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 엡스타인 연루 전 주미대사 논란에 곤혹…"임명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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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맨덜슨 전 주미대사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오른쪽)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미국의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정부 내부 정보를 유출한 의혹을 받는 피터 맨덜슨 전 주미대사를 임명한 것을 두고 "후회한다"고 밝혔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4일(현지시간) 하원 총리 질의(PMQ)에서 "맨덜슨은 우리나라와 의회, 그리고 당(노동당)을 배신했다"며 "그는 대사 임명 전후로 우리 팀이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물을 때마다 거듭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나 역시 국민과 의원들만큼이나 분노하고 있다"며 "그를 임명한 것을 후회한다. 지금의 사실을 그때 알았더라면 그는 정부 근처에도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맨덜슨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 거친 절차를 보여주는 문건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국가안보·외교 관계·경찰 수사와 관련된 일부 자료는 제외할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토니 블레어·고든 브라운 정부에서 주요 부처 장관을 지낸 맨덜슨은 엡스타인과의 오랜 친분이 드러나며 지난해 주미대사에서 해임됐습니다.

이후 엡스타인으로부터 거액을 받았거나 정부 정책안을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상원의원직을 사임했고,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스타머 총리는 오는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위기를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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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와 노동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당내에서는 차기 지도자 후보들이 거론되며 리더십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야당은 이미 엡스타인과의 관계가 알려진 상황에서 맨덜슨을 대사로 임명한 것은 판단력 부재라고 비판했습니다.

보수당 케미 베이드녹 대표는 "스타머 총리가 공개하고 싶은 문건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모든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며 "국가 안보를 언급하지만, 애초의 임명 자체가 안보 이슈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맨덜슨과 엡스타인의 관계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 인사 검증 과정에서 해당 사실이 거론되지 않았느냐고 따졌습니다.

이에 대해 스타머 총리는 "해당 관계는 거론됐고, 우리는 여러 질문을 했다"며 "맨덜슨이 엡스타인과의 관계 범위를 완전히 왜곡했다"고 답했습니다.

영국 언론들은 이 발언이 스타머 총리가 관계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스타머 총리가 공개 문건을 선별하겠다고 밝히자, 앤절라 레이너 전 부총리를 포함한 노동당 의원들이 반발했고, 결국 정부는 관련 자료를 의회 정보안보위원회에 모두 제출해 공개 여부를 위원회가 판단하기로 했습니다.

BBC는 "당내 통제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이번 논란이 총리의 리더십에 장기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분석했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정부가 맨덜슨의 귀족 작위를 박탈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며, 그를 찰스 3세 국왕의 자문 기구인 추밀원에서도 제외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AP통신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맨덜슨이 2004∼2008년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으로 재임하던 당시 부정행위를 저질렀는지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EU 대변인은 "새로 공개된 문건을 검토해 규정 위반 여부를 평가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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