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하루아침에 '유가족'이 된 이들은 지금도 참사의 아픔을 온몸으로 견디고 있습니다. 유가족 10명 중 9명이 우울 증상에 시달리고 있는데,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박하정 기자입니다.
<기자>
1년 전 오늘(29일) A 씨 동생이 여행에서 돌아오던 날, 연말을 맞아 함께 밥을 먹으려고 기다리던 온 가족은 공항으로 달려가야 했습니다.
1시간 남짓 만에 도착한 공항에서 마주한 건 '유가족 대피소'라는 팻말이었습니다.
[A 씨/희생자 누나 : '유가족이라는 말을 어디다 하냐' 그러면서 아빠는 이성을 잃으셔서 종이를 찢어버리고.]
엿새가 지나 장례를 치르고도 현실은 믿기지 않았고,
[A 씨/희생자 누나 : 아침에 눈을 뜨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A 씨 부모가 공항에서 먹고 잔 시간은 1년이 됐습니다.
[A 씨/희생자 누나 : 지금 시점이 더 힘든 것 같아요. '진짜 못 보는구나'가 이제 실감이 돼요. 상실감은 더더욱 커지는 것 같아요. 부모님은 트라우마센터를 계속 다니고 계세요. 약도 드시고 있고.]
전라남도 등이 유가족 2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울 증상을 보인 사람은 183명, 89.2%로 10명 중 9명꼴이었습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정도의 중등도 우울이 65%나 됐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불편해할까 걱정된다', '유가족이란 사실을 숨기고 싶었다'처럼 사회적 낙인이나 시선에 대해 부담을 느꼈다는 응답도 40%를 웃돌았습니다.
참사 뒤 정부가 통합심리지원단을 꾸리는 등 유가족 심리적 치유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던 셈입니다.
[희생자 아버지 : 하늘나라에서 아프지 말고 엄마 아빠는 걱정 안 해도 돼.]
보건복지부는 유가족의 정신건강 진료비 지원 등을 위해 10억 6천여만 원의 예산을 내년에 신규 편성했는데, 가족을 잃은 아픔을 보듬는 사회적 지지가 무엇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양지훈, 영상편집 : 김종미, 디자인 : 강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