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독주에 불만…미 의원들, 내년 중간선거 줄줄이 불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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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의사당 전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책 실행 과정에서 의회를 우회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이에 한계를 느낀 공화당 의원들의 내년 중간선거 불출마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내년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힌 공화당 소속 연방 상·하원의원은 30명에 이릅니다.

일부 의원들은 중앙정치의 한계에 실망해 의원직을 포기하고, 주(州) 정부의 수장인 주지사직에 대거 도전하고 있습니다.

25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원에서 공화당 의원 25명, 민주당 의원 19명이 내년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상원에서는 공화당 의원 5명, 민주당 4명이 출마의 뜻을 접었습니다.

공화당에서는 마조리 테일러 그린(조지아), 댄 뉴하우스(워싱턴) 하원의원 등이 정계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뉴하우스 의원은 2021년 트럼프 대통령의 내란 선동 혐의에 대한 탄핵안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하원의원 두 명 중 한 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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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현상은 의회 권력이 약화하고 정치 양극화가 심화한 결과라는 해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재입성 이후 관세 부과, 연방 공무원 감축, 카리브해에서의 군사공격 등의 굵직한 정책을 빠른 속도로 밀어붙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의회 입법을 우회하거나 선제적으로 차단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 한 해 서명한 행정명령은 225건입니다.

첫 임기 4년간 서명한 행정명령보다 이미 5건이 많습니다.

올해 의회가 처리한 법률 61건과도 대조적입니다.

의회가 난항을 겪는 사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는 역대 최장인 43일을 기록했습니다.

셧다운 종료 후에도 의원들은 한동안 정치 공방을 주고받다 결국 의료 보조금이나 정부 재정 지원에 대한 합의 없이 회기를 마쳤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권한이 큰 주지사직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CNN 방송은 지금까지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10명이 내년 11월 예정된 주지사 선거에 출마할 준비를 하고 있거나, 이미 출마 선언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CNN이 197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자료를 집계한 결과 한 선거철에 어느 한 정당에서 이처럼 많은 하원의원이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적은 없었습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하원의원 단 한 명만 주지사 당선을 위해 뛰고 있습니다.

CNN은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220석 대 213석·2석 공석)를 간신히 유지하며 법안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하원보다 주 정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이행을 비롯해 더 많은 업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습니다.

위스콘신 주지사에 출마한 톰 티파니 하원의원은 "의원보다는 (주의) 최고경영자로서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공화당은 작년 11월 치른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이기면서 올해를 힘차게 시작했고, 지난 7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점 입법 과제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파성과 정치 양극화, 정쟁 심화로 의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부 공화당 의원이 의회를 떠나려 한다고 CNN은 설명했습니다.

반면 주지사는 주 정부 운영에서 독립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더 매력적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특히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일수록 그렇습니다.

앨라배마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토미 튜버빌 상원의원은 CNN에 "여기(의회)에서는 많은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면서 "한쪽이나 다른 쪽으로 투표할 수 있고 법안 한두 개를 통과시킬 수 있겠지만, 주 정부에서는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에 도전하는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은 최근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하원의 공화당 지도부가 일반 의원들과 여성 의원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변화가 있지 않는 한 공화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내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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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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