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따고 들어온 남친…폭행에 20cm 창틀 숨었다 추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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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지법

"나는 제발 때리지 말라고, 살려달라고 너한테 빌었어", "띵띵 부은 내 얼굴 볼 때마다 자꾸 그 장면이 떠올라 지옥 같아."

남자친구의 교제 폭력을 피하려 발을 온전히 디딜 틈조차 없는 좁은 창틀에 숨었다가 추락해 숨진 여성의 안타까운 사연이 재판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당초 이 일은 피해자가 빌라 4층에서 스스로 떨어진 것으로 잘못 알려졌지만, 실상은 반복된 교제 폭력이 부른 끔찍한 비극이었습니다.

16일 전주지법 3-3형사 항소부(정세진 부장판사)는 폭행치사·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A(33) 씨의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이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A 씨는 피해자인 B(33·여) 씨와 2021년 10월부터 교제를 시작해 전주시 덕진구의 한 빌라에서 함께 살았습니다.

그러나 A 씨는 이듬해 2월부터 술을 마실 때마다 B 씨에게 주먹을 휘둘렀고 "집에 가고 싶다"며 우는 여자친구를 때려 뼈를 부러뜨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B 씨의 진단서에는 '치료 기간 불명의 늑골 폐쇄성 골절', '늑골 염좌 및 긴장', '안면부와 다리 타박상' 등 교제 폭력의 흔적이 생생히 기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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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술에서 깨면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며 사과했고, B 씨는 그런 남자친구를 몇 번이고 받아줬습니다.

그 말을 믿는 게 아니었습니다.

사과와 폭행이 쳇바퀴처럼 반복되던 2023년 1월 6일 오후 10시쯤 겨울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A 씨의 주먹질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B 씨는 황급히 방문을 걸어 잠그고 몸을 피했지만, A 씨는 주방에서 가져온 포크와 젓가락으로 잠긴 문을 열려 했습니다.

덜커덕거리는 문소리에 B 씨는 방 창문을 열고 빗물이 들이치는데도 발 크기보다 작은 폭 20㎝ 창틀에 겨우 앉아 다시 몸을 숨겼습니다.

이때 문을 따고 들어온 A 씨는 숨은 여자친구를 찾으려고 침대와 책상 밑까지 샅샅이 살폈습니다.

A 씨는 끝내 여자친구가 창틀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창문을 열어젖혔고, 발도 딛기 힘들 정도로 좁은 곳에 겨우 앉아있던 B 씨는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B 씨는 교제 도중 A 씨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폭행을 멈춰달라고 부탁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거기에는 '네가 이렇게 또 날 죽이려 들지 몰랐어', '이번에는 진짜 도망친 거야 내가 죽을까 봐', '어제 무서워서 문 닫고 있었어', '발버둥 치고 도망치면 잡아끌어서 바닥이며 벽에…' 등 생전 B 씨가 느꼈던 교제 폭력의 공포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A 씨는 1심과 2심에서 피해자를 위한다며 형사 공탁했지만, B 씨의 가족은 이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법원은 A 씨에게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범행 일부를 반성하는 점 등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전주지법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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