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닝 브리핑

케빈 워시 지명에 세계 경제 '요동' …금, 은, 그리고 국장 급락 왜? [이브닝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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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 지명에 세계 경제 '출렁'

트럼프 대통령이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신임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에 지명했습니다. 예상 밖이었습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등 트럼프의 '금리 인하' 요구에 더 적극 '예스'를 외칠 인사들에 무게 실린 전망이 팽배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과거 연준에서 대표적 '매파'였던 워시였습니다.

워시는 35세이던 2006년 2월 최연소 연준 이사가 됐습니다. 2011년 3월까지 연준에 근무하면서 '물가 압박' 우려를 내세워 금리 인상을 줄기차게 외쳤습니다. 무엇보다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양적 완화, 즉 미 국채를 무제한으로 사주던 당시 연준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결국 이에 대한 반발로 연준 이사직에서 물러나기까지 했습니다.

파월을 흔들며 연준의 독립성을 위협하던 트럼프가 오히려 매파적 인물을 지명하자 시장은 '깜짝' 놀랐습니다.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면서 안전자산, 즉 금과 은에 몰리던 돈이 급격히 빠졌습니다. 국제 금 선물은 현지 시간 지난달 30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전날보다 11.4% 하락했고 은 선물은 하루 만에 31.4%나 폭락해 지난달 초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금은 1980년 1월, 은은 1980년 3월 이후 최고 낙폭입니다. 가상화폐, 코인 시장도 허물어졌습니다. 비트코인은 31일 장중 9% 넘게 폭락했고 이더리움의 하락폭은 두 자릿수를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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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워시를 선택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금리 인하 요구와 상충되는 듯한 '매파' 워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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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연준의 근본적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지입니다. 트럼프와 워시의 가장 큰 공통점은 현재 연준 시스템에 대한 강한 불신입니다. 워시는 그간 연준이 "지나치게 데이터에 의존해 관료화됐다"고 비판하며 대대적인 '체제 전환'을 주장했습니다. 트럼프는 워시를 통해 파월 체제의 연준 대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중앙은행 모델을 구축하려 들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두번째는 '정책 믹스'를 통한 금리 인하 명분을 확보하자는 것입니다. 워시는 줄곧 "중앙은행의 비대해진 자산(보유 미 국채)을 팔아 대차대조표를 축소한다면, 물가 자극 없이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논리를 펴왔습니다. '긴축적 자산 관리에 완화적 금리 정책'이라는 조합으로, 트럼프가 원하는 금리 인하를 실현하면서도 시장 신뢰(물가 안정 의지)를 동시에 챙기겠다는 전략입니다.

세번째, 미디어 소통 능력과 '중앙 무대' 이미지를 높이 샀다는 설명입니다. 트럼프는 워시를 지명하면서 "그는 '중앙 무대' 스타일로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워시는 젊고 스마트한 이미지에 월가(모건스탠리) 경력까지 갖춰, 트럼프의 경제 정책을 대중과 시장에 설득력 있게 전달할 최적의 인물이라고 봤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어쩌면 가장 큰 이유일지 모르겠습니다. 워시의 장인은 에스티로더 가문 상속자인 로널드 로더입니다. 로더는 트럼프 대통령의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동문으로 그의 든든한 정치자금 후원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그린란드 병합 아이디어를 입력한 인사가 로더라는 보도도 나온 바 있습니다. 개인적 연으로 묶여 있으니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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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 코스피 및 코스닥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워시의 지명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입니다.

우선 환율 시장에서 '강달러'의 귀환과 점증될 원화 약세 압력을 꼽을 수 있습니다. 워시 지명 직후 원/달러 환율은 즉각 반응하며 1,450원선을 다시 돌파했고 오늘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1,460원마저 넘어섰습니다. 워시가 연준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인물로 평가 받으면서, 미 달러화의 신뢰도가 회복된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달러로 다시 돈이 몰리자 가뜩이나 약세였던 원화 가치는 더 떨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문제입니다. 상기했듯이 워시는 금리 인화와 이를 위한 명분 내지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미 국채 처분, 이른바 대차대조표 축소를 조합하는 정책을 가져갈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단기 금리는 떨어지겠지만 미국 장기 금리는 채권 가격 하락과 시중의 유동성 흡수로 인해 올라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장기물 중심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외국인 자본 유출 압력을 높여 환율 상단을 더 높이는 요인이 될 전망입니다.

당연히 우리 주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달러 환율 상승은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셀 코리아 기조로 돌아서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여기에 미국 증시가 기술주 중심으로 하락하는 것과 같이 한국 증시도 특히 기술주, 성장주에 더 큰 하방 압력이 가해질 전망입니다. 장기 금리 상승은 미래 수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할인율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주나 2차전지, 바이오 등 성장주에는 더 큰 악재입니다. 실제 오늘 코스피는 5천 포인트가 무너지며 급락했습니다. 다만 워시의 정책으로 장기 금리가 오르고 단기 금리가 낮아지는 '수익률 곡선의 가팔라짐(Steepening)'이 나타나면, 은행의 예대마진이 개선되는 만큼 금융주에는 호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답지 않아서.."

워시 지명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만 적어도 미 달러와 미국 경제에 최악의 선택은 아니라는 평가는 분명해 보입니다. 미 달러화에 대한 '손절' 분위기는 돌려놓았습니다. 하지만 짚어봤듯이 우리 주식 시장, 경제에 호재는 아닌 듯합니다. 미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불확실성 제거로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우려가 더 큽니다. 역설적입니다. 트럼프가 예상과는 달리 '더 상식적이고 정상적' 선택을 한 탓에 세계 경제는 '깜짝' 놀라고 우리는 '당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되니 말입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주장이 강하고 속된 말로 '기가 센' 인사를 발탁했다가 좋지 않은 결말을 맺은 적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1기 때 존 볼턴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 2기 때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공동수장이 떠오릅니다. 이번에도 두고 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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