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홍콩 시위
30여 년 만의 민주당 공식 해산과 1천800일 넘게 수감 중인 반중(反中) 언론인에 대한 유죄 판결이 하루 새 나오면서 홍콩의 민주화 운동이 끝내 종말을 맞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결정들은 홍콩이 1997년 중국에 주권이 반환된 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 따라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받았음에도 중국 중앙정부의 통제와 감시가 강화되며 홍콩 내 민주화 세력에 대한 탄압이 날로 심화돼온 가운데 나왔습니다.
15일 로이터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콩 '빈과일보'(애플데일리) 창업자 지미 라이(78)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지자 국제 인권단체들이 연이어 규탄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 중국 담당 국장인 사라 브룩스는 "홍콩에서 저널리즘의 본질적인 활동은 범죄로 규정됐다"라면서 "이번 판결은 너무도 충격적이며 언론자유에 대한 일종의 '조종(弔鍾·death knell)처럼 느껴진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판결은 홍콩의 국가보안법이 시민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설계됐다는 것을 보여줬다"라며 '양심수'인 지미 라이의 석방을 요구했습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일레인 피어슨 아시아 국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유죄 판결은 매우 잔혹한 동시에 정의를 왜곡한 것"이라면서 "중국 정부와 홍콩 정부는 홍콩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끊임없는 시도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콩기자협회는 유죄 판결 이전부터 이미 홍콩 언론에 회복불가능한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빈과일보의 강제 폐간으로 홍콩 시민들은 뉴스와 정보를 얻을 중요한 통로를 잃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외교부가 법원 판결에 대한 언급을 내정 간섭이라고 규정한 가운데 그를 즉시 석방하라는 각국의 입장 발표도 이어졌습니다.
영국 외무부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지미 라이에 대한 정치적인 기소를 규탄하고 그를 즉시 석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호주 외교부는 이번 판결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면서 홍콩 정부와 중국 정부의 인권 문제에 대해 고위급 차원의 문제 제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타이완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MAC)도 이번 판결은 홍콩의 자유, 민주주의, 사법 독립이 체계적으로 약화돼 왔다는 것을 세계에 선언하는 것과도 같다고 말했습니다.
외신들은 패션 업계 거물이자 언론 재벌로 잘 나가던 그가 홍콩의 민주화를 지원하다가 5년 넘게 감옥에 갇히게 된 인생사를 조명하기도 했습니다.
유명 패션기업인 지오다노의 창업자인 그는 톈안먼 사건을 겪고 충격을 받아 빈과일보를 창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초부터 해체 수순을 밟아온 홍콩 민주당이 전날 창당 30여년 만에 해산을 공식 결정한 것과 관련해서도 "민주화 운동의 종말"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홍콩에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민주화 세력이 사실상 붕괴했다고 외신들은 지적했습니다.
AP는 "홍콩 최대 민주화 정당의 해산 결정으로 한때는 다양했던 홍콩 반(半)자치 시의 정치 지형이 종말을 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로이터도 민주당의 해산이 "최근 수년간 이어진 안보 단속에도 남아있던 홍콩의 자유주의 목소리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달성한 성과"라고 평가했습니다.
홍콩 침회대 정치학 교수였던 벤슨 웡은 민주당의 해산이 "결국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홍콩의 민주화 운동이 점진적으로 종말을 맞이했음을 보여준다"며 "중국 당국이 당신을 적으로 간주하면 아무리 온건한 입장이라도 언제나 적으로 남게 된다"고 교도통신에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