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오른쪽)과 존 콜 미국 특사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대표적인 친러시아 국가인 벨라루스와 정치범 석방 등을 위한 물밑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벨라루스 정상이 관심을 갖는 '살 빼는 약'을 협상 촉진제로 동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벨라루스 특사인 존 콜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여러 차례 대면하며 미국인을 포함한 정치범 석방과 벨라루스가 원하는 칼륨 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해제, 벨라루스 항공기를 위한 부품 제공 및 수리 등을 주고받는 합의를 타결했습니다.
변호사 출신으로 페이스북 모기업인 메타와의 소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대리해 승소를 안긴 콜은 철권 통치자로 서방의 배척을 받는 루카셴코 대통령과 잇달아 만나며 신뢰 관계를 구축해 정치범 대규모 석방과 제재 해제 등을 주고받는 합의를 성사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난 6월 벨라루스를 방문한 콜 특사가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의 비만치료제 '젭바운드'의 안내 자료를 전달했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콜 특사가 살이 빠진 것을 루카셴코 대통령이 인지하자 콜은 자신이 젭바운드를 비만치료제로 쓰고 있다고 말하고는 자료를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WSJ은 콜 특사를 포함한 미국 측이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비만치료제를 실제로 제공했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소개하지 않았지만 "미측 당국자들은 루카셴코의 개인적 용도로 젭바운드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사례는 공식 외교라인 간의 협상보다는 정상과의 개인적 관계를 통해 외교적 돌파구를 만드는 '트럼프식 외교'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의 개인적 관계를 중시하는 것에서도 확인 가능하듯 상대의 '평판'보다는 상대가 줄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트럼프식 거래방식'이 미-벨라루스 관계에도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콜 특사는 WSJ에 "우리는 대화 상대가 누구인지에 대해 상관하지 않는다"며 "대화하는 사람이 당신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