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버스정류장이 사라진다면?"…버스 파업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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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이 첫차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한 13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한 버스정류장에 무료 셔틀버스 운행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 시내버스 7천 대가 이틀째 운행을 멈췄습니다. 2년 전 파업 당시에는 11시간 만에 노사 협상이 타결됐지만, 파업 기간이 이틀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하철과 달리, 버스는 파업 시 법으로 강제되는 최소 운행 인력이 없어 운행 중단에 따른 불편은 고스란히 시민들 몫이 됐습니다.

서울 시내버스 파업, 왜 하나?

이번 노사 갈등의 핵심 쟁점은 '통상임금'입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버스 회사는 상여금을 제외한 낮은 기본급을 주는 대신 연장·야간 수당을 챙겨주는 식으로 비용을 아껴왔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이 상여금도 통상임금이라고 판결하면서, 모든 수당의 계산 기준(시급) 자체가 대폭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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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상여금은 당연히 통상임금에 포함되어야 하며, 이는 소송 등을 통해 해결할 문제이지 임금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이는 별도로 논의하되, 이번에는

기본급 3% 인상과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서울시와 사측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되, 대신 전체적인 임금 체계를 개편하여 총액 대비 10.3% 인상안을 제시했습니다.

노조 요구대로 기본급을 올리고 나중에 통상임금 소급분까지 반영되면 실질적인 인상률이 약 20%에 달해 재정 부담이 너무 크다는 입장입니다. 지방노동위원회가 제시한 0.5% 인상 중재안을 사측은 수용했지만 노조는 이를 '사실상 임금 동결'로 간주하며 거부해 교섭이 최종 결렬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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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되는 갈등, 배경에는 '낡은 준공영제'

겉으로 드러난 갈등은 '임금 협상'이지만, 그 이면에는 '버스 준공영제'라는 구조적 모순이 있습니다.

준공영제 하에서 버스 회사는 민간 소유지만, 적자는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으로 메워줍니다. 수익성이 낮은 노선에도 안정적인 운행을 가능케 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현재 제도 아래에선 비용을 모두 공공이 부담하면서 민간의 효율을 기대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명예교수는 현행 준공영제가 노사정 모두를 무책임하게 만드는 기형적 구조라고 지적합니다

. 준공영제는 원래 공공이 버스를 소유하고 민간이 운영하는 방식인데, 한국에서는 민간이 소유하고 지자체가 비용을 100% 부담하는 기형적 형태라는 겁니다. 이 구조 탓에

버스 회사는 실질적인 협상 권한이 없고, 노조는 협상 상대인 사측 대신에 예산권을 쥔 서울시를 압박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이번 갈등은 오랜 준공영제의 모순 아래 이를 나랏돈으로 봉합해 온 결과가 누적된 문제라는 겁니다.

"준공영제가 오히려 버스 산업 구조 왜곡"

연례 행사처럼 반복되는 갈등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공공 버스 운영 시스템 자체를 되짚어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센터장은 일반 산업 생태계였다면 파산했어야 할 부실한 버스 회사들도 준공영제라는 보호막 아래에서 십수 년간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 김 센터장은 "버스의 경우, 운수사업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실제 임금 수준의 증가가 낮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번 파업의 원인을 '임금과 노동 환경' 문제로 축소하는 건 문제의 핵심을 비껴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에다 '노동조합이 압력을 행사하면 서울시가 임금을 올려준다'는 학습효과까지 더해져 갈등 대부분이 서울시가 보전금을 더 주는 방식으로 봉합되어 왔다고 꼬집었습니다.

버스 파업은 '단순히 매해 반복되는 임금 갈등이 아니라, 준공영제가 만든 예견된 결과'라는 겁니다.

이 때문에

서울시도 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20년 만의 노선 대수술'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년간 이어진 '재정 적자' 고리를 끊어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돈을 주는 방식입니다. 그 동안은 버스 회사가 운영하고 적자가 나면 세금으로 메워줬지만 앞으로는 표준운송원가를 미리 산정해 확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만 지원하도록 '사전 확정제'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버스 회사가 비용을 아끼면 이익이 되고, 낭비하면 손해를 보게 해 경영 효율화를 유도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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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버스가 2년 만에 파업에 돌입, 역대 최장 기간 운행을 멈춘 14일 서울 은평구 수색동 버스 차고지에 버스들이 주차되어 있다.
어디에도 없는 '시민'…정작 이용자 목소리는 빠져 있어

버스가 공공서비스가 매우 높은 사업인데도

서울시와 버스 회사, 노동조합 모두 '시민들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는다는 문제

도 있습니다. 김상철 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등의 소위 '공영 노선'의 신설 등 준공영제 외에 다양한 모델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요금 인상이나 노선 개편'과 관련해 이용자인 시민 목소리를 반영하는 창구가 더 넓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내 집 앞 버스 정류장이 사라진다면?…"중복 노선 감축 필요"

이용자인 우리가 고민해야 할 몫도 있습니다.

서울시는 7천여 대 버스 중 약 20% 정도는 감축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복 비효율 노선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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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우 교수는

"이용자가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노선에 대한 폐기나 불필요 노선에 대한 통합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시민들도 얼마만큼의 불편을 감수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래야 '내 주머니가 아닌 세금'으로 운영되는 준공영제의 틀을 깨고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대중교통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겁니다.

무조건적인 노선 존치 요구보다 중복 노선을 줄여 아낀 예산을 교통 소외 지역 노선 신설이나 기존 노선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투입하는 '자원의 재분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누적 적자 규모 8천억 원을 넘어선 서울 시내버스를 둘러싼 갈등은 버스 회사와 노동자, 서울시, 그리고 시민이 각자 얼마나 책임과 부담을 나눌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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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이 첫차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한 13일 서울 홍제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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