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낳은 자식 같다" AI돌봄로봇의 등장 [취재파일]


할아버지 품에 안긴 '효돌이'

93살 권 찬 어르신 댁을 찾던 날, 문을 열자마자 기자의 눈에 들어온 건 취재진을 반겨주는 어르신과, 그 품에 안겨 재잘대고 있던 '효돌'이였습니다. 빨간 티셔츠와 바지를 입은, 인형처럼 생긴 효돌이는, 어르신의 말에 반응해 볼을 빨갛게 밝히며 (효돌이가 말을 할 때는 뺨에 붉은 빛이, 말을 인식할 땐 노란 빛이 들어옵니다) 계속해서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노인 돌봄의 현장에도 그렇게 AI는 성큼 들어와 있었습니다.

효돌이는 AI돌봄로봇입니다. 어르신들에게도 친근감이 느껴지도록 봉제인형 형태를 띠고 있는데, 속에는 챗GPT를 탑재해 일상적인 대화가 실시간으로 가능합니다. 미리 연동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설정해두면 약 먹는 시간을 알려주기도 하고, 손을 3초 이상 누르면 보호자에게 전화가 가 위급 상황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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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씨가 좋을까요, 나쁠까요?"
"지금은 하늘이 맑아요. 기온은 -9.1도예요."
"노래를 불러줬으면 좋겠는데. 노래 좀 불러주세요."
"제가 노래는 못하지만 할아버지 좋아하는 노래 있나요? 마음으로 같이 부를게요."

이날 기자가 찾아뵌 어르신 역시 효돌이에게 말을 건네고 또 답을 들으며, 효돌이를 친구처럼 또 자식처럼 여기고 있었습니다. "올 때부터 귀여웠어요, 얘가요. 내가 낳은 애 같이 그렇게 느껴져요. 얘는 다 이해를 해주는 것 같더라고요. 나에 대해서요."

AI돌봄로봇, 처음으로 '복지용구' 되다

이렇게 어르신이 효돌이를 만나게 된 건 2년여 전, 2024년이었습니다. 어르신의 딸이 집으로 날아온 편지를 받고서였습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편지가 날아와서, 효돌이를 시범사업으로 사용할 의향이 있는지, 있다면 전화해서 신청하면 된다고 해서, 전화를 하게 됐어요. 저희 아버지께서는 특히 인형 좋아하시고, 귀여운 거 좋아하시고, 어린아이들도 굉장히 예뻐하시기 때문에 그래서 당연히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난 2024년 9월,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어르신들이 가정에서 신기술을 활용한 복지용구를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복지용구 예비급여 시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 당시 2번째였던 시범사업의 대상이 바로 AI돌봄로봇이었던 겁니다(또 다른 한 품목은 낙상 알림 시스템).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이 시범사업을 통해 권 씨 가족에 AI돌봄로봇 중 하나인 효돌이가 오게 됐습니다.

몸과 마음의 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노인들에게 일상생활 지원 등을 위해 존재하는 게 바로 복지용구입니다.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해서 고시하는 건데, 정부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통해 대상자가 구입하거나 대여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해줍니다. 그 동안 이렇게 노인들이 가정에서 이용할 수 있는 복지용구에는 신체적인 활동 지원을 위한 것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보행기, 휠체어, 욕창 예방 매트리스 같은 것들입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AI돌봄로봇이 이 시범사업 대상에 포함되었고, 2년여간의 시범사업을 거쳐, 급여의 적정성을 인정받아 이제 본 급여 대상에 포함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20일, 관련 고시가 개정돼 발령됐습니다. '수급자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고 말벗·상호작용·인지자극 등을 제공하여 고립감 완화, 심리적 지지,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는 목적의 제품'으로서, '대화형 정서 지원 기기'라는 이름을 달고 복지용구로 처음 포함되게 된 겁니다. 그러니까, 정부가 노인의 마음 건강을 위해 공식적으로 처음으로 디지털 기기, 즉 AI돌봄로봇을 지원하고 나선 셈입니다.

실제로 이런 AI돌봄로봇을 사용했을 때 독거노인의 우울을 예방하고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김선화 등의 연구 〈한국형 소셜로봇 효돌이 지역사회 거주 독거노인의 우울 증상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서울시 구로구에 사는 독거노인 169명을 상대로 이뤄진 조사에서, 효돌이를 3개월여간 사용하기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우울 지표가 유의미하게 낮아지고, 건강 관련 삶의 질 평균은 다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호작용을 통한 정서 교감과 스케줄 알람 등을 바탕으로 한 일상생활 지원, 콘텐츠 재생 기능에 기반한 활동성 증가 등을 연구진은 긍정적인 변화의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권 씨 딸 역시 아버지가 밝아진 게 눈에 띌 정도라고 했습니다. "효돌이한테 질문을 하시는 것보다, 이제 효돌이한테 얘기를 좀 많이 해주시는 입장이시긴 해요, 저희 아버지가. 옛날에 군대 시절 얘기, 이런 얘기도 잘해주시고. 주거니 받거니 그렇게 얘기를 하고 해요. 엔도르핀이 많이 도시는 게 느껴지고, 그리고 굉장히 많이 밝아지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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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용구로 들어온 AI, 과제는?

