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데이트 앱에서 여성인 척 남성에게 접근한 뒤, 자신이 미성년자라고 협박하며 돈을 뜯어내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고소장까지 날아오자 남성들은 합의를 위해 돈을 건넸는데, 알고 보니 변호사의 이름이 도용된 가짜 고소장이었습니다.
동은영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이름과 성별, MBTI 등만 설정하면 랜덤으로 대화 상대를 연결해주는, 이른바 데이트 앱을 자주 사용하던 20대 남성 A 씨.
지난 6월, 17살 여성 이용자로 등록된 B 씨와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성욕을 해소하자" 등의 음란한 내용의 대화를 30분 동안 주고받았는데, 갑자기 B 씨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미성년자인 자신을 상대로 음란 메시지를 보냈다며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A 씨를 고소하겠다고 협박을 시작한 것입니다.
취하하려면 돈을 내놓으라면서 법률사무소의 주소와 번호, 변호사 이름이 적힌 고소장도 보냈는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해당 법률사무소와 변호사가 실제 존재했습니다.
공포감을 느낀 A 씨는 "사회 초년생이라 돈이 없다" "빌려서라도 돈을 드리겠다"며 합의하자고 하자 B 씨는 합의금을 점점 높였고, A 씨는 200만 원 상당의 카페 기프티콘을 뜯겼습니다.
[A 씨 : 제가 좀 '어린 나이에 성범죄자 만든다' 그러고, '고소해서 범죄자 만들겠다' 이런 식으로 압박을 줘서. 제가 아무것도 모르니까 죄송하다, 미안하다….]
B 씨가 협박에 사용한 고소장에 이름이 적시된 변호사는 피해자들의 문의가 쏟아지자, 뒤늦게 자신의 이름과 사무실이 범죄에 활용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김현귀/명의도용 피해 변호사 : 저한테 연락 온 사람은 다섯 명 정도인데 제가 보기엔 훨씬 많을 거예요. 저는 황당하고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은데….]
A 씨는 공갈 혐의로 B 씨를 고소했습니다.
[원희영/변호사 (A 씨 법률대리인) : 피해자가 나이가 어리고 학생이기 때문에 2백만 원밖에 송금을 하지 못했지만 다른 피해자들은 더 많은 액수를 송금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주 고소인 조사를 진행한 경찰은 IP 주소 등을 파악해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안여진, 디자인 : 박소연·박태영, VJ : 김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