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블코인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 월가와 가상화폐 업계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대형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이자 지급이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가상화폐 업계는 은행들이 경쟁을 피하기 위해 위험을 과장하고 있다고 반박합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현지 시간 2일 '스테이블코인 전쟁'이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이번 이자 논쟁이 미국 금융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 안착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거라고 진단했습니다.
갈등의 출발점은 지난해 7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법안, 이른바 '지니어스법'입니다.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사용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것을 금지했지만, 가상화폐 거래소에도 같은 금지 규정이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월가 주요 은행들은 현행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제도적 허점이 있다며, 추가 입법을 통해 이자 지급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 상원에 계류 중인 '클레러티 법안'이 이 논쟁의 중심에 있는데, 이 법안은 미국 디지털 자산 산업 전반의 규칙을 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연 3~5% 수준의 수익, 이른바 '리워드'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반면 시중 은행의 입출금 예금 금리는 통상 0.1%에도 미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거래소의 이자 지급이 계속 허용될 경우, 고객들이 은행에서 자금을 빼 가상화폐 거래소로 옮기는 '뱅크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JP모건의 제레미 바넘 최고재무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기업들은 은행과 유사하게 이자를 지급하면서도 은행권에 적용되는 건전성 규제는 전혀 받지 않고 있다"며 "이는 명백히 위험하고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4월 발표한 분석에서, 가상화폐 거래소가 이자 지급을 지속할 경우 최대 6조 6천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9천600조 원 규모의 은행 예금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반면 가상화폐 업계는 월가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뱅크런 위험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있다며, 고객 이탈이 우려된다면 시장 경쟁 원칙에 맞게 은행 금리를 올리거나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직접 나서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SNS에 올린 글에서 클레러티 법안을 강하게 비판하며 "나쁜 법안이라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의 제레미 얼레어 최고경영자 역시 뱅크런 위험에 대한 월가의 주장을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은행권과 가상화폐 업계 대표들은 이번 주 워싱턴에서 만나 이자 지급 금지 규정을 놓고 직접 협상을 벌일 예정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논쟁이 단순한 시장 경쟁을 넘어 금융 시스템의 근본 구조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제도가 정비될 경우, 전통 금융권의 역할이 위축되고 대출과 유동성 공급이라는 핵심 금융 기능이 교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필립 패치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는 "금융 시스템 전체의 유동성이 줄어들면 대출 비용은 오를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여전히 전통 금융 시스템의 자금 중개 기능에 의존하고 있고, 스테이블코인은 이 역할을 대신할 권한이나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 문제도 이번 논쟁의 주요 쟁점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실물 자산에 연동된 가상화폐로, 발행사가 미국 국채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해 가치를 유지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이 준비금 자체가 부실해질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2023년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했을 당시, 서클은 자사 준비금의 약 8%가 이 은행에 묶이면서 USDC가 달러와의 1대1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는 '디페그' 사태를 겪었습니다.
당시 사태는 미국 정부가 실리콘밸리은행을 구제하면서 간신히 수습됐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혁신의 핵심 동력이 되기에는 사용 범위가 아직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은 주로 가상화폐 투자자나 탈중앙금융, 이른바 디파이 시장 안에서 집중적으로 사용될 뿐, 일반 사회 전반에서는 아직 널리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또 다른 가상화폐에 비해 결제 기능은 상대적으로 뛰어나지만, 페이팔 등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와 비교하면 뚜렷한 차별성이 없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사진=스테이블코인 디지털자산 업계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