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인트로
00:45 "돈 벌게 해준다더니" 시작된 지옥
01:54 '김 선생님' 믿고 왔는데...
03:09 정부, 무더기 인신매매 인정
03:35 이래서 캄보디아 욕할 수 있나
지난해 캄보디아에 한국 청년들이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의해 감금당하고 숨지기도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캄보디아 범죄단지 감금 피해자 : 2층 침대에 묶어서, 수갑으로. 몽둥이로 때리고 전기 고문을 한꺼번에…]
[캄보디아 범죄단지 감금 피해자 : 우리가 사람이 아니고 물건이나 소모품이라고 느꼈어요. 자기네들 이권을 위해서 쓰는 타이어라고. 타이어가 닳으면 버리잖아요.]
우리 청년들을 잡아놓고 강제로 일을 하게 했는데 캄보디아 정부가 왜 움직이지 않는지 분노했었죠.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도 외국인 인신매매 피해자가 무더기로 나왔습니다. 베트남 청년들에게 기술을 배운 뒤 조선소에서 일하게 해주겠다고 홍보해놓고, 막상 한국에 왔더니, 강제로 노동을 시키고 월급까지 다 뺏어간 겁니다.
1. "돈 벌게 해준다더니" 시작된 지옥
20대 청년들은 베트남 현지 유학원에서 한국에 가면 용접 기술을 배운 다음 월급 많이 받는 조선소에 취직 시켜주겠다고 듣고 국내에 들어왔습니다. 이들의 기술교육을 맡은 직업학교는 학원비나 이탈보증금 등 명목으로 청년들에게 각각 2천만 원 넘게 받았는데 베트남에선 5년은 일해야 벌 수 있는 큰 돈입니다. 이들은 직업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지 3개월 만에 목포의 한 공장에 투입됐습니다.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이었지만 법적으로는 기술 연수를 받은 지 6개월이 지나야 실습에 투입될 수 있습니다.
[A 씨/인신매매 피해자 : 수업을 제대로 안 해주고 연수생들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고 느꼈어요.]
용접을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채 바로 일에 투입되다 보니 베트남 청년들은 다치기도 했습니다. 한 연수생은 기계에 손을 베어 꿰매는 치료를 받아야 했고 용접을 계속하다 보니 눈이 붓고 아프기도 했습니다.
[B 씨/인신매매 피해자 : 용접 일하면서 연수생들이 눈하고 손을 다쳤어요.]
고된 일을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했는데 월급은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2. '김 선생님' 믿고 왔는데...
이 사건에서 핵심 역할을 한 건 중간 브로커인 '김 선생님'이었습니다. 베트남 청년들은 브로커 김 모 씨를 김 선생님이라고 불렀는데 이 사람이 직업학교와 베트남 유학원의 중간에서 브로커 역할을 한 겁니다. 베트남 청년들이 입국할 때 데려와서 목포에 있는 조선소에 데려다주는 일도 김 씨가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용접 일을 하면서 "아프다", "힘이 들어서 못 하겠다" "다시 직업 학교로 돌아가 교육을 받고 싶다"고 하자 김 씨는 비자 연장을 안 해줄 것이라며 협박하고 수시로 다그치면서 사실상 강제로 일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비자 연장을 해주지 않아서 한 명은 미등록 체류자로 붙잡혀 강제 출국당했고 한 명은 열흘 동안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되기도 했습니다. 조선소에서 일을 한 베트남 청년 7명의 월급 천백여만 원은 자신이 모두 떼어 먹어서 베트남 청년들은 힘들게 일해 놓고도 돈 한 푼 못 받았습니다. 직업학교에 낸 2천만 원대의 돈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참다 못한 베트남 청년들이 시민단체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경찰에 고소를 했습니다. 경찰은 김 씨가 학생들을 속이고 강제로 일하게 한 혐의가 있다고 봤습니다. 김 씨는 구속돼 지난달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3. 정부, 무더기 인신매매 인정
정부는 이 직업 학교에 있었던 베트남 연수생 16명이 노동력 착취에 의한 인신매매를 당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인신매매 방지법이 2023년부터 시행됐는데 이렇게 많은 숫자가 한꺼번에 피해자로 인정된 건 처음입니다. 인신매매 피해자로 인정되면서 연수생들은 난민 비자라고도 불리는 지원 비자를 받게 될 예정입니다. 이 중 몇몇은 다른 한국어 교육원에 입학해 새롭게 교육을 받을 계획입니다.
4. 이래서 캄보디아 욕할 수 있나
캄보디아에서 한국 청년 사망 사건이 알려지면서 우리 국민들에게 캄보디아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졌죠. 캄보디아 정부가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위험한 곳은 아니다"는 해명 영상을 올리면서 나쁜 이미지를 벗으려 했었는데요. 한국에서 이번 사건처럼 외국인 노동자와 연수생에게 강제노동과 인신매매가 일어난다면 우리가 캄보디아 같은 사건을 지적할 수 있을까요? 베트남에 이 소식이 알려지면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질까요? 최근 한국에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제조업이나 농업, 어업에 외국인들을 많이 들여오고 있습니다. 저출생으로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더 많아질 겁니다. 그러면서 인신매매나 강제노동 같은 인권침해 사건도 늘어날 수 있겠죠. 예전에 '신안 염전노예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이 사건으로 미국 정부가 해당 사업 업장에서 나오는 천일염을 수입 금지하기도 했었죠. 이처럼 인신매매와 강제노동 문제가 불거지면 국제관계나 통상에 있어서도 문제될 수 있어서 국익과 직결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와 연수생들 권리가 침해되지 않고 있는지 정부가 더욱 철저하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취재 : 전형우,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이무진, 영상편집 : 권나연, 디자인 : 육도현,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