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인트로
00:52 '휘바휘바' 핀란드는 없다? 1,340km 철의 장막
02:08 뱃길도 하늘길도 다 막혔다…국경지대 직접 가보니
03:01 수영장, 키즈카페, 헬스장이 다 방공호
05:00 우크라 종전협상 이후 높아지는 긴장감…왜?
파리입니다. 오늘은 핀란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산타의 나라, '휘바휘바', 자일리톨의 나라 핀란드는 큰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러시아입니다. 핀란드는 유럽에서 러시아와 가장 긴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입니다. 무려 1천340km나 됩니다. 우리나라 휴전선이 238km인데 5배가 훌쩍 넘는 셈입니다. 이 푸틴이라는 지도자가 지배하는 러시아라는 나라가 바로 내 이웃이다, 그리고 그 이웃이 우리를 마뜩찮게 여기고 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뭐 이보다 더 큰 일이 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NATO 가입국이나 유럽 연합 국가들이 자기들 영토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것 자체가 견딜 수 없는 게 지금 러시아입니다. 그런 대표적인 나라가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같은 발트3국입니다.
핀란드 총리는 공공연하게 틈날 때마다 말합니다 우크라이나 다음 타깃은 자신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입니다.
1. '휘바휘바' 핀란드는 없다?
1,340km 철의 장막
그래서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지금 핀란드가 무엇을 하고 있냐면 일단 국경지대에 철의 장막을 깔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DMZ 같은 철조망을 설치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 160km를 만들었고요 올해 200km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이 철제 장막 옆으로는 도로를 깔고 있고 감시 카메라도 촘촘히 설치하고 있습니다. 제가 올 초에 여기를 갔다 왔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국경 지대가 민통선처럼 넓지 않아서 가까운 데는 러시아 국경을 한 200m 앞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보이는 철망 건너가 러시아였는데 그 너머에 러시아 군대가 있다라고 생각을 하니까 아무 일은 없는데도 긴장되는 건 사실이었습니다. 핀란드도 마음 같아서는 이 철통 방어막을 1천km 다 깔아버리고 싶겠지만,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돈입니다. 지금까지 들어간 돈이 대략 7천억 원 정도입니다. 다 깔려면 산술적으로 다섯 배가 더 들어가야 하는데 더 설치해야 하는 곳은 북쪽입니다. 북쪽은 진짜 얼음과 눈과 늪지대로 깔려 있어서 돈이 훨씬 더 듭니다. 돈 뿐만이 아닙니다. 핀란드는 인구가 500만 명이 전부입니다. 직업군인이라고 해봐야 3만 명 정도입니다. 그리고 러시아하고는 바다도 연결이 되어 있어서 이 인구와 이 군사력으로는 다 막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일단 작년에 막은 데는 왕래가 잦은 곳입니다. 왕래가 잦다는 말은 그만큼 길이 잘 뚫려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2. 뱃길도 하늘길도 다 막혔다…국경지대 직접 가보니
제가 찾아간 데는 누이야마라는 곳인데 1년에 200만 명 정도 러시아 사람들이 오가던 곳입니다. 많을 때는 1천만 명도 왔다는데 그 사람들이 오가던 왕복 4차선 도로를 다 막았고 그 옆에 있던 기찻길도 다 막았습니다. 또 핀란드는 호수가 정말 많습니다 그 호수로 러시아랑 배가 연결돼서 배들이 왔다 갔다 했는데 그 뱃길도 다 막았습니다. 그리고 하늘길도 막았습니다. 러시아 사람들이 하도 많이 와서 핀란드에서는 이용 인원으로만 따졌을 때 다섯 번째로 컸던 그 국제공항은 아예 폐쇄됐습니다. 일단 자동차, 기차, 배, 비행기 등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은 다 막아놓고 그 주변으로 장막을 친 겁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과 후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니까 느낌이 어떠냐, 국경지대 주민들을 만나서 한번 물어봤습니다.
