이됩니다. 불참 원인에 대해 방산업계가 설왕설래하고 있습니다. 이용철 방사청장 취임 이후 방사청과 국방부가 알게 모르게 마찰을 빚는다는 말이 돌았었는데 이번에 크게 터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유야 어떻든 K-방산의 진격을 부르짖는 와중에 적전분열의 모습이어서 입맛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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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 장관이 현지 시간 8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방산전시회에서 한국 기업 부스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중동 최대 방산전시회 건너뛰고 루마니아로?

K-방산의 주자들은 연합작전 펴듯 힘을 합쳐 사우디 WDS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한화 방산 3사·현대로템·LIG넥스원·KAI 등 대기업들은 전시회장 입구 바로 앞에 스크럼 짜듯 나란히 대형 부스를 세워 기선을 제압하고 있습니다. 약 30개 중소 방산장비 업체들은 대기업 전시관 옆 통합 한국관에 부스를 포진시켜 K-방산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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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통합 한국관 설치의 제1 주체가 바로 방사청입니다. 그럼에도 이용철 청장을 비롯해 방사청 고위직들은 사우디 WDS에 발길을 끊었습니다. 이용철 청장이 오늘 오전 방사청 국제협력관 등을 대동하고 떠난 곳은 루마니아입니다. 방사청 핵심 관계자는 "K9 자주포 현지공장 기공식 등 루마니아 현지에 현안들이 있어서 청장이 루마니아를 방문한다"고 말했습니다.

루마니아 현안 때문에 청장의 루마니아 출장이 불가피했다고 해도 차장, 기반전력사업본부장, 미래전력사업본부장, 방위산업진흥국장 등 방사청의 주요 직위자 중 한두 명 정도는 사우디 WDS에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한 명도 안 보냈습니다. 방사청의 한 인사는 "당초 청장, 국제협력관 등 방사청 고위직 6명이 사우디에 가기로 했었다", "갑자기 6명 전원 불참으로 방침이 바뀌어서 의아하다는 여론이 방사청 내부에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처 승격 충돌', '전력정책관 비토'…마찰 커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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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방산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안규백 국방장관과 경청하는 이용철 방사청장(왼쪽에서 두 번째)

이용철 방사청장 취임 이후 국방부와 방사청 사이에 미묘한 갈등의 기류가 포착돼 왔습니다. 첫 잡음은 방사청의 처 승격 시도입니다. 작년 12월 18일 대통령 업무보고 때 이용철 청장은 방사청의 처 승격, 국가방위자원산업처로 개칭, 총리실 소속으로 전환 등을 제안했습니다. 국방부와 별다른 협의 없이 방사청장 혼자 치고 나간 깜짝 제안이라서 국방부 측은 대단히 불쾌해 했습니다. 국방부와 방사청의 1라운드 마찰이었습니다.

2라운드 마찰은 공석인 국방부의 전력정책관 자리를 놓고 벌어졌습니다. 연말연초에 방사청이 전력정책관 후보를 추려 추천했는데 국방부가 거부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방사청에서 국방부 전력정책관을 배출하던 관례에 국방부가 제동을 건 셈입니다. 방사청이 허를 찔린 2라운드 마찰이었습니다.

방사청의 사우디 WDS 보이코트를 국방부와 방사청의 3라운드 마찰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2라운드에 공격받은 방사청이 회심의 일격을 날린 모양새입니다. 국방부 측의 불편한 속내가 엿보이는 가운데 방사청이 공세를 쥔 3라운드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미지수입니다. 모 방산 대기업의 임원은 "무기시장의 큰손인 중동에서 K-방산 마케팅의 장이 섰는데 남의 일 보듯 발을 빼는 방사청을 좋게 볼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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