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목요일 친절한 경제 한지연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탈모도 건강보험을 적용해 줄지 검토해 보라고 한 뒤로 반응이 아주 뜨겁죠?
<기자>
최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통령이 탈모 치료제를 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검토해 보라고 직접 언급을 했는데요.
직접 한번 대통령 발언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 옛날에는 이걸 미용이라고 봤는데 요새는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 같은데요. 보험료 내는데 나도 혜택 좀 보자 이런 생각하는 걸 한번 검토를….]
그동안 탈모는 건강보험 기준에서 애매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원형탈모처럼 의학적 원인이 분명한 경우는 치료로 보고 보험이 적용돼 왔지만, 유전적인 탈모는 미용에 가깝다고 봐서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었거든요.
대통령은 이 기준을 그대로 둘 게 아니라, 지금 현실에도 맞는지 다시 보자는 취지입니다.
또 전면 적용이 부담된다면, 횟수나 금액을 정해 제한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 그런 방식도 함께 검토해 보라고 했고요.
건강보험에 포함될 경우 약값이 내려갈 수 있다는 점도 같이 살펴보라고 주문했습니다.
앞서 2022년 대선에서도 공약으로 내세웠던 내용이죠.
이 대통령이 이 문제를 다시 꺼낸 데는 특히 젊은 세대의 건강보험 체감 문제가 깔려 있습니다.
보험료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꾸준히 내고 있지만, 탈모처럼 당사자가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조차 보험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작 혜택을 느끼지 못한다는 겁니다.
이 발언이 전해진 뒤, 어제(17일) 주식시장도 즉각 반응했습니다.
탈모 샴푸 업체 등 일부 종목은 어제 장중 20% 넘게 올랐고, 다른 탈모 관련 종목들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앵커>
재원만 넉넉하면 다 해주면 좋겠지만 어디까지 질병으로 인정할 거냐, 이런 게 문제가 되는 거겠죠.
<기자>
논란의 핵심은 탈모 치료를 지금 건강보험으로 우선 지원할 대상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건강보험은 쓸 수 있는 재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어떤 치료를 보험으로 묶으면 그만큼 다른 치료에 쓸 돈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탈모 치료제는 치료 기간이 길고, 대상 인구도 굉장히 많습니다.
국내에서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이 약 1천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험 적용 대상이 되면 재정 부담이 한꺼번에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탈모 치료제를 건강보험에 적용하게 되면, 재정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거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의료계와 의사 단체에서는 "항암 치료나 희귀 질환 치료처럼 생존과 직결된 분야가 많은 상황에서 탈모 치료를 같은 선상에 두고 보험으로 먼저 도와주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또 탈모 치료제가 급여화될 경우, 명확한 기준 없이 처방이 늘어나면 단순히 약값을 낮추기 위한 '의료 쇼핑'이 늘 수 있고, 그만큼 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그래서 이 논쟁은 탈모 치료의 필요성 자체보다는,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어디에 먼저 쓰는 게 맞느냐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앵커>
그리고 비만도 탈모와 비슷한 얘기가 나올 수 있겠네요?
<기자>
비만 역시 질병으로 분류가 되지만 모든 치료가 건강보험 대상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재 기준을 보면 생명에 위협이 큰 고도비만 환자의 경우에는 비만 대사 수술을 치료로 보고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반면 위고비 같은 비만 치료 약물은 대부분 비급여입니다.
질병이긴 하지만, 약물 치료는 '삶의 질을 개선하는 영역'으로 보고 보험 적용에서 제외해 온 겁니다.
탈모와 상황이 비슷한 거죠.
질병의 성격은 있지만, 약물 치료를 어디까지 공적 보험으로 보장할 것인지는 아직 기준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결국 이번 논의는 탈모약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보험이 생명과 직결된 치료뿐 아니라, 삶의 질과 관련된 치료를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 그 기준을 다시 정리해 보자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