[페트리 꾸오까/핀란드 국경지대 주민 : 지금 보이는 저기 호수 뱃길로 러시아 배가 다녔는데 러시아 안쪽으로 30km 더 들어가곤 했습니다.]
3. 수영장, 키즈카페, 헬스장이 다 방공호?
그런데 핀란드 사람들은 진짜 전형적인 T형입니다. 감정 표현을 정말 자제합니다. 처음 만난 한국인 기자한테 속내를 바로바로 드러 내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도 불안함은 완전히 감추질 못해서 질문 중간중간에 영어로 OK를 뜻하는
'뀰라(Kyllä) 뀰라(Kyllä)'
하면서 이렇게 절제하면서 공감은 했습니다. 불안함을 드러내긴 했는데 그래도 생각보다는 덜 긴장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핀란드는 오래전부터 러시아 공격을 대비해 왔습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게 방공호입니다. 수도 헬싱키를 갔었는데 멀쩡하게 생긴 지하 수영장이 방공호고요. 지하에 만든 키즈카페가 또 방공호였습니다. 다 4천 명, 2천 명 이렇게 대규모로 수용이 가능한데 핵 공격에도 버틸 수 있게 설계돼 있었습니다. 이런 게 헬싱키에만 5천500개 헬싱키 인구가 총 70만 명입니다. 그런데 방공호 수용 인원이 90만 명이었습니다. 수도 인구가 다 들어가고도 남는 겁니다. 그런 이유는 헬싱키는 수도니까 이동 인구도 많고 출장 온 사람, 유학생 등등 감안해서 더 여유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전국적으로는 핀란드 인구의 85%가 한 번에 들어갈 수 있게 방공호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게 가능한 게 핀란드는 바닥 면적이 1천200m², 대략 360평이 넘어가는 건물은 무조건 방공호를 만들게 되어 있습니다. 법으로 정해놨습니다. 또 그 사람들이 먹을 식량이 필요하니까 아예 정부에서 국가비상공급청이라는 기관을 만들었습니다. 이 비상공급청은 비밀창고를 전국 곳곳에 만들어서 6개월 치 전 국민이 먹을 식량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또 핀란드는 또 개인들이 전쟁에 대비해서 집집마다 비상식량과 물품을 준비하는 '코티바라'란 문화도 있습니다. 핀란드가 이러는 건 아픈 역사 때문입니다. 지난 1939년과 40년 사이 겨울에 핀란드는 옛 소련과 전쟁을 했습니다. 겨울전쟁이라고 부르는데 전쟁 기간은 108일로 비교적 짧았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에 2만 5천 명이 숨지고 영토 10%를 뺏겼습니다. 그래서 핀란드는 러시아는 다시 언제든 쳐들어올 수 있다라고 생각하고 대비를 차근차근 해왔던 겁니다.
4. 우크라 종전협상 이후 높아지는 긴장감…왜?
그런데 그 긴장감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진척이 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더 올라가고 있습니다. 핀란드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병력을 러시아 국경지대로 더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3만 명밖에 안 되는 군 병력도 부족하니까 지난해 말에는 예비군 동원 대상을 60세에서 65세로 확대했습니다. 그래서 예비군을 탈탈 다 끌어모으면 러시아 현역 군인 수와 맞먹는 100만 명쯤 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6개월이 의무복무인 남성 징병제 외에 여성도 군 자원 입대를 더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국방비도 유럽 국가 중에 가장 빠르게 증액을 하고 있고요, 혼자선 도저히 러시아가 감당이 안 돼서 중립국도 포기하고 2023년에 NATO에 가입했습니다. 또 핀란드와
발트3국 등 러시아와
가까운 8개 나라는 별도 안보 협의체를 만들어서 공동 대응하기까지에 나섰습니다. 휘바휘바'는 핀란드 말로 '굿굿'이란 말입니다 안타깝지만 지금 핀란드를 둘러싼 정세는 '휘바휘바'를 외치기엔 좀 어려워 보입니다.
(취재 : 권영인,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김시내, 영상편집 : 이혜림,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