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 '나토 모자 벗은 유럽군' 주둔하나…러시아는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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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베를린 회동' 마치고 기념사진 찍는 정상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이 우크라이나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집단방위 원칙에 준하는 수준의 안전보장을 약속하고, 우크라이나 영토에 다국적 유럽군을 배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안전보장안에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러시아의 재침공을 우려하는 우크라이나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며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나 이번 논의에서 빠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 외국군 주둔에 거부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둘 것인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연내 종전 성사 여부에 중요 변수로 새롭게 부상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지난 14∼15일 미국, 우크라이나, 유럽 주요국이 참여한 가운데 베를린에서 진행된 회담에서 유럽 병력의 우크라이나 배치, 우크라이나 군 강화 등 내용을 담은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제안서가 마련됐고, 논의 참여국 대부분이 여기에 동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유럽의 안전보장 제안은 일반 원칙과 구체적 군사 대비 계획을 담은 두 개 문건으로 구성된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포괄 원칙 문건은 나토 헌장 5조와 유사한 약속에 해당한다고 미국과 유럽 외교관들은 설명했습니다.

나토 헌장 5조는 회원국 가운데 한 나라가 공격받으면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공동으로 방어한다는 집단방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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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군사 대 군사 운영(mil-to-mil operating) 문건'으로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기 위해 미국과 유럽 군대가 우크라이나군과 어떻게 협력할지 구체적 계획을 담습니다.

여기엔 유럽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들어가 우크라이나를 돕는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NYT는 "병력은 휴전선에서 떨어진 우크라이나 서부에 주둔하면서 향후 러시아의 추가 침략을 억지력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헤이그에서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어떤 나라는 정보만 제공할 준비가 돼 있고, 다른 나라들은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파견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 내용이 문서에 담겼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럽 군대의 우크라이나 배치가 이뤄진다면 나토 틀에서 벗어나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약 30개국으로 구성된 '의지의 연합' 차원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가 '나토 동진'을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으로 삼을 만큼 거부감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유럽군이 '나토 모자'를 벗고 평화유지 다국적군 형태로 우크라이나에 들어간다는 구상입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보내지는 않는 대신 정보망을 활용해 러시아를 감시하면서 휴전 상황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유럽 정상들은 15일 공동 성명에서 "미국이 향후 (러시아의) 공격에 관한 조기 경보를 제공하기 위해 국제 참여하에 휴전 감시 및 검증 메커니즘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밖에도 군사 운영 문건에는 러시아의 추가 침공 가능성을 우려하는 우크라이나를 안심시키기 위한 여러 내용이 들어갔습니다.

문건 초안에는 평시 기준 80만 명 규모의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에 강한 억지력을 갖기 위해 최신 장비로 무장하도록 하고, 유럽이 이를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미국 관리는 "이 문서는 (러시아의) 추가 침공을 억지하고, 만약 러시아가 그렇게 할 경우 어떻게 벌을 줄 것인지에 관해 매우 상세한 내용을 포함한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윗코프,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을 포함한 10여 개 유럽 국가 정상급 지도자와 국가안보 관계자들이 참여한 베를린 회동에서 마련된 '안전보장 제안 초안'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에는 '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16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진전을 보고 있다"며 "진전은 우크라이나와 유럽, 미국 간의 입장 조율 덕분에 가능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이 이런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안에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나선 것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영토 일부를 양보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식 가입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종전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과 더불어 핵심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요구대로 우크라이나가 현재 점령 중인 군사 요충지들까지 포함해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지역 전체를 러시아에 넘기라고 요구해왔습니다.

우크라이나가 현재 사수 중인 군사 요충지들을 포함해 동부 돈바스 전체를 내주게 됐을 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서부까지 곧장 진격할 고속 침공로를 얻게 됩니다.

따라서 러시아의 재침공을 우려하는 우크라이나로서는 미국과 유럽의 군사 개입과 지원을 약속하는 수준의 확실한 안전보장 없이는 이 같은 영토 양보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협상에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모두 만족시키는 합의안이 마련돼 실제 종전까지 속도감 있게 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우크라이나가 만족했다는 것은 반대로 보면 그만큼 러시아가 추진하는 종전 목표와는 멀어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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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일 모스크바에서 윗코프 특사와 담판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돈바스 포기, 나토 비가입 헌법 명기, 우크라이나 군 축소, 러시아 침공에 대한 책임 면제 등 조건에서 조금도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세르게이 랴브코르 러시아 외무차관은 "어떤 경우에도 우크라이나 영토 내 나토 병력의 주둔을 지지하거나, 승인하거나, 용인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나토의 틀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유럽 군대를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는 것에도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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