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훈식 비서실장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청와대발(發) 출마 러쉬가 시작됐습니다. 이재명 정부 초대 정무수석이던 우상호 전 수석이 사직했고 김병욱 정무비서관, 이선호 자치발전비서관도 잇따라 청와대를 떠났습니다. 출마'설'까지 포함하면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사만 10명이 넘습니다.
그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건 역시 '훈식이형',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출마 여부입니다. 김민석 국무총리 정도를 제외하면 명실상부한 정권의 '2인자'이기 때문입니다. 강 실장의 출마 여부는 지방선거 전체 판도를 요동치게 할 주요 변수로도 꼽힙니다. 강 실장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1월 5일, CBS 라디오 인터뷰)며 즉답을 피하고 있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의 출마 여부에 대한 관심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 대통령 "개구리처럼 어디로 튈지"…출마 여지 열어줬나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 발언은 가뜩이나 뜨거운 강 실장 출마설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강 실장의 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기자 질문에 "정치는 살아 있는 뭐라고 하던데, 개구리처럼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떤 사람이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는가는 제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고, 또 전혀 예측 불가능하다"고도 언급했습니다. 강 실장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맥락으로 읽혔습니다.
강 실장은 평소 주변에 자신의 출마 여부가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통령의 참모이니 당연한 말이기도 하지만, 이른바 '비명계'였던 자신을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발탁한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의리'를 지키는 건 더욱 중요한 일이기도 했을 겁니다. 더군다나 청와대 참모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전보다 대통령이 되고 난 뒤 강훈식 실장에게 더 큰 신뢰를 갖게 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평소 이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인재상이 '일 잘하는 사람'인데, 막상 비서실장을 시켜놓으니 생각보다(?) 일을 더 잘하더라는 겁니다.
그런 이 대통령이 만약 강훈식 비서실장을 잡고 놔주지 않는다면, 출마 여부는 강 실장 본인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이 대통령은 먼저 사직한 우상호 정무수석 등의 '이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자기 길을 찾아가는 것"이라며 "우리가 꼭 같이 가야 하는 관계는 아니니까 이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강 실장이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한다면', 해석하기에 따라선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할 수 있다는 말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기름을 부었다면, 불씨는 앞서 대전·충남 통합이 본격 추진되면서 붙었습니다. 시작은 2024년 말 국민의힘 소속 이장우 대전시장, 김태흠 충남도지사의 통합 추진 공동 선언이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충남 타운홀미팅에서 "(통합이) 바람직하다"며 전폭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을 뽑자"는 데드라인도 제시했습니다.
대전광역시와 충청남도가 통합되면 인구만 약 360만 명으로, 경기도와 서울에 이어 전국 3위 수준의 메가시티가 탄생합니다. 강훈식 비서실장 주변 인사들에게선 "(출마하지 않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말이 나옵니다. 만약 당선될 경우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5극 3특' 체제의 초대 통합 단체장이라는 점에서 상징성도 크기 때문입니다.
강 실장이 출마할 경우 당선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강 실장은 고향인 충남 아산을에서 2016년 20대 총선부터 내리 3선 국회의원을 지냈습니다. 20대 총선(2016) 때 47.61% 득표율에서 21대 총선(2020년) 때 59.71% 득표율로 압승을 거두더니 22대 총선(2024년)에선 60.35%로 충청권 당선자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는 얘기입니다.
지난해 12월 KBS대전방송총국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충남도지사 적합도 조사에서 강 실장은 현직인 김태흠 충남지사(21%)에 이어 17%로 2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1위는 아니지만 3,4,5,6위가 모두 민주당 소속 양승조 전 충남지사(12%), 박수현 의원(4%), 복기왕 의원(3%), 박정현 부여군수(1%)라는 점과 현직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열세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조사의뢰 : KBS대전방송총국, * 조사기관 : 한국리서치, * 조사일시 : 2025년 12월 24일, 26~27일, * 조사방법 :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강 실장은 여권 서울시장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렸습니다. 이재명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발탁된 이후,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한 탓이 컸습니다. 당시 여권 일각에선 '충남도지사로 나가기에는 체급이 너무 커졌다'는 말도 나왔습니다만, 대전·충남 통합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현재로선 대전·충남 통합단체장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깁니다. 물론 강 실장 본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출마 여부를 포함해, 어떤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태입니다. 다만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강 실장이 나오면 선거 전체 판도가 요동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훈식이형'으로 실세 인증세간에서 '훈식이형'이란 호칭이 화제가 된 건 지난해 12월, 문진석 민주당 의원이 보낸 인사청탁성 메시지에 김남국 전 의원이 "훈식이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는 답장을 보낸 게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였습니다. 김현지 부속실장을 둘러싼 '비선 실세'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대통령실은 한동안 곤욕을 치렀지만, 정치권에선 '훈식이형'은 손해본 일 없이 '실세 인증' 했다는 말들이 나왔습니다. 직제상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권'이 강 실장에게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해당 자리는 대통령실 인사권과는 관계없는 자리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이 대통령조차 지난 연말 세종시 업무보고 때 "훈식이형 땅 산거 아니에요?"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자칫 사고로 번질 수 있던 사건을 유머러스하게 넘긴 셈입니다.
