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도 왈칵" 아직도 그날에…뇌리에 박힌 참혹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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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1년, 유가족 대부분은 여전히 깊은 우울 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들 역시 그날의 기억을 가슴에 안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데요.

배성재 기자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여흥구·유정임/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 길 가다가도 울고 버스 타다가도 울고 그러니까. 눈이 이렇게 뿌옇게 보이고 계속 눈물이 고여 있어요. 짓물러지는….]

유가족의 슬픔을 누구보다 공감하면서 1년 전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고 직후 불타는 비행기 속으로 뛰어들었던 소방관은 당시 참혹한 장면이 지금도 뇌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윤용호/전남119특수대응단 특수구조대 반장 : 가방이 하나가 있더라고요. 아이를 등하원 시키면서 같은 가방을 봤는데, 저도 모르게 그때 시각적 기억, 촉각·후각 다 오면서….]

일터에서 벌어진 참사에 일상과 보람이었던 업무가 가끔은 쉽지 않기도 합니다.

[여객기 승무원 : 내가 지금 미소를 지어도 되나? 그런 생각이 들고, 또 그렇다고 해서 안 웃을 수 있나? 어쨌든 내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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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된 일가족이 알콩달콩 살던 공간이 빈집이 되어버린 현실, 이웃 주민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서숙자/참사 희생자 이웃 주민 : 딸이 손녀를 여기서 낳아서 여기서 키웠어. 여기 보기도 싫으니까 안 와. 눈물 나고 그래.]

쉽게 떨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데, 우리의 안전망은 허술합니다.

참사 현장을 지휘했던 소방관은 정년퇴직하면서 이제 정부 지원 심리 치료를 받지 못합니다.

[조양현/전 전남119특수대응단 특수구조대장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 지휘) : 이 아픔을 평생을, 내가 생을 다하는 날까지 내가 안고 가야 할 짐입니다. 퇴직 이후에도 일정 기간은 국가에서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이런 제도를 좀 만들어 주시고….]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참사 트라우마,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백종우/경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이 정도 시간이 지났으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지연성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가 문제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좀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지원이….]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정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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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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