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프 핵심요약
메타버스가 NFT 시장 붕괴와 함께 침체기를 겪으면서, 애플은 '공간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용어로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 접근하며 VR/AR/메타버스 용어 사용을 의도적으로 피했습니다.
메타의 스마트 안경 '레이벤 메타 시리즈' 2세대 모델은 AI 기반 번역 및 시청각 정보 처리 기능으로 미국 내에서 200만 대 이상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며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스마트 안경은 사생활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비자는 유용하다면 선택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편리성과 프라이버시 침해 사이에서 기술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데이터를 만지고 다루는 안혜민 기자입니다.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올해 행사장을 가득 채운 건 역시나 피지컬 AI 였어요. 로봇을 비롯해서 물리적인 형태를 가진 다양한 기기들이 저마다의 AI를 탑재하여 저마다의 성능을 선보였습니다. 오늘 오그랲에서는 피지컬 AI 보다 훨씬 더 우리 생활에 가까이 있는 AI 기반 웨어러블 기기 이야기를 5가지 그래프를 통해 해보려고 합니다.
2022 CES를 휩쓸었던 메타버스… 2026년엔 공간컴퓨팅으로 진화
올해 CES에 참여한 전 세계 기업들은 자신들의 제품에 AI를 적용해 그 기술력을 뽐냈습니다. Innovators Show Up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발전된 AI를 적용한 결과물이 우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죠. 그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건 로봇입니다. 젠슨 황 발표에는 스타워즈의 드로이드를 닮은 로봇 두 친구가 시선을 강탈했고요.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로봇 아틀라스는 자유로운 관절과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많은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다만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전략과 자동차 기업들의 로봇 산업 진출 이야기는 예전 오그랲에서 다룬 만큼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로봇이 우리 삶 속에 들어오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데 반해 AI 기반 웨어러블 기기들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이를테면 스마트폰 다음 시대를 이끌 기기로 주목받는 스마트 안경 같은 것 말이죠.
CES에서는 매년 행사를 진행하면서 올 한해 시장을 예측해 핵심 주제를 던지곤 하는데, 그 중에 '공간 컴퓨팅'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공간 컴퓨팅은 단어 뜻 그대로 우리 주변 공간을 컴퓨팅 환경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말해요.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있는 AI와 상호작용할 필요 없이 똑똑한 웨어러블 기기만 있으면 내가 서 있는 이 공간이 곧 컴퓨터인 겁니다.
이번 CES의 기조연설을 맡았던 레노버의 회장 양 위안칭도 발표에서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합한 AI 에이전트를 선보이기도 했죠.
레노버의 발표 뿐 아니라 이번 CES에서는 스마트 안경의 미래를 놓고 다양한 기업들의 실무진들이 모여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레노버를 포함해 미국의 메타, 중국의 엑스리얼, 대만의 HTC VIVE 등이 참여했죠. 그런데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뭔가 기시감이 들지 않나요? 메타도 있고, VR 헤드셋 만들던 HTC VIVE 까지… 어디서 많이 보던 주제 같습니다. 바로 '메타버스' 말이죠. 사실 메타버스는 CES의 단골 토픽이었습니다. 2022년부터 작년까지 4년 연속 포함될 정도로요. 처음 메타버스라는 키워드가 CES에 등장했던 2022년에는 단연 'CES = 메타버스'였습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메타버스가 단순히 게임을 하는 공간을 넘어서 업무와 생활 공간으로도 진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 나왔고요. 당시 NFT가 확산세에 있으면서 디지털 공간 속 경제에도 관심이 크게 증가했었어요.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 NFT와 메타버스가 어떤 상황인지 말이죠.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가상의 토큰을 뜻하는 NFT. 2023년 이후 NFT에 대한 관심도는 확 식었고 관련 거래도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2020년 처음으로 예술 NFT가 등장한 뒤 2021년에 그 거래는 정점을 찍었습니다. 거래 규모는 전년 대비 10,000% 넘게 증가해서 29억 7,000만 달러를 기록할 정도였죠. 당시 거래된 NFT 중에는 단일 품목으로는 역대 최고 금액을 찍은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라는 작품도 포함되어 있죠. 낙찰가가 무려 6,930만 달러로 우리나라 돈으로 1,000억 원이 넘어요. 하지만 지금은 거의 거래가 없다시피 해서 사실상 시장 붕괴 상황입니다.
