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우리카드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
세계 수준의 명장으로 기대를 모았던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의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이 팀 성적에 대해 불만을 표했습니다.
파에스 감독은 어제(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대한항공에 1-3으로 패한 뒤 작심한 듯 "상대 팀보다 우리가 문제다. 이게 현주소"라고 꼬집었습니다.
지난 시즌 4위로 아쉽게 봄 배구 티켓을 놓쳤던 우리카드는 올 시즌 정규리그의 정확히 절반인 18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6승 12패, 승점 19로 6위로 처졌습니다.
최근 4연패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전반기를 마쳤고, 3위 KB손해보험과는 승점 격차가 12로 벌어졌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온 파에스 감독의 표정은 굳어 있었습니다.
그는 "상대보다 우리가 문제였고 스스로 어렵게 만들었다"며 "첫 두 세트를 시작할 때 경기에 임하는 태도는 용납할 수 없다. 공허한 상태였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어 "3세트를 보면 우리카드의 현재 문제가 보인다. 20점 이후 범실이 너무 많고, 고비가 오면 패닉에 빠지는 느낌"이라며 "분위기를 상대에 내주고 다시 가져오지 못하는 게 우리의 현주소"라고 진단했습니다.
파에스 감독은 훈련 때의 경기력이 실전에서 나오지 않는 원인으로 '압박감'을 지목하며 프로 선수로서의 자세를 강조했습니다.
그는 "훈련과 경기의 차이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큰데, 이는 압박감 때문"이라며 "팬들의 기대를 받으며 뛰는 운동선수에게 압박감은 직업의 일부다. 그게 싫으면 다른 직업을 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압박감을 부담이 아닌 '부스터'로 이용해야 한다"며 "선수들이 스스로를 믿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전술적인 한계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평가했습니다.
수비 안정을 위해 이시몬을 투입하고 있지만, 이에 따라 공격 루트가 단순해지는 점이 고민이라고 말했습니다.
파에스 감독은 "이시몬이 들어가면 후위 공격이 없다는 걸 상대가 안다. 공격 옵션이 다양하지 못한 것도 큰 문제"라며 "세터 손에서 공이 떠나기도 전에 상대 블로커가 움직일 정도로 플레이가 읽혔다"고 분석했습니다.
반환점을 돈 파에스 감독은 후반기 반등을 위해 훈련 강도를 높이고 선수들의 정신 무장을 새롭게 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그는 "훈련 때 더 엄격한 잣대를 대고, 실수에 절대 관대하지 말아야한다고 할 것"이라며 "지도자뿐만 아니라 고참 선수들이 함께해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선수단에 경각심을 줬습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