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 한 해 우리나라는 수출 7천억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반도체 등 일부 주력 산업을 제외하면 나머지 대부분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습니다. 특히 철강 업계는 관세 장벽과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까지 덮치면서 위기에 놓였습니다.
정성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창고 한편에 볼트와 너트가 담긴 상자 수백 개가 쌓여 있습니다.
주문 제작한 수출용 제품인데 해외 업체들이 안 가져가는 겁니다.
[정한성/볼트·너트 제조업체 대표 : 해외시장이 또 경기가 나쁘다 보니까, 자기네가 찾아가는 기간을 좀 늦춰달라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등의 제품에 부과한 50% 관세에 미국 업체들의 주문도 급감했습니다.
이 때문에 생산라인 일부는 가동을 멈췄고 공장 가동률은 65%까지 떨어졌습니다.
[정한성/볼트·너트 제조업체 대표 : 관세가 비싸지니까 수주를 안 하는 거지, 꼭 필요한 거 외에는. 그러다 보니까 (수출이) 한 30% 정도 줄었어요.]
철강 업계는 국내 건설 기계 산업 불황과 관세 장벽, 여기에 중국 업체의 공세까지 3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신용문/금형 제조업체 대표 : 옛날에는 (중국 업체들의) 품질 수준이 저희들보다도 차이가 많이 났는데 최근에 와서는 품질의 수준도 어느 정도 선까지 따라와 가지고….]
올해 우리 경제는 수출 7천억 달러 돌파라는 금자탑을 쌓았지만, 산업별 양극화는 심화하는 모양샙니다.
15개 주요 수출 품목 중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수출이 늘어난 품목은 반도체, 조선 등 5개뿐이고, 철강 등 10개 품목은 오히려 역성장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산업은 호조를 보이지만 석유화학, 철강, 기계 등은 2~6%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다만, 반도체 중심 수출 낙관론과 함께 글로벌 교역 둔화와 미국 통상 정책 등으로 수출이 다시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철강과 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은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화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관건으로 꼽힙니다.
(영상취재 : 김한결, 영상편집 : 최진화, 디자인 : 방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