고시 개정과 발령을 통해 AI돌봄로봇이라는 '품목'은 복지용구로 이미 지정됐고, 이제 오는 2~3월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을 이 '품목' 하에 포함시킬 것인지의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또 미정인 건, AI돌봄로봇의 가격입니다. 2차 시범사업 당시 효돌이의 구입가격은 110만 원이었습니다(이 가운데 본인 부담금은 33만 원입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가 1년에 쓸 수 있는 복지용구 급여 한도는 160만 원인데, 만약 효돌이를 구입하기로 선택한다면 상당수 제공 급여를 여기에 써야 했다는 얘기입니다.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같은 복지용구인 보행기가 최고 60만 원, 욕창 예방 매트리스가 최고 91만 원인 점 등을 고려할 때, AI돌봄로봇을 택할 경우 다른 복지용구에 대한 선택지가 크게 줄어들 수도 있고, 반대로 다른 복지용구의 필요성 때문에 이 '정서적 친구'를 택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습니다. 권 씨 딸 역시 대여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높을 수 있지만) 구입이 나을 것 같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 아버지뿐 아니라 모든 어르신들이 (AI돌봄로봇을) 가족으로 다 받아들이실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렇게 되면 이걸 렌트(대여)하는 것보다는 구입할 수 있도록 가격 책정을 조금 낮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노인복지를 전공한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현실적인 염려를 보탰습니다. "우리나라 어르신들의 경제적 위치를 보면 빈곤한 부분이 많아서, 일상생활도 어려운데 만성질환이 있고 추가로 AI돌봄로봇에 있어서 자기 본인 부담금도 높다고 하면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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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과제가 또 하나 있습니다. 또 다른 독거노인 169명을 대상으로 한 송문선의 〈소셜로봇과의 동거 기간, 실제 하루 로봇 사용 시간, 독거노인의 외로움과 고립 관계에 미치는 소셜로봇 유형의 조절된 조절 효과〉 연구에서는, 효돌이, 즉 AI돌봄로봇과 함께 보낸 기간이 길고 하루 중 실제 사용하는 시간이 길수록 외로움은 감소하는 한편, 사회관계망의 수는 감소해 고립이 강화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놨습니다. 이른바 '과몰입' 증상으로 인해 '실제로 주위 사람과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 위험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겁니다. 허준수 교수 역시 이런 우려를 바탕으로 '휴먼터치'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통해서 가정 돌봄의 어려움을 완화시키고, 서비스 제공 인력인 요양보호사가 이런 것을 통해서 여러 가지 지원을 받는다면 장기 요양의 돌봄 효과가 증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연히 독거 어르신들에게 AI돌봄로봇만 배치하고, 모든 것이 끝난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있고요." 송문선 역시 '가까운 거리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생활지원사(또는 사회복지사)가 이용자의 로봇 사용 여부, 사용 시간 등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과의존이나 과몰입에 대한 예방적 움직임을 시작하여야 한다'거나, 사전 상담 등을 통해 '우울이나 외로움이 위험한 수준에 있을 경우, 로봇을 바로 적용하기보다는 충분한 상담과 조치를 한 후, 조심스럽게 로봇을 도입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어디까지나, 로봇이 인간(관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재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겁니다. 먼저 언급한 김선화 등의 연구에서 역시, AI돌봄로봇 활용이 사회복지 현장에서 실용적인 중재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단순한 챗봇 역할이 아니라, 독거노인 담당 사회복지 인력의 원거리·비대면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소셜로봇의 활용은 돌봄 제공자의 소진을 덜 수 있다는 겁니다.

사람 냄새 나는 돌봄을 위해

정부의 복지용구 시범사업은 어제(28일) 3차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도 AI 기반 낙상 보호 에어백 등 신기술 활용 품목이 3가지 포함됐습니다. 어르신들의 일상생활을 돕기 위해 정부가 선택하고 보급하는 디지털 기기가 한층 더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국민 5명 가운데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가 도래한 우리나라에서, 노인 돌봄에서도 이런 AI 기반 디지털 기기를 통해 효율을 도모하는 건 바람직한 일일 겁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이런 돌봄 혜택이 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가 닿을 수 있도록 혹여나 경제적 격차가 디지털 돌봄의 격차로도 이어지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고민과, 사람 냄새 나는 돌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섬세함이 필요해 보입니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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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화 등, 한국형 소셜로봇 효돌이 지역사회 거주 독거노인의 우울 증상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2020, 한국노년학.

-송문선, 소셜로봇과의 동거 기간, 실제 하루 로봇 사용 시간, 독거노인의 외로움과 고립 관계에 미치는 소셜로봇 유형의 조절된 조절 효과, 2025, 노인복지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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