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이 야심 차게 추진한 대형 해외 원조 사업들이 줄줄이 지연되면서 예산 낭비는 물론 국가 신뢰도까지 떨어뜨렸다는 취지의 감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현지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기획으로 완공이 수년씩 늦어지는가 하면, 내부적으로는 비위 행위로 직무가 정지된 임원들에게 수천만 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도와주고도 욕먹는' 원조…네팔·캄보디아서 확인된 '기획 부실'
오늘(20일) 감사원이 발표한 코이카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 내 종료된 100억 원 이상 대형 사업 24건 중 83.3%인 20건이 당초 계획보다 평균 2.2년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네팔 누와꼿군 지진피해 복구 지원사업'입니다.
2015년 강진 피해를 입은 네팔 보건소 재건을 위해 현지 주민들은 2017년 9월 "조립식 방식이면 3개월 이내 완공 가능하다"는 취지의 설명을 듣고 사비로 부지까지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코이카는 현지 조달이 가능한 기자재를 무리하게 국내 조달로 추진하다 사업을 지체시켰습니다.
결국 임시 천막 진료소에서 2년 넘게 기다린 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고, 보건소 10개소 등은 2018년 3~10월 사이에야 네팔 보건부에 이양됐습니다.
캄보디아에서는 이른바 '뒷북 대응'으로 일본에 주도권을 내준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코이카가 국가지급결제시스템 구축을 논의하며 의사결정을 미루는 사이, 캄보디아 중앙은행은 2017년 4월 일본 기업과 블록체인 기반 결제시스템 개발 관련 MOU를 체결했고, 2020년 말 유사 시스템 '바콩'을 개발해 개통했습니다.
뒤늦게 완성된 코이카 지원 국가지급결제시스템은 활용률이 당초 계획의 0.001%에 그치며 제대로 활용되지도 못했습니다.
또 코이카 지원 국가지급결제시스템은 23개 은행이 사용한 반면, 바콩은 53개 은행에서 사용 중인 것으로 감사 결과에 적시됐습니다.
■ '비위 이사'에도 성과급 지급…5천억 규모 총괄직도 전문성 검증 절차 없이 뽑아
내부 인사 관리 역시 문제가 있는 걸로 파악됐습니다.
상임이사 A와 B는 지난 2022년 금품 제공 및 승진 인사 부당 처리 등 비위 혐의로 감사원 조사가 개시되면서 2022년 5월 7일부터 직무가 정지됐습니다.
하지만 코이카는 "지급 금지 내규가 없다"는 이유로 이들이 일을 하지 않은 기간(2022.5.7~12.31)을 포함해 각각 800만 원과 1,700만 원의 성과급을 추가로 지급했습니다.
또 약 5,000억 원대 업무 계약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인 상임이사를 선발하는 과정도 매우 허술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23년 8월 10일 채용 당시 코이카는 구체적인 직위나 전문 자격요건도 명시하지 않은 채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학식과 경험"이라는 일반적 기준만으로 공고를 냈습니다.
전문성 검증 요건도 없이 '깜깜이' 식으로 임원을 선발한 셈입니다.
■ 감사원, "사업 기획 단계부터 전면 개선해야" 주의 통보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총 12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확인하고, 코이카 이사장에게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습니다.
특히 사업 지연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부실한 예비·기획 조사 단계를 단축하고, '사업요청서 검토위원회'를 상시 운영하는 등 사전 절차를 내실화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또한 비위 임원에 대한 보수 규정을 정비하고, 임원 선발 시 직무 특성에 맞는 구체적인 자격요건을 설정하는 등 인사 업무를 철저히 관리하라고 주의 조치했습니다.
감사원 관계자는 "해외 원조 사업은 국가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만큼 파급 효과가 크다"며 "기획 단계의 지연 요소를 최소화하고 외교부의 ODA 연계사업 관리·감독 시스템도 전반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