사실 정치권에서 강 실장이 후배 의원들과 보좌진, 기자들에게 '훈식이형'으로 통한 지는 제법 오래 됐습니다. 특유의 친화력과 리더십, 정무 감각으로 가는 곳마다 분위기를 리드하는 스타일입니다. 재선, 3선을 거듭하며 동료 의원들 사이에선 정무 능력과 정책 능력을 겸비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야당과도 소통이 된다는 평가를 듣습니다. 재선 의원 시절 야당 예결위 간사를 맡아 당시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윤석열 정부 고위인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예산 협상을 이끈 일화는 나름 유명합니다.
처음부터 잘 나갔던 건 아닙니다. 2008년, 2012년 총선에 두 차례 도전했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셨고 종편 패널,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이를 갈았습니다. 강 실장은 그때의 본인을 '여의도 건달'이었다고 표현합니다. 주머니에 5천원이 있으면, 밥을 사 먹는 대신 구두를 닦았다고 말합니다. 3수만에 금배지를 달았고, 재선, 3선도 했지만 아쉬운 건 인지도였습니다. 방송 등으로 얼굴을 알리긴 했지만, 강 실장은 극단적인 메시지로 주목을 끄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정치의 양극화가 심해지며 더 독하고, 극단적인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이 주목을 받는 정치 풍토가 생겼지만 강 실장은 그런 시류와는 거리를 뒀습니다. 정치권 내부에선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그만큼 인지도는 쉽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 강 실장이 이재명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에 발탁됐을 때 주변에선 '날개를 달았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제는 글로벌 프로듀서가 된 JYP,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장이 강 실장을 '샤라웃'('Shout out'을 한국식으로 표기한 말로,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전하거나 존경을 표하며 언급'하는 행위)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유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박 위원장이 대중문화교류위원장 수락 배경과 관련해 "3개월을 거절했지만 강훈식 비서실장이 (거절 이유로 언급한 것들을) 해결해 오셔서 나중에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고 언급한 겁니다. 20~30대 젊은층 사이에선 이때 강훈식 실장을 알게 됐다거나 관심을 가졌다는 이들도 상당합니다. 비록 '간접출연'이었지만 예능으로까지 인지도를 알린 셈입니다.
'대통령 결단'과 '통합 시간표'는 변수가능성과 인지도를 갖췄다면, 결국 강 실장 출마의 가장 큰 변수는 '대통령의 결단'과 '통합 시간표' 정도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대통령의 결단'에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따라붙습니다. 하나는 시점이고, 하나는 후임 비서실장 인선입니다.
대전·충남 통합특별법은 아직 발의도 못 했습니다. 지금으로선 대통령이 뭐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강 실장도 마찬가집니다. 출마 여부를 언급했다가는 자칫 '대통령 참모를 통합단체장으로 만들기 위해 통합을 추진한다'는 야당의 비판을 부를 수 있습니다.
이보다 중요한 변수는 '후임 비서실장 인선'입니다. 한 여권 고위관계자는 "대통령과 강 실장의 '케미'(Chemistry, 화학이란 뜻이지만 궁합, 조합이란 뜻으로도 쓰임)가 워낙 좋아 대통령이 강 실장을 안 놓아주려고 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 여권에선 차기 비서실장을 강력히 희망하는 인사 몇 명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대통령 눈에 차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집권 2년차 '대도약'을 제시하며 본격적인 국정 성과를 내려는 이 대통령에게는 여당의 지방선거 승리도 중요하지만 '유능한 비서실장'도 여전히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통합 시간표'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일단 통합이 되어야, 출마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서울시장이라는 선택지도 있긴 합니다) 민주당은 광주전남, 대전충남 통합특별법을 다음달 설 전에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두 곳은 상황이 약간 다릅니다. 광주전남은 두 지자체 단체장이 민주당 소속이지만, 대전충남은 모두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이기 때문입니다.
통합을 환영하는 입장이었던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 21일 "대전충남 통합이 '5극 3특'이라는 대통령의 공약 추진을 위한 쇼케이스, 선전용 홍보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깎아내렸습니다. 정부의 통합 지원책이 미흡하다는 명분도 있지만, 이면에는 자칫 통합 주도권을 여당에 내주고 단체장 자리마저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입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국민의힘이 지선 전 통합을 반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강훈식 실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할 것까지 감안해서 국회 일정을 빡빡하게 짜야 하는데, 잘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야당에선 청와대 참모들의 지선 출마를 "무책임한 국정 운영을 보여주는 행태"라고 비판합니다. 여당은 "국정 경험을 지방에 이식하는 '전문성의 선순환'"이라고 반박합니다. 다만 정권 출범 후 첫 선거에 대통령실 또는 청와대 참모가 대거 출마하는 일은 어느 정권에서나 있었습니다. 강훈식 비서실장의 출마 여부가 6월 지방선거의 주요 변수가 될 지, 말만 무성했던 해프닝으로 남을지는 다음달부터 서서히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