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는 왜 할머니를 감금 폭행했나
3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재력가와 무속인, 위험한 공생'이라는 부제로 할머니를 감금폭행한 패륜 범죄에 숨겨진 진실을 추적했다.
지난해 4월, 거동이 불편한 80대 여성 정 씨가 늦은 밤 히치하이킹을 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이 여성의 얼굴 상태는 처참했다.
몸 곳곳에서는 멍이 들어 있고 얼굴과 갈비뼈가 골절된 정 씨. 그는 아들 집에서 일주일째 감금되어 손자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손자가 잠든 사이에 겨우 빠져나와 도움을 요청했다는 할머니.
그런데 피해자의 가족들은 할머니와 유독 돈독했던 손자가 그런 패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믿지 못했다. 자신의 친할머니에게 "할머니는 죄인이에요. 이러시면 할머니 진짜 지옥 가요"라며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폭행한 손자 고선우. 구치소에 수감된 고 씨는 가족들의 접견도 거부하고 침묵했다.
1심 재판에서 특수 중 존속감금치상 등으로 3년형을 선고받은 고 씨. 계속해서 침묵을 지켰던 고 씨는 최근 가족들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누군가의 협박이 두려워 범행을 했다고 했다.
편지를 통해 고 씨가 지목한 인물은 고 씨의 집에 딸린 별채에서 살고 있던 표 씨와 박 씨. 40대 무속인 박 씨와 재력가 집안의 전 사위였던 표 씨. 이들은 고 씨의 이야기에 대해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고 씨에게 폭행을 지시하던 박 씨는 제 집처럼 고 씨 집을 드나들고 가족들을 하수인처럼 부렸다. 그리고 직접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하기도 하고 비닐장갑을 끼고 직접 폭행을 하기도 했다.
또한 피해자를 사망한 며느리 영정 사진에 무릎을 꿇리고 고해성사를 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쇠꼬챙이를 이용해 피해자를 괴롭히기도 했다는 것.
할머니가 듣는 앞에서 무시무시한 위협을 하기도 했던 박 씨. 이에 피해자는 더 이상 버티다가는 큰일이 나겠다는 생각에 손자가 잠든 틈에 집 밖으로 나가서 인근 파출소에 신고를 했다.
그런데 신고 후 피해자의 손녀가 갑자기 실종되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사건 당시 모든 것을 지켜보았던 중요 참고인이었던 손녀는 자살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사라졌다. 그런데 손녀가 유서를 전송한 시간에 집 근처를 배회하는 의문의 차량이 포착되었다. 그리고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유서를 작성한 것은 박 씨였고 그가 직접 피해자의 손녀를 다른 곳으로 보냈던 것이었다. 자살 소동과 실종 모두 박 씨가 꾸민 것. 피해자의 신고로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경찰을 속일 방법을 궁리했던 것이었다.
편지를 통해 박 씨의 연인인 표 씨에 대해 두려움을 드러낸 고 씨. 빈번히 자신이 재력가의 사위였음을 강조한 표 씨는 고 씨 남매들에게 자신의 부를 과시했다. 하지만 표 씨가 정작 머문 곳은 고 씨에 마당 뒤편에 딸린 작은 농막이었다.
그리고 이삿짐 하나 없이 박 씨와 함께 농막에서 동거를 했다. 금방 떠날 줄 알았지만 자리를 잡고 살기 시작하며 고 씨 삼 남매와 가까워진 두 사람.
특히 선우 씨는 표 씨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다니며 그와의 친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직장 내 따돌림이 있었던 선우를 위해 해결사를 자청했던 두 사람. 무조건적으로 자기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해 선우는 두 사람에 대한 전적인 믿음과 호감을 갖게 된 것이었다.
이후 표 씨와 박 씨는 고 씨 남매에게 금전적인 호의도 베풀었고 이에 이들은 더욱 가까워졌다. 그런데 고 씨 남매의 아버지는 남매들이 그들과 가까워질수록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
매번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자리와 잦아지는 밤 외출이 반복되고 두 사람에 대한 믿음이 두터워지며 친부인 자신을 적대시하게 되었다는 것.
