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728조 원, 이 숫자는 국회가 확정한 올해 예산으로,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그러나 이 예산이 극한 정쟁이 이어졌던 지난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됐는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희 SBS 탐사기획팀이 두 달간 예산 회의록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먼저, 배여운 기자입니다.
<배여운 기자>
계엄 후폭풍과 극한 대립으로 얼룩진 2025년 국회.
정치 현안이 워낙 뜨겁다 보니 예산에 대한 주목도는 많이 떨어졌습니다.
우리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출발했습니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인 만큼, 국회는 예산 심사를 허투루 해선 안 된다, 하지만 국회가 이 임무를 소홀히 했던 건 아닐까.
지난해 예산국회 회의록 347개를 전수 분석했습니다.
모두 1만 7천111장, 꼬박 두 달이 걸렸습니다.
지난해 11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 정부 예산안을 제대로 편성했는지, 국무위원에게 묻는 자리입니다.
회의 첫 질문도,
[배준영/국민의힘 의원 : 이번 대장동 사건 재판 관련해서 성공한 수사, 성공한 재판이라고 하셨습니다. 무슨 의미입니까?]
두 번째 질문도,
[정진욱/민주당 의원 : 검찰 항소 포기 사례가, 장관님, 전에도 있었지요? 얼마든지 있는 일이지요?]
당시 정국을 달궜던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에만 질의가 집중됐습니다.
회의 키워드를 분석해 보니, '검찰' '수사' '항소' 등 정치 용어가 예산 관련 용어를 압도했습니다.
뭘 깎고, 뭘 더할지 결정하는 예산 심사의 꽃, 예산조정소위원회 상황은 더 심각했습니다.
[김대식 위원 : 보류로 넘겨 갖고 의논하시지요, 첨예하게 대립되니까.]
[송기헌 위원 : 보류하셔 가지고 논의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올해 예산소위 실질 회의 시간은 단 22.8시간.
최근 10년 새 가장 짧았습니다.
반면 '보류'라는 단어는 시간당 평균 23.5차례나 등장했습니다.
의견 차이를 좁히기보다 일단 미뤄두기 급급했던 겁니다.
[이소영 위원 : 올해 예산소위가 예년에 비해서도 굉장히 보류가 많은 상황입니다.]
결국 공은 여야 지도부 극소수만 참여하는 비공식 협의체, 이른바 '소소위'로 넘어갔습니다.
기록조차 남지 않는 이곳에서 728조 원의 향방이 결정됐습니다.
부실 심사, 졸속 심사,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격화된 정치 갈등 속에 예산 심사마저 내실을 기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최혜영, 디자인 : 장예은·최하늘,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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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런 부실한 심사 속에서도 의원들이 유독 적극적으로 나선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지역구 사업을 챙기는 일이었는데요. 올해 새로 편성된 신규 사업 예산의 절반 이상이, 지역성 사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계속해서 정다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정다은 기자>
먼저 경북 포항역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새로 생길 주차장 부지입니다.
이 주차장과 역을 이어줄 선상연결통로도 새로 만들어질 예정인데요.
이 선상연결통로를 짓기 위해, 올해 예산 2억 원이 국회에서 신설됐습니다.
회의록을 살폈습니다.
당초 정부는 지자체가 주차장을 옮겨 발생한 소요인 만큼, 국비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관련 예산 2억 원이 신설됐고, 지역구 의원은 이를 국비 예산 유치로 홍보했습니다.
SBS 취재 결과 이 돈은 공사비가 아니라, 국비 지원이 타당한지 따져보는 용역비였습니다.
사실상 정부와 국회의 절충안인 셈인데, 이 같은 내용은 국회 회의록을 통해서는 알 수 없었습니다.
이런 사례는 많았습니다.
이번에는 전북 익산역으로 출발합니다.
익산역은 역사 확장 및 선상주차장 조성 사업 10억 원이 새롭게 배정됐습니다.
해당 지역구 의원도 국가 예산을 확보했다며 성과를 홍보했습니다.
취재 결과, 이 예산은 지난해에도 10억 원이 배정됐지만 85%가 남아, 올해로 '이월'됐는데 또다시 10억 원이 배정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런 내용은 국회 회의록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두 의원실은 "포항역은 전 국민이 이용하는 시설로 지원이 필요하다", "익산역은 이용객이 증가하는 만큼 역사가 개선되지 않았다" 며 모두 필요한 예산이라는 입장을 전해 왔습니다.
국회가 올해 예산안에서 새로 만든 신규 사업 예산은 441개, 이 중 지역성 사업은 232개로 절반이 넘었습니다.
지역성 사업만 따로 떼 예산 규모를 분석해 보니, 교통과 물류, 지역 개발, 즉, SOC 예산이 절반에 달했습니다.
문제는 앞선 사례처럼 그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상민/나라살림연구소 수석 연구위원 : 실질적으로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증액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얼마를 따왔다고 현수막을 걸기 위해서 증액한 거고, 논리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비공개 밀실 협의에서 이 증액 논의를 하기를 바라는 거고요.]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왜 쓰이는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습니다.
'밀실' 증액을 막기 위해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기록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오영택, 디자인 : 전유근,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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