NFT 시장도 망하고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지던 와중인 지난 2023년 6월에 애플이 뜬금없이 비전 프로라는 새로운 디바이스를 발표합니다. 누가 보더라도 메타에서 만들어왔던 메타버스용 증강 현실 장비로 보였지만 그들은 '공간 컴퓨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어요. 발표를 하면서 애플 관계자들은 단 한 번도 VR, AR, 메타버스 같은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실패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거죠.
이 행사 이후 업계에서는 메타버스 대신 공간 컴퓨팅이라는 키워드가 대세가 됩니다. 이번 CES에서도 메타버스 대신 공간 컴퓨팅이라는 주제로 바뀌었죠.
이러다보니 그냥 택갈이 한 것 아닌가 싶겠지만 엄밀히 따지면 메타버스와 공간 컴퓨팅은 다른 개념입니다. 공간 컴퓨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물리적 현실과의 통합을 지향한다면, 메타버스는 완전한 가상세계로의 진입을 목표로 하죠. 그렇기 때문에 메타버스는 최종 종착지이고, 공간 컴퓨팅은 그 여정의 방식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가트너가 제시한 메타버스 구현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영역의 기술들입니다. 수많은 기술들 가운데 여기 이 공간 컴퓨팅이 인프라 영역에서 핵심 기술로 자리잡고 있죠.
AI로 뒤집힌 판? 스마트 안경에 재도전 하는 기업들
메타버스라는 이름을 떼고, 공간컴퓨팅이라는 새 옷을 입었지만 여전히 이 시장을 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습니다. 가령 메타버스 때문에 사명까지 바꾼 메타는 여전히 조롱의 대상이 되기 일쑤죠. 물론 메타는 VR 기기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습니다.
2020년 4분기 이후 메타는 평균 69%라는 높은 점유율을 보여주고 있어요. 물론 2023년 초반에 플레이스테이션 VR2가 출시되면서 점유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1위는 메타의 차지입니다.
다만 이렇게 1등을 하고 있더라도 문제는 이 시장 자체가 쓰는 사람만 쓰는 확장성이 높지 않은 시장이라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메타의 메타버스 개발 사업부인 리얼리티 랩스의 손실은 매년 쌓여만 가고 있죠.
2020년부터 작년까지 리얼리티 랩스의 손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누적 손실액만 73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죠. 손실을 메꾸기 위해 메타에서는 머리에 씌우는 VR 기기 대신 우리가 쉽게 착용하고 생활할 수 있는 AR 기기도 출시하고 있습니다.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 현실 공간에 다양한 정보를 띄어 주는 스마트 안경, 레이밴-메타 시리즈가 대표적이죠.
이 스마트 안경이 처음 출시된 건 2021년 하반기였는데요 당시엔 음악 감상이나 사진 및 영상 공유 정도의 기능만 됐습니다. 하지만 AI가 발전하고 메타의 AI를 적용한 2세대 모델이 출시되면서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죠. 시각 정보, 청각 정보를 종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AI 모델이 안경에 추가되고, 또 AI를 활용한 실시간 번역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장 반응이 좋아진 겁니다. 거기에 더해 안경과 연계되는 손목 밴드까지 출시하면서 작년 말까지 누적 판매량이 200만 개를 넘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미국 내 수요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메타는 이번 CES에서 스마트 안경의 해외 출시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어요. 원래 올해부터 영국, 프랑스 등에서 출시를 이어가려 했지만 이를 일단 미루고 수요가 폭발한 미국 주문 처리에 집중할 계획인거죠.
메타의 스마트 안경이 상당한 성과를 보이면서 다른 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스마트 안경의 원조인 구글도 있죠.
구글이 자신들의 스마트 안경인 구글 글래스를 런칭한 건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2011년입니다. 2012년 구글의 자체 컨퍼런스인 I/O에서 구글의 공동 창립자인 세르게이 브린이 나와서 발표도 하고 스카이다이빙도 하고 비행선도 동원하는 등… 말 그대로 엄청난 쇼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1,500달러라는 가격은 터무니 없이 비쌌고 두세 시간이면 배터리가 다 나가는 데다가 기능 자체도 특별하지 않았던 탓에 구글 글래스는 구글의 대표적인 실패작이 되었죠.