특히 박 씨와 표 씨는 삼 남매의 어머니 사망 원인이 친부에게 있다며 가족들 사이의 이간질을 시켰다. 이에 화가 난 친부는 처음으로 아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는데 이 일로 긴급 체포되며 삼 남매와 완전히 분리되고 말았다.
이후 더욱 활발하게 집에 드나든 박 씨와 표 씨는 삼 남매를 가스라이팅했다. 그리고 손주들이 걱정되어 먼 길을 달려온 할머니에게 끔찍한 일을 했다.
선우 씨는 어머니의 기일을 맞히고 영험한 기운을 읽어내는 신묘한 일들이 많았던 박 씨를 믿게 되었고 어머니의 넋을 달래야 한다는 말에 800만 원을 주고 굿을 하기도 했다.
어머니를 그리워 한 자녀들의 결핍을 교묘하게 파고든 박 씨와 표 씨는 어머니의 사망 보험금으로 산 땅이 다른 사람 명의로 넘어가 있다며 직접 되찾아주겠다고 했다.
찾아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는 땅을 찾아주겠다고 나선 두 사람은 삼 남매에게 명의자를 향한 공격을 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삼 남매는 명의자들이 하지도 않은 일로 이들을 고소했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명의자들은 더 이상 박 씨와 엮이고 싶지 않다며 학을 뗐다. 오해에서 비롯된 일을 당사자들끼리는 원만하게 해결했지만 박 씨와 표 씨는 이들에게 갖은 협박을 하며 이들을 괴롭혔다.
또한 이해할 수 없는 분노의 화살은 아버지 고 씨에게도 날아갔다. 박 씨는 아버지 고 씨에 대해 아내를 살해한 살인자에 딸을 성폭행한 성폭행범이라는 소문을 만들어냈다.
과거 신 딸이 다른 이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을 불편해했던 박 씨는 신 딸과의 사이가 틀어지자 주변인들에게 연락을 돌리며 괴롭혔다. 그리고 그가 자신에 대한 험담을 퍼뜨리고 다닌다며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했다.
그런데 왜 타깃이 된 지도 모른 채 박 씨에게 비슷한 피해를 본 사람은 한 둘이 아니었다.
신당에 점을 보러 온 표 씨에게 호감을 갖게 된 후 표 씨와 연인이 된 박 씨. 그는 표 씨를 만나며 점점 과소비를 하게 되고 명품을 과시했다. 그리고 가족 간의 채무 문제가 터지면서 집을 떠나 표 씨와 연천에 정착하게 된 것.
전문가는 표 씨의 위세는 빛바랜 지 오래일 것이라며 박 씨가 그러한 현실을 깨달았음에도 그것을 바라보고 싶지 않아 회피했을 것이라 추측했다. 또한 표 씨를 통한 허세를 활용하는 식으로 했을 것이라며 표 씨가 그에게는 구세주 같은 존재였을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전문가는 표 씨도 박 씨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했다며 "당시 표 씨가 정서적으로 다소 취약해져있지 않았을까 싶다. 가스라이팅이 지배적일 때는 정서적으로 동일시되는데 박 씨를 향한 공격이 나를 향한 공격으로 여겨졌을 거다. 박 씨가 무시당하고 있는 상황은 나를 향한 무시라고 느껴진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이혼 과정의 스트레스를 박 씨가 많이 해소해 줬다고 밝힌 표 씨. 그리고 표 씨를 만나면서 자아가 과대하게 포장된 박 씨. 전문가는 이혼 후 지위가 낮아지며 괴리감을 느꼈을 표 씨가 박 씨를 만나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며 다른 사람을 약탈하거나 피해를 주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작진을 만나 할머니에 대한 죄책감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쏟아낸 선우 씨. 그는 법정에서 진실을 밝힐 것을 약속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현재 할머니를 포함한 가족들은 선우 씨에 대한 탄원서 제출한 상태. 법률 전문가는 "심리 지배는 법정에서 잘 인정하지 않는데 1심에서는 이를 인정했다"라며 "어느 정도 심리 지배를 당했느냐 여부에 따라 1년 정도 감형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예상했다.
(김효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