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넷플릭스 같은 OTT에 밀리고 있는 극장이 영화 큐레이션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특히 20·30 세대가 재개봉한 과거의 명작들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고 있습니다.
보도에 이주형 기자입니다.
<기자>
'화양연화'라는 말은 왕가위 감독이 영화 제목으로 쓰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중년 남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다룬 이 영화는 영화 역사상 최고의 멜로 영화로 꼽힙니다.
이 영화가 최근 미공개 버전을 넣은 특별판으로 돌아와 개봉 한 달도 안 돼 4만 5천 명의 관객이 들었습니다.
신작까지 포함한 올해 독립예술영화 흥행 2위의 성적입니다.
'화양연화'와 같은 날 개봉한 타이완의 거장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예술 영화 '하나 그리고 둘'도 3시간 가까운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누적 3만 관객을 훌쩍 넘겼습니다.
두 영화는 지난 2000년 칸 영화제에서 각각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받은 걸작입니다.
[이지은/'하나 그리고 둘' 관객 : 21세기 최고의 영화 중에 항상 상위권에 뽑히는 영화여서 궁금했는데 OTT에서 볼 수 있는 곳이 전혀 없어서, 마침 재개봉한다고 해서 영화관에서 직접 보고 싶어서….]
두 구작의 주 관람객은 40·50대 이상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20·30대 비율이 약 60~70%에 이를 정도로 높습니다.
이유는 뜻밖입니다.
나갈 수 없다, 끊어볼 수 없다, 빨리 돌려볼 수 없다는 극장의 한계가 젊은 관객들에게는 오히려 극장만의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유정민/'화양연화' 관객 : 저한테 제일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나갈 수 없다는 강제성인 것 같아요.]
이달만도 '철도원', '퐁네프의 연인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등 2, 30년 전 명작들이 줄줄이 재개봉했습니다.
OTT처럼 극장도 검증된 구작 영화들을 1년에 200편 넘게 큐레이션하고 있는 겁니다.
이 영화들은 대개 4K 리마스터링을 거쳐서 디지털화됐지만, 원본은 필름으로 찍은 터라 OTT보다는 스크린에서 볼 때 체험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극장이 신작뿐 아니라 과거 명작을 최적의 환경에서 보는 '고급 OTT' 같은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VJ : 오세관, 영상편집 : 원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