그런 구글이 절치부심해서 다시 스마트 안경에 뛰어든 겁니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구글의 뛰어난 AI 기술력을 무기 삼아 말이죠. 15년 전의 실패를 인정한 구글은 메타가 레이밴과 협업해서 스마트 안경을 만들었던 것처럼 구글의 AI, 제미나이를 필두로 하드웨어는 삼성전자와 디자인은 젠틀몬스터, 워비 파커와 협업해 올해 안에 제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비전 프로로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 뛰어든 애플도 주요 플레이어 중 하나입니다. 야심차게 선보인 비전 프로의 판매가 부진했지만 새로운 스마트 안경은 다르다는 마음으로 애플 역시 절치부심하고 있어요.
퍼스트 무버였던 메타와 재수생 구글, 거기에 감성의 애플까지. 거기에 더해 아마존도 자사 택배기사들이 사용할 스마트 배송 안경을 공개하였고, 중국의 스마트 안경 기업들도 참전하면서 스마트 안경 시장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풀어야 할 사생활 침해 문제... 스마트 안경의 미래는?
발전한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시금 많은 기업들이 스마트 안경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있습니다. 바로 사생활 침해 문제죠. 과거 구글 글래스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수많은 이유 가운데 이 이슈도 포함되어 있어요. 내가 쓴 구글 글래스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허가 없이 녹화하고 분석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구글 글래스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두고 글래스홀이라는 멸칭이 붙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이슈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문제입니다. 메타의 스마트 안경을 해킹해서 길거리 사람들의 개인 정보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는 'I-XRAY'라는 시스템을 하버드 대학생 두 사람이 만들기도 했으니까요.
일면식도 없었지만 해킹한 메타의 스마트 안경을 쓴 하버드 대학생은 앞에 있는 낯선 사람이 인도의 소외된 공동체에 대한 글을 쓴 기자라는 사실을 바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시스템 해킹에는 큰 노력도 들어가지 않았어요.
메타 스마트 안경이 녹화를 시작하면 그 영상을 인스타그램으로 실시간 스트리밍하고 실시간 스트리밍 영상에서 얼굴을 포착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해서 인식된 얼굴을 핌아이즈라는 얼굴 검색 엔진을 이용해 검색하는 게 다입니다.
메타의 제품 뿐 아니라 아마존의 스마트 택배 안경도 비슷한 우려 지점이 있습니다. 택배 노동자의 정보를 파악해 감시하거나, 택배 고객의 정보를 임의로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거든요.
이런 우려 지점들만 보면 스마트 안경의 미래가 어두울까 싶겠지만 앞서 살펴봤듯 미국에서 수요는 폭발하는 상황입니다. 소비자들의 생각은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거죠. 한국인과 미국인 합쳐 총 1,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봤습니다. 스마트 안경의 사생활 침해 논란에 대해 두 국가의 소비자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프라이버시 걱정 정도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인보다 조금 더 많이 걱정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 지점에도 스마트 안경을 사용할지 여부를 물어봤더니 역설적이게도 걱정을 많이 한 한국인이 이 질문에도 미국인보다 더 높게 응답했습니다. 미국인들은 내 정보가 털린다면 아무리 편해도 안 쓰겠다는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용하다면 충분히 선택할 수 있다는 거죠.
여러분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요.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기술의 편리성. 어떤 것이 더 중요한가요?
AI라는 새로운 무기를 들고 공간 컴퓨팅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도전장을 내민 기업들. 메타의 스마트 안경 판매량이 200만 대를 돌파하고, 글로벌 빅테크들이 앞다투어 참전하면서 차세대 디바이스 시장의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숙제는 남아있습니다. 기술의 편리함과 사생활의 가치 사이에서 빅테크들은 어떻게 문제를 풀어 낼까요?
오늘 준비한 오그랲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참고자료
- Keynote: Lenovo Tech World, CES 2026 | LA Times Studios YouTube
- Art NFTs Yearly Trading Volume and Sales Count | DappRadar
- Emerging Tech Impact Rader - The Metaverse | Gartner
- Meta's Reality Labs quarterly losses since segment's inception | Seeking Alpha
- Google I/O 2012 - Keynote Day | @Google for Developers YouTube
- Big ideas begin here: Sergey Brin at Stanford | @Stanford University School of Engineering YouTube
- I-XRAY: the AI glasses that reveal anyone's personal details January 29, 2025 | Harvard Law School Library Innovation Lab
- Cultural Differences in the Use of Augmented Reality Smart Glasses (ARSGs) Between the U.S. and South Korea: Privacy Concerns and the Technology Acceptance Model | Sejung Kim et al. (2025)
- Global XR (AR & VR Headsets) Market Share | Counterpoint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