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 징집 피해 입국 예멘 고위직 자녀, 난민심사 받을 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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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류 허가서 작성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반군을 비판했다가 가택 연금된 예멘 고위 공무원의 자녀가 강제 징집을 피해 한국에서 난민 심사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소송을 내 승소했습니다.

인천지법 행정2단독 장우영 판사는 예멘 국적 A 씨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오늘(24일) 밝혔습니다.

A 씨는 지난 7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입국 심사 과정에서 '입국 목적이 체류 자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송환 지시를 받자 난민 신청을 했습니다.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당시 A 씨가 오로지 경제적 이유로, 혹은 명백한 이유 없이 난민 신청을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그를 난민인정 심사에 회부하지 않았고, A 씨는 결국 행정 소송을 냈습니다.

A 씨는 행정 소송에서 예멘 외교부 고위 공무원이었던 자신의 아버지가 반군의 대통령 살해를 비판하자 심한 고문을 당했고, 가족 모두 가택에 연금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나아가 자신은 2021년 반군으로부터 강제 징집 통지를 받았고 이를 피해 피신하자 경찰과 검찰의 강제 소환 명령이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A 씨는 "이집트로 몸을 피하자 반군 측으로부터 '돌아가지 않으면 지옥을 보게 될 것'이라는 협박도 받았다"며 "자국으로 돌아가면 정치적·종교적 이유로 박해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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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A 씨의 난민 신청이 명백한 이유가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장 판사는 "난민 신청 사유와 관련해 A 씨가 진술한 내용에 심각한 모순은 찾기 어렵고 오히려 예멘의 국가 정황에 상당 부분 부합한다"며 "A 씨 형도 2018년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았으나 예멘의 상황으로 인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사건 처분으로 A 씨는 난민인정 심사를 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강제 출국당할 수 있다"며 "난민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을 할 수 있는 난민법 시행령 요건은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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