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담배회사 흡연피해 500억 소송 2심도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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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흡연 때문에 발생한 손실을 배상하라며 국내외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소송 2심에서도 졌습니다.

서울고법 민사6-1부(박해빈 권순민 이경훈 고법판사)는 건보공단이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건보공단은 흡연 때문에 추가로 부담한 진료비를 물어내라며 2014년 4월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총 533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533억 원은 30년·20갑년(하루 한 갑씩 20년) 이상 흡연한 뒤 폐암, 후두암을 진단받은 환자 3천465명에게 공단이 지급한 급여비(진료비)입니다.

쟁점은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주장한 담배 설계상 또는 표시상 결함, 즉 불법행위 자체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개별적 인과관계에 관해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흡연과 폐암 사이의 역학적 상관관계만으로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는 없다는 점은 분명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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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어느 개인이 흡연을 했다는 사실과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해서 그 자체로 양자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할 개연성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었습니다.

흡연과 폐암 사이 개연성을 인정하려면 흡연 시기와 기간, 폐암 발생 시기, 흡연 전 건강 상태, 생활습관, 질병 상태의 변화, 가족력 등의 사정을 추가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건보공단은 흡연과 폐암 발생 사이의 역학적 상관관계만으로도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역학적 연구 결과가 특정 개인의 질병에 대한 개별적 원인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환경소송이나 의료소송 등에서 인정되는 '입증책임의 전환' 문제도 주장했으나 이 사례에서 인정되지는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소송에서는 주장하는 쪽이 이를 입증하는 것이 원칙이나 내밀한 정보를 완벽히 알기 어렵고 과학적 관계를 깊이 따져봐야 하는 소송에서는 원고의 입증책임을 전환해 피고 측이 그런 점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토록 하는 것이 예외적으로 인정됩니다.

이런 전제 하에 공해(公害)소송에서는 인과관계에 관한 입증책임이 완화돼야 한다는 공단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담배 제조행위 자체는 유해물질의 전달행위로 보기 어렵고, 발암물질이 흡연자에게 전달되는 것은 흡연자의 구매와 흡연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공해와는 다르다"고 못박았습니다.

재판부는 담배에 대체설계를 선택하지 않은 설계상의 결함이나, 위해성과 의존성 등을 제대로 표기하지 않은 표시상의 결함을 들어 담배회사가 불법행위를 했다는 공단 주장을 전부 배척했습니다.

앞서 1심도 2020년 건보공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1심은 대상자들이 흡연에 노출된 시기와 정도, 생활 습관, 가족력 등 흡연 외의 다른 위험인자가 없다는 사실이 추가로 증명돼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건보공단은 재판 과정에서 3천여 명 환자들의 건강검진 자료와 진단 내역을 일일이 확인하고, 각종 학회와 단체의 연구자료 및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주장을 받아들이는 결론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선고 과정에서 이를 언급하며 "관계자들의 노고와 깊은 열정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며 "우리 사회의 흡연 대한 인식과 대처는 시대 상황에 따라 계속 변화하고 있고, 변화에 따른 새로운 정책과 기준이 수립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이날 판결 선고 뒤 "실망스럽고 아쉬운 판결이지만 언젠가는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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