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인트로
00:26 주거지원금 전면 폐지..한국 다시 가야하나?
01:58 비유럽권 학생만 날벼락..학비 16배나 오른다
03:43 14.8%나 치솟았다..달러보다 심각한 유로화 환율
파리입니다. 오늘은 한국 이야기입니다. 그중에서도 한국 유학생들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프랑스는 지난 10년 간 한국 유학생이 50% 넘게 늘었습니다. 다른 나라도 다 이렇게 늘었을까요? 아닙니다. 미국은 39.2%가 줄었습니다. 심지어 중국은 79.6%나 급감했습니다. 일본은 거의 제자리걸음 수준인데 조금 줄었습니다. 지난 10년 사이 미국과 중국, 일본은 유학생이 줄었는데 왜 그럼 프랑스만 이렇게 크게 늘었을까요?
1. 주거지원금 전면 폐지..한국 다시 가야하나?
여기 유학원 학생들을 만나보면 가장 큰 이유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거의 무상교육에 가까울 정도로 싼 학비입니다. 다른 하나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지원해주는 주거지원금입니다. 프랑스는 어디에서 왔든 상관하지 않고 일정 서류만 내면 주거지원금을 줍니다. 파리 집값이 워낙 살벌한 수준이라서 집값이 부담스러운 곳입니다. 하지만 월 최고 350유로까지 매달 정부가 주거지원금을 지원해 줍니다. 지금 환율로 따지면 60만 원쯤 됩니다. 학생들이 쓰는 대학가 주변 원룸 시세가 월 1천유로 안팎입니다. 보통 유학생들은 원화로 월 100만 원에서 150만 원 정도 사이 방을 쓰고 있는데, 최대 60만 원까지 프랑스 정부가 주거지원금을 지원해 주는 건 큰 혜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돈은 빌려주는 게 아니라 진짜로 그냥 줍니다. 그런데 이게 내년 7월부터 완전히 사라집니다. 전면 폐지입니다. 이유는 프랑스 재정 때문입니다. 제가 여러 번 말씀드리긴 했지만, 프랑스는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예산을 줄이고 세금을 더 걷으려고 혈안입니다. 그렇다 보니까 국적을 가리지 않고 외국인들에게 주던 주거보조금을 이젠 더 못 주겠다는 겁니다. 대략 30만 명의 유학생들이 이 지원금을 못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단계적으로 좀 줄였으면 좋았을 텐데 한순간에 싹둑 잘라버려서 당장 이사를 가야 한다는 유학생도 있었고요. 심지어 '아 이거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니냐'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다'라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손지민/프랑스 유학 3년차 : (친구도) 이미 구할 때부터 그렇게 보조금 받을 것까지 생각해서 이사를 한 곳이었는데 그 지원 중단이 되면 (더 싼 집으로) 이사 무조건 해야 된다고…]
2. 비유럽권 학생만 날벼락..학비 16배나 오른다
또 하나의 프랑스 유학의 장점, 제로 수준의 학비입니다. 인문사회 계열에선 유명한 프랑스 1대학, 팡테옹-소르본-대학이 있는데, 이 대학은 1년 학비가 30만 원입니다. 한 달에 3만 원이 안 되는 수준입니다. 거의 무상이나 마찬가지인 겁니다. 그런데 이 대학이 내년부터 등록금을 올립니다. 16배 490만 원입니다. 프랑스와 EU학생들은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한국 같은 비EU권 학생들만 등록금을 올립니다. 물론 한국 대학도 이 돈보다 더 받은 대학들도 허다합니다. 그리고 영국, 미국과 비교해보면 매우 저렴한 수준의 등록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사, 석사, 박사까지 생각하면 올라간 등록금이 결코 적은 돈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특히 스스로 유학비를 벌어서 온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정말 날벼락 같은 소리일 겁니다. 실제로 여기 유학생들 중에 등록금이 이렇게 한꺼번에 올라가면 중도 포기를 해야 하나 고민이 든다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김민선/유학 2년차 : (등록금이) 15배, 16배가 갑자기 오른 거잖아요. 학사를 끝내고 석사, 박사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유학생들은 (등록금 인상 때문에) 그 계획이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죠.]
프랑스 대학 중에는 이미 등록금을 올린 곳도 있습니다. 아직 여전히 무상 수준인 곳도 있고요. 하지만 1대학, 팡테옹-소르본-대학의 상징성이 있습니다. 1대학이 올렸으니까 다른 대학도 올라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사실 등록금을 올리는 건 비판이 많았습니다. 교육 복지를 앞세우고 있는 게 프랑스 교육 철학인데 교육 기회를 등록금 때문에 차별해서는 안 된다, 그건 부당하다라는 게 프랑스의 철학입니다. 그런데 이것 역시도 정부 재정의 문제입니다. 소르본 대학이 내년 예산 1천억 원이 깎였습니다. 학교도 이제는 더 이상 못 버틴다, 그래서 비유럽권 학생들부터 등록금을 올려버린 겁니다. 이렇게 파리 유학생들의 최대 혜택이었던 제로 수준 학비와 주거지원비가 사라지게 됐습니다. 한국 학생들에게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3. 14.8%나 치솟았다..달러보다 심각한 유로화 환율
그런데 또 안타까운 게 있습니다. 바로 환율입니다. 아무래도 유로화는 달러화보다 관심이 밖일텐데 아마 놀랄 분이 꽤 있을 겁니다. 올해 1월 2일 기준으로 원 달러 환율은 1469.77원이었습니다. 같은 날 원 유로는 1508.57원이었습니다. 이게 이번 달 12월 12일 기준으로 어떻게 됐을까요? 원 달러는 1474.91원입니다. 유로는 1731.62원이 됐습니다. 연초 대비 달러는 0.35%가 올랐고요.
유로화는 무려 14.8%나 치솟았습니다. 제가 여기에 8월에 왔습니다. 처음에 환전을 좀 많이 하지 않은 걸 지금 땅을 치고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말이 15%지 유학생들은 아무것도 안 하고 똑같이 돈을 쓰고 있는데, 연초에는 100만 원이던 게 지금은 115만 원을 내야한다는 겁니다. 내가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데 15만 원을 그냥 더 내게 생긴 겁니다. 안 내던 학비도 내야 하고 꼬박꼬박 받던 주거지원금도 사라지고 거기에 환율은 쉬지 않고 치솟고 있고 진짜 유럽으로 유학 나온 한국 유학생들은 이번 겨울 유난히도 씁쓸하고 추운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프랑스 재정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환율도 언제 예전으로 돌아갈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유학생들이 겪고 있는 이 어려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취재 : 권영인,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김시내, 영상편집 : 이혜림, 디자인 : 육도현, 이정주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