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닝 브리핑

억만장자 성범죄자와 어울렸다가…줄줄이 나락 가는 명사들 [이브닝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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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 관계 후회" 결국 입 연 게이츠

억만장자 성범죄자인 엡스타인과 어울렸고 그로 인해 성병까지 걸렸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결국 입을 열었습니다. "엡스타인과 함께한 모든 순간을 후회한다. 그런 행동을 한 데 대해 사과한다." 친분이 있었음을 시인하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그가 부유한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고 그들을 설득해 기부금을 내도록 할 수 있다는 데 관심을 둔 것이지만 돌이켜보니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자선사업에 동참하게 하려는 좋은 의도였지만 잘못된 행동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엡스타인 소유의 카리브해 섬을 방문하거나 그곳에서 여성들과 관계를 가진 적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러시아 여성들과 관계를 맺어 성병에 걸렸고 이를 자신의 배우자였던 멀린다에게 숨기기 위해 엡스타인과 상의하는 이메일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은 '거짓'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런 이메일을 발송한 적이 없으며 엡스타인이 자신을 끌어들이기 위해 조작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었고 여러 차례 만나기는 했지만 그의 성범죄에는 가담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의혹이 불거진 직후 그의 전 부인 멀린다는 "게이츠가 엡스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여전히 답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엡스타인 문건이 "결혼 생활 중 매우 고통스러웠던 시절의 기억을 되살렸다."며 "아직 남아있는 의문에 대해 게이츠가 답해야 할 문제"라고 말해 당시 미심쩍은 상황이 있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에 대해 낸시 메이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하원 감독위원회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게이츠를 소환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연방 하원 청문회까지 끌려 나와 망신을 당할 위기입니다. 활발한 자선사업으로 '선한 자본가'의 이미지를 쌓아 올렸던 게이츠가 '희대의 성범죄자 친구'로 인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벼랑 끝에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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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명사 줄줄이 진흙탕으로

엡스타인은 유태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억만장자 금융인이 된 자수성가 사업가입니다. 사립학교에서 수학, 물리 교사로 일하던 중 베어스턴스 회장 자녀의 과외를 해준 인연으로 베어스턴스에 입사했습니다. 이후 월 스트리트에서 VVIP 전용 자산투자사를 운용하며 어마어마한 부와 막강한 인맥을 형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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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본인 소유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의 한 섬에 호화로운 별장을 꾸며 놓고 세계적인 저명인사들을 초대했습니다. 문제는 엡스타인이 이 섬에 중, 고등학생 등 미성년자들을 데려와 가둔 뒤 성노예로 착취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섬에 초청된 명사들 중 상당수가 이 성범죄에 가담했다는 것이 미국 당국의 수사 내용입니다. 초청자 명단에는 전직 미국 대통령들, 각국 지도자급 인사들, 미국 고위직 공무원, 자본가와 기업가들, 유명 연예인의 이름이 오른 것으로 전해집니다. 섬 곳곳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미성년자 성상납을 빌미로 권력자들의 약점을 잡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엡스타인은 결국 2019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연방 수사기관에 체포돼 뉴욕주 교정센터에 수감됐다가 한 달여 만에 시체로 발견됐습니다. 자살로 결론 났지만 타살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엡스타인과 어울린 것으로 드러나 곤욕을 치르는 저명인사는 빌 게이츠 외에도 수두룩합니다. 클린턴 전 미 대통령, 앤드류 영국 왕자, 맨델슨 영국 상원의원, 메테마리트 노르웨이 왕세자비, 그리고 트럼프 미 대통령 등이 대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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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연루설'… 미 정계 '시끌'

2002년 뉴욕 매거진은 미스터리한 억만장자 엡스타인에 대해 기사를 냈습니다. 당시 부동산 사업가이자 리얼리티쇼 진행자였던 트럼프가 엡스타인에 대해 밝힌 평가도 실렸습니다. "함께 있으면 정말 즐거운 사람이지요. 심지어

저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여성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그중 상당수가 어린 편

이랍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앱스타인의 친분이 상당히 두터웠다는 사실은 확실합니다. 이른바 '엡스타인 문건' 공개를 놓고 트럼프는 민주당과 날 선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이에 대해 질문하는 CNN 기자에게 "돼지야"라고 욕설을 할 정도였습니다. 지난해 11월 '엡스타인 문건'을 주기적으로 공개하도록 한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이 발효됐고 법무부는 순차적으로 문건 공개에 나섰습니다. 미국 민주당은 여기에 트럼프의 성범죄 연루 정황이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물증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빌 게이츠 등 다른 저명인사들로 불똥만 튀는 상황입니다. 문건에서 부적절해 보이는 사진이 공개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급기야 연방 하원 청문회에 출석하게 됐습니다. 오히려 트럼프 관련 의혹은 다른 충격적인 사진과 글에 묻히는 양상입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 관계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법무부가 해당 문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내용을 편집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엡스타인은 여전히 미국 정계를 누비는 살아있는 저승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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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한 인연은 독보다 무섭다"

불의한 자는 멀리 하고 작은 인연도 맺지 말라는 경고는 동서고금에 차고 넘칩니다. 명심보감은 "나쁜 사람 보기를 내 몸에 불붙은 것 같이 하라"며 철저히 멀리 하라고 강조합니다. 서양 속담도 있습니다. "개와 함께 누우면 벼룩과 함께 일어난다." 행실이 좋지 않은 사람과 가깝게 지내면 반드시 피해를 입게 된다는 뜻입니다. 한 유명한 심리상담사의 말도 기억납니다. "사람을 가려 사귀는 것은 편협함이 아니라, 내 삶의 영토를 지키는 방어 기제다."

연루된 명사들은 엡스타인과 이런저런 사정으로 가깝게 지냈을 뿐 성범죄에는 가담하지 않았다고 대체적으로 항변합니다. 하지만 '근주자적 근묵자흑(近朱者赤 近墨者黑)'입니다. 어울려 지내다 보면 영향을 받고 닮아가게 마련입니다. 적어도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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