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동결 자산 대부분이 보관된 벨기에 브뤼셀의 유로클리어 본부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러시아의 동결 자산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벨기에에 있는 중앙예탁기관(CSD) 유로클리어에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현지 시간으로 오늘(17일) 보도했습니다.
피치는 전날 유로클리어에 묶인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배상금 대출' 형태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려는 유럽연합(EU)의 계획이 실행되면 법적인 위험과 유동성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유로클리어를 '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습니다.
유로클리어는 이에 오늘 성명을 내고 피치의 결정은 우크라이나 배상금 대출 계획이 좀 더 선명해지고 구체성을 띨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며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로클리어 대변인은 성명에서 "적절하고, 포괄적인 안전장치가 마련되면 유로클리어가 직면할 수 있는 중대 위험은 장·단기적 측면에서 모두 적절히 관리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 역내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2천100억 유로(약 361조 5천억 원)의 대부분을 보유한 유로클리어는 현재 이 자금을 유럽중앙은행(ECB)에 예치금 형태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EU는 이곳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배상금 대출 형식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이용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으나, 법적인 측면과 러시아의 보복을 우려한 벨기에의 강력한 반발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자국의 동결 자산에 손을 대는 것은 '절도'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EU의 계획이 불법이라며 유로클리어를 상대로 18조 1천700억 루블(약 335조 9천억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한다고 최근 발표한 바 있습니다.
피치는 EU의 배상금 대출 계획에 법적·유동성 보호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을 경우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이 상환 대상이 되면 유로클리어의 재무제표에 만기 불일치가 발생해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통보했습니다.
피치는 그러면서 정책 결정 과정과 배상금 대출 이행에 대한 윤곽이 충분히 확실해지면 유로클리어의 신용 등급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U는 내일부터 브뤼셀에서 이틀간 정상회의를 열어 러시아 동결 자금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배상금 대출을 집행하는 방안에 대한 최종 합의를 시도할 예정입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