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알코올중독자의 성격" 백악관 비서실장 인터뷰 파장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오른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평가받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알코올중독자 성격' 소유자로 표현하고, 부통령 등 일부 행정부 고위인사를 신랄하게 평가한 인터뷰 기사가 16일(현지시간) 공개됐습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와일스 실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전폭적인 신뢰를 표명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인터뷰는 미국 정가에 작지 않은 파장과 논란을 일으킬 전망입니다.

미 대중문화 월간지인 배니티 페어(Vanity Fair)는 이날 와일스 비서실장과 올해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취임식 직전부터 꾸준히 인터뷰를 했다면서 2꼭지로 나눠진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와일스 실장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알코올중독자의 성격을 가졌다"며 "그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시각으로 행동한다"고 했습니다.

미국프로풋볼(NFL) 스타 및 유명 스포츠캐스터라는 화려한 이력 뒤에 알코올 중독을 안고 살았던 부친을 둔 와일스 실장은 "고도 알코올 중독자나 일반 알코올 중독자들의 성격은 술을 마실 때 과장된다"며 "그래서 나는 강한 성격의 소유자들에 대해 어느 정도 전문가"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와일스 실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행정부 출범 첫날, 집권 1기 막바지에 발생한 2021년 1월 6일 의회 의사당 폭동 가담자들을 사면한 것과 관련, '선별적 사면'을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어느 정도 동의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불법이민자에 대한 대규모 추방작전 당시 미국인 아이를 둔 여성을 강제 추방한 것에 대해 와일스 실장은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누군가가 그렇게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광고 영역

와일스 실장은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 및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기소 등에 대해선 "우리(트럼프-와일스)는 (집권 2기 취임 후) 90일이 지나기 전에 보복은 끝내기로 느슨하게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복을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이후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을 대출 사기 혐의로 수사하는 것에 대해선 "그건 하나의 보복일 수 있겠다"고 인정했습니다.

와일스 실장은 민주당 출신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이 성범죄를 저지른 호화저택이 있는 섬을 방문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선 "증거가 없다. 그 점에 관해선 대통령이 틀렸다"라고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을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부르며 상호관세를 발표한 것과 관련, 와일스 실장은 "관세가 좋은 정책인지에 대해 엄청난 의견 불일치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늘은 관세에 대해 얘기하지 말자. 팀이 완전히 의견일치를 이룰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 하자'고 제안했다"고 전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상호관세를 발표한 것에 대해 "예상보다 고통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을 '마약 유입 차단'을 위해서라고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와일스 실장은 "(트럼프는) 마두로가 항복할 때까지 계속 배를 격침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른 카리브해에서의 대대적인 미군 군사력 배치 목적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 축출에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인터뷰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에 대한 와일스 실장의 가감 없는 비판 발언도 공개됐습니다.

JD 밴스 부통령에 대해선 "10년간 음모론자였다"면서 그가 트럼프에 대한 비판자에서 적극적 추종자 또는 지지자로 돌아선 것에 대해선 "일종의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며 비판적인 시각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와일스 실장은 트럼프 2기 초기 정부효율부를 이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마약류의 일종인 케타민 중독자로 지칭하면서 "천재들이 그렇듯 이상한 사람(odd duck)"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트럼프 2기 국정 청사진'으로 불린 '프로젝트 2025' 저자 중 한 명인 러셀 보우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에 대해선 "우파의 절대적 광신도"라고 했습니다.

와일스 실장은 전면에 나서길 꺼리며 트럼프 대통령을 묵묵히 보좌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얼음 아가씨"라고 부를 정도였습니다.

이런 인사가 이처럼 속내를 다 털어놓은 듯한 인터뷰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됩니다.

뉴욕타임스(NYT)는 극도로 경계심 없는(extraordinarily unguarded) 인터뷰로, CNN은 '이례적으로 솔직한' 인터뷰로 각각 표현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은 AP 통신에 인터뷰를 읽었을 때 가짜 패러디 기사(spoof)인 줄 알았다면서 백악관 비서실장이 선거 후보자 인터뷰 같은 일을 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와일스 실장은 곧바로 해당 기사에 소개된 자신의 발언들이 짜깁기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오늘 새벽에 공개된 기사는 나와 최고의 대통령 및 백악관 직원, 내각을 대상으로 한 부정직하게 꾸며진 악의적 기사"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는 또 "중요한 맥락은 무시됐고 나와 다른 사람들이 팀(트럼프 행정부)과 대통령에 대해 언급한 상당 부분이 누락됐다"며 "기사를 읽고 보니 이는 대통령과 우리 팀에 압도적으로 혼란스럽고 부정적인 서사를 그리기 위한 일이었다고 추정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인터뷰 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고전하는 흐름 속에 나왔습니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여러 조사에서 30%대로 내려간 것으로 나타나고, 보궐 선거와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 조정을 위한 주(州)의회 표결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격을 주는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보수 진영 내 장악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던 터에 대통령 최측근 인사의 파격적인 육성이 공개된 것이었습니다.

광고 영역

사태의 심상치 않음을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과 내각 고위직들은 일단 와일스 실장을 옹호하고 변호하는데 힘을 모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포스트에 "나는 '만약 내가 술을 마셨다면 알코올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을 것'이라고 자주 말해왔다"고 했으며, 와일스 실장에 대해 "그녀는 정말 훌륭하다"며 여전한 신뢰를 표명했습니다.

밴스 부통령도 이날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행사 도중 기자들과 만나 "나는 때때로 음모론자"라고 인정한 뒤 "그러나 나는 사실인 음모론만 믿는다"며 와일스 실장을 변호했습니다.

보우트 국장은 와일스 실장을 "탁월한 비서실장"이라고 추켜세운 뒤 "그녀는 내가 대통령을 위해 성과를 내도록 돕는 동지다. 이 악의적 기사가 우리를 늦추지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엑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지보다 더 훌륭하고 충성스러운 보좌관은 없다"고 밝힌 뒤 "행정부 전체는 그녀의 꾸준한 리더십에 감사하며 그녀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며 와일스 실장을 옹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는 "나는 아버지의 참모들에 대해 거의 말을 하지 않지만, 수지보다 아버지를 더 잘 보좌할 수 있는 비서실장은 지구에 없다"고 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