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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쿠팡 무혐의' 내렸던 검찰…보고서엔 '황당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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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쿠팡 일용직 노동자의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둘러싼 외압 의혹을 밝히기 위한 상설특검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검찰 윗선이 쿠팡을 무혐의 처분하라고 압박했다는 한 검사의 폭로가 사실인지, 당시 검찰의 무혐의 판단이 적절했는지 이제부터 특검이 철저하게 따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확보한 검찰의 내부 수사 문건에는 사건의 쟁점과 연관성이 낮은 쿠팡 측의 시각이 무혐의 근거로 담겨 있었습니다.

김덕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4월 인천지검 부천지청이 대검에 보낸 내부 수사 보고서입니다.

보고서에는 쿠팡 측이 지난 2023년 5월 취업규칙을 바꿔 일용직 노동자들의 퇴직금을 미지급한 의혹을 검찰이 불기소로 판단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검찰은 그 근거로 범죄의 고의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근거라는 내용을 살펴보면 황당한 내용이 눈에 띕니다.

배송 업무 정규직을 희망하는 노동자가 턱없이 부족해 일용직 고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퇴직금 명목의 돈이 나가면 소비자들의 높은 배송료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또, 선심성 퇴직금 지급이 비슷한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정규직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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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의혹이 있는 쿠팡의 취업규칙 변경에 따른 퇴직금 미지급이 사건의 쟁점인데, 법적 논리와 무관한 기업 경영 논리를 무혐의 판단 근거로 제시한 겁니다.

그마저도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쿠팡 측 노동자들은 주장합니다.

[정성용/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장 : (정규직 전환 희망자를) 오히려 거절한 것도 쿠팡이고 요즘은 일용직을 그렇게 전환을 아예 안 시키기 때문에 그냥 핑계에 불과하죠.]

법조계에서도 범죄 고의성 여부와 무관한 근거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김선욱/변호사 : 퇴직금을 주고 싶지 않다는 경제적인 동기에 대한 설명에 불과한 거거든요. 고의성 부정의 근거가 아니라 퇴직금을 주고 싶지 않은 쿠팡 측을 합리화하는….]

당시 부천지청 지휘부는 "사건 처리 과정에 부적절한 행위는 없었고, 증거를 기반으로 판단했다"는 입장입니다.

특검팀은 당시 수사라인인 엄희준 전 부천지청장과 김동희 당시 차장검사 등을 오늘(24일) 압수수색 했습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김승태·강시우, 영상편집 : 안여진, 디자인 : 임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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