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정책에 항의하는 그린란드 주민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야욕으로 촉발된 미국·유럽 간 갈등이 대서양 무역전쟁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가 관세 방침에 맞서 유럽이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준비하면서 당장 2월부터 양측이 통상제재를 치고받는 악순환에 들어갈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27개 회원국 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EU가 검토 중인 맞대응 수단은 크게 두 갈래로 전해졌습니다.
하나는 지난해 미국·EU 무역 협상 과정에서 마련했다가 보류한 930억 유로(약 159조 원) 규모의 보복 관세 패키지입니다.
한 EU 외교관은 미국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보류 중이던 보복 관세가 2월 6일 자로 자동 발효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EU는 작년에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결렬될 경우를 대비해 항공기, 자동차, 버번위스키 등 미국의 주요 수출품에 보복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마련했다가 협상 타결로 시행을 접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의 발동입니다.
'무역 바주카포'라고 불리는 ACI는 EU나 회원국을 경제적으로 위협하는 제3국에 서비스, 외국인 직접투자, 금융 시장, 공공 조달, 지식재산권 등의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로, 2023년 도입 이후 한 번도 사용된 적은 없습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지금이야말로 이 무기를 사용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로이터는 EU 대사들이 보복 조치에 대해 대략적인 합의를 이뤘다고 전했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그린란드에 소규모 병력을 파견한 8개 국가를 상대로 내달 1일부터 10%, 오는 6월 1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EU, 영국과 각각 무역협정을 맺고 EU산 수입품에 15%, 영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관세를 추가 인상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습니다.
유럽의 대응 방향은 정상급 회의에서 최종 조율될 것으로 보입니다.
EU는 오는 22일께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소집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과 그린란드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 방침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보복 관세든, ACI 발동이든 유럽이 실제 행동에 나서게 된다면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수십 년 만의 최대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이 보복 조치 마련을 서두르는 것은 이번 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때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유럽 지도자들이 격앙된 목소리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지만 유럽의 선택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유럽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체제 속에서,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미국의 안보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군사 충돌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무역전쟁 역시 EU가 대미 수출과 금융·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 미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의 강경한 대응과 보복 조치는 유럽의 경제와 안보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