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범석 쿠팡 의장이 청문회에 끝내 나오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위기를 오히려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보통 기업 책임자가 불려 나와 질타를 받으면,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과연 그럴까요?
팩트체크 사실은, 이경원 기자입니다.
<기자>
2018년 3월, 8천700만 페이스북 개인 정보 유출 사태.
비난 여론은 거셌고, 페이스북 주가는 폭락했습니다.
벼랑 끝에 몰려 미국 의회 청문회에 선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
늘 입던 청바지 대신, 정장 차림으로도 뉴스가 됐습니다.
저커버그를 몰아세우는 의원들,
[존 튠/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2018년 4월) : 우리는 저커버그 당신이 신뢰 위반이라고 설명했던 (정보 유출) 사건 때문에 여기에 있어요.]
저커버그는, 변명 대신 연일 고개를 숙였습니다.
[마크 저커버그/현 메타 (당시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2018년 4월) : 우리 책임을 충분히 넓게 보지 못했고, 그것은 큰 실수였습니다. 제 실수였고, 죄송합니다.]
그런데 사과 직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날 페이스북 주가는 4.5% 급등하며 장을 마감했습니다.
"의회에 직접 나와 책임을 인정하는 태도가 시장을 안심시켰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습니다.
이게 단지 페이스북만의 일일까요? 미국 연구진이 포춘 500대 기업, 즉, 큰 기업의 관계자가 의회 청문회에 직접 나온 750번의 사례를 전수 분석했습니다.
분석 과정이 좀 복잡하긴 한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청문회 이후,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당시 시장 평균보다 더 오르더라, 시가 총액 기준으로, 기업 평균 3억 690만 달러, 우리 돈으로 4천400억 정도 늘었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증인의 직급이 높을수록, 언론의 보도가 많을수록, 주가도 더 상승하는, 이른바 플러스 상관관계도 확인됐습니다.
[최형두/국민의힘 의원 (지난 17일) : (김 의장이) 못 오겠다고 한 것은 투자자들에게 절망을 안겨줄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황정아/민주당 의원 : (오늘 쿠팡 주가가) 1.35% 하락했습니다. 청문회를 보고 미국 시장도 이건 아니다라고 판단한 것 아니겠습니까.]
주식 시장에 미치는 변수가 많고, 미국 사례를 한국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지만, 기업 최고 책임자가, 적극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효과적인 위기관리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김종미, 디자인 : 박소연, 작가 : 김효진, 인턴 : 황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