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알면서도 증액, 신설?…"국회에서 올려서 왔다" [취재파일]

<SBS 탐사기획 리포트> 2026년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 ⑥편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국회에서 올해 예산 얘기가 거의 없었어요. 국회 출입하면서 이런 적이 또 있었나 싶네요."

인사 발령으로 새롭게 꾸려진 2025년 12월 SBS 탐사기획팀 첫 회의. 인사 발령 전 국회를 출입했던 한 동료가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았습니다. 초유의 계엄 후폭풍, 그렇게 이어진 탄핵과 대선까지, 2025년은 치열한 정쟁으로 얼룩졌습니다.

입법과 더불어 국회의 가장 큰 임무인 '예산 심사'는 정치인들 입에서 별로 오르내리지 않았습니다.

'728조 원' 역대 최대 슈퍼 예산인 만큼 치열한 토론과 심사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됐지만, 국회는 늘 안녕하지 못했고 예산 심사는 그렇게 후순위로 밀렸습니다.

여러 차례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을 통해 국회를 감시해 왔던 SBS 취재팀. 그간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내년도 예산안 분석에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예산은 심사 감시 기능이 유독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지난해 정기 국회, 즉, 예산 국회 당시 347개, 1만 7,111쪽에 달하는 방대한 회의록을 전수분석했고, 꼬박 두 달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얻어진 탐사기획팀의 최종 결론은 이렇습니다.

"부실 심사, 졸속 심사,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올해 예산은 그 정점을 찍었다."

저희 탐사기획팀이 2026년도 예산을 분석하면서, 한 가지 특이점이 있었습니다.

국회가 무슨 예산을 많이 올렸는지 살펴보니까, 종교 분야가 유독 많았습니다.

정말 그런지 데이터를 뽑아봤습니다. 전통종교문화유산보존, 종교문화시설건립, 종교문화활동지원, 전통문화체험지원, 이렇게 4가지 사업을 합쳐서 최근 10년 치를 모두 계산했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올해 국회가 증액한 종교 예산은 153.2억 원.

지난해 예산은 여야 갈등이 극에 달하며 순전히 감액 예산만 통과시켰으니 예외로 두더라도,

국회에서 증액하고 신설하는 종교 예산,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올해 예산안의 구체적인 사업 리스트를 뽑아봤습니다. 불교 쪽 예산이 많았습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늘어난 불교 예산은 129.6억 원, 증액된 종교 예산 가운데 85%에 달했습니다. 주로 불교 예산 증액에 집중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참고로 다른 종교의 증액 예산은 천주교 9.4억 원, 유교 5.9억 원, 기독교 6억 원, 이슬람교 1천만 원 등이었습니다.

불교 예산을 많이 증액시킨 것만으로 문제가 된다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상당수 불교 건축물은 우리 전통 문화와 맞물려 있는 만큼, 종교적 편향을 갖고 볼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는 예산 증액의 적정성입니다.

지난해 11월 13일 문체위 예산결산심사소위 회의록을 자세히 보겠습니다. 문체위는 종교 분야 소관 상임위입니다.

국회가 종교 관련 예산을 많이 늘리려고 하자, 문체부는 난색

을 표합니다. 과거에도 국회에서 늘린 적이 많았는데 관련

예산의 집행률이 36%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문체부는 "국회에서 증액시키는 종교 예산의 집행률이 유독 떨어진다"고 직설적으로 말하기까지 합니다.

국회가 일방적으로 늘려온 종교 예산이 결과적으로 비효율적이었다, 더는 늘리지 말아 달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특히, 문체부는 종교문화시설 건립 예산과 관련해서는 지방재정법 위반 소지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종교문화시설 건립을 위해서는 '투자 심의'라는 행정 절차가 필요한데, 국회가 예산을 새로 만들어 보리면, 이 과정을 거치지 않게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종교 예산들이 증액, 신설된 채로 확정됐습니다.

문제 제기가 유독 많았던 종교 예산은 '템플스테이 지원 사업'이었습니다. 종교 예산 가운데 비중이 큰 편이었습니다.

광고 영역

여러 의원들이 회의 초반, 템플스테이 지원 사업에 이렇게 많은 예산이 배정된 것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습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하지만, 또 다른 의원이 K-관광을 활성하기 위해 이 예산이 필요하다고 맞섰고,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다시 반박이 나오며 토론이 진행됐지만, 결국, '보류'로 끝났습니다.

템플스테이 지원 예산은 20억 원이 증액된 채 국회를 통과

했습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의원들 간에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왜 늘어나게 됐는지, 그 과정은 회의록을 통해 알 수 없습니다.

상임위에서 보류가 됐으면, 그 다음 예산 심사의 장인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에서 다시 논의가 되는 게 맞지만, 예결소위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가 사실상 없었습니다.

문체부에 물어보니 다음과 같은 답변이 왔습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그렇다면, 의원님들은 왜 이렇게 종교 예산을 증액하는 걸까요. 뜻밖에도 회의록에서 이런 표현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종교 단체에서 직접 의원들을 통해 관련 예산을 신청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한 국회 보좌진은 "매년 중요한 선거를 치르는 국회의원 입장에서 종교 단체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종교 만큼 사람을 결집시킬 수 있는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종교 단체도 이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예산을 직접 요구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귀띔

했습니다.

저희 탐사기획팀이

기획예산처에도 당시 경위를 물어 보니, "종교계에서 (의원들을 통한) 증액 요구가 많았다고 들었다"고 털어 놨습니다.

물론, 어디든 필요한 예산이 있으면 의원들에게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견 들으라고 국회의원이 존재하는 겁니다.

다만, 그런 요구가 있으면 의원들이 심도 깊은 논의를 하고, 그 근거를 회의록에 자세히 남겨야 합니다. 내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국민들이 쉽게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건 당연합니다.

이런 관행이 계속되는 한, 정치적 이유 때문이란 예산이 들쑥날쑥하다는 의심이 계속 나올 수 밖에 없을 테니까요.

▶ '예산'보다 '정치'를 말했다…'텍스트 분석'으로 본 예산 심사 [취재파일]

▶ 728조 슈퍼 예산…의원님들은 뭘 늘리고 깎았나 [취재파일]

▶ 보류, 보류, 결국 소소위…'보류' 최다 예산 심사 [취재파일]

▶ 지역 예산 '수두룩'…올해도 어김없이 '현수막 예산'? [취재파일]

▶ 637억 심사에 14분…'농어촌 기본소득' 현장 가 보니 [취재파일]

▶ 정쟁 한복판 '특활비'…알고 보니 '꼼수' 증액? [취재파일]

▶ "2026년도 예산 심사는 영구 미제 사건" [취재파일]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2026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