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인트로
00:30 "애써 라벨 다 벗겨놨더니 무용지물?" 실태 보니
03:05 전용 설비 갖춘 곳 6년째 10%…가장 큰 패인은?
04:34 "이럴 거면 굳이 라벨 안 벗겨도…" 또 하나의 변수는?
05:23 진짜 백지화 될까?
여러분, 개그맨 장동민 씨가 몇 년 전에 음료수병 라벨 특허 기술을 등록했다는 사실, 들어보셨나요? 뚜껑을 여는 동시에 라벨이 떨어지게 만든 아이디어 기술인데 왜 만든 걸까요? 라벨이 병에서 안 떨어지는 바람에 재활용이 잘 안 된다이런 지적이 많았고 그걸 해결하겠다는 취지였죠. 이 페트병 라벨에 관련된 게 오늘 말씀드리려고 하는 지난 2020년 12월부터 시행됐던 '무색 페트 별도 분리배출' 제도입니다.
1. "애써 라벨 다 벗겨놨더니 무용지물?" 실태 보니
우리 아파트나 주택가 재활용품 수거함에 가보면 플라스틱류 수거함이 있죠. 그런데 그것과 별도로 투명한 무색 페트병만 따로 모아서 버리라는 수거함이 따로 있습니다. 라벨은 떼어내고 뚜껑은 닫은 채로 그 안에다 집어넣으라는 게 정부의 지침이죠. 그래서 지난 6년간 시민들이 나름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식품 용기로의 재활용, 'Bottle to Bottle', B to B라고 합니다. 음료병에서 다시 음료병으로 재탄생한다는 건데요. 동등한 위치를 가진 음료병으로 다시 만들어진다고 해서 가장 좋은 재활용법으로 평가되는 방법입니다. 식품 용기로 다시 써야 하니까 위생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그래서 법적 기준이 까다롭습니다. 기존 플라스틱류 수거함과는 완전히 구분된 별도의 수거 및 처리할 수 있는 전용 라인을 갖춰야 하는 겁니다. 실제로 이 B to B 재활용, 잘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를 촬영한 모습입니다. 지금 단지 앞마당에 재활용품 수거 트럭의 짐칸이 보이죠. 먼저 혼합 수거된 플라스틱류 수거망을 짐칸에 부어 넣는 모습이 보이고요. 그다음에 저 흰색 망에 담긴 게 무색 페트망인데요. 큰 집게로 집어 올리더니, 같은 짐칸에 그대로 부어버립니다. 그러니까 기존 플라스틱류와 무색 페트가 한데 뒤섞인 겁니다. 앞서 말한 전용 라인을 갖추라는 의무가 전혀 지켜지지 못한 것이죠. 또 다른 영상도 한 번 보시죠. 여기도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큰 비닐봉투들이 쌓여 있는데, 잘 보면 무색 페트 봉지 따로 기존 뒤섞인 플라스틱 혼합 수거는 따로 이렇게 따로따로 쌓아놨습니다. 그런데 운반업체 차량이 와서 이걸 실어갈 때는 마찬가지로 같은 짐칸에 뒤섞어서 실어 보냅니다. 주민분이 했던 말씀 한번 들어보시죠.
[주민 : 새벽 4시에 제가 맨날 보거든요 소리가 나서 내다보면 그 망태를 커다란 거에다가 그거 왜 이렇게 압축하는 거 그 기계를 가져와서 다 쏟아. 동시에. (두 개가 합쳐진다?) 다 합쳐져요 페트병 라벨 떼든 안 떼든 다 그냥 혼합해서 그냥 같이 가져가는데 그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굳이 추운 날씨에 재활용 분리수거장에 나와서 따로 모으고 라벨 떼어내고 뚜껑 닫고 이렇게 애써가면서 별도로 배출해 놓은 거잖아요. 그런데 그 뒤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던 겁니다. 추정해 보건대 연간 생산되는 페트병의 물량이 35만 톤입니다. 그런데 재생 페트병 원료 칩으로 만들어지는 물량이 연간 불과 2천 톤에서 3천 톤 안팎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전체 연간 생산량 대비해서 볼 때 불과 1%도 안 되는 게 애초 의도대로 만들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2. 전용 설비 갖춘 곳 6년째 10%…가장 큰 패인은?
전용 설비를 갖춘 곳은 그럼 얼마나 될까요? 전국에 민간과 공공생활폐기물 선별장이 303곳이 있는데, 이 중에 42곳이 갖췄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퍼센트로 따지면 14% 6년째가 되도록 10% 설비 보유율에 멈추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인 겁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가장 큰 패인은 소비자와 재활용 업체 사이에 중간자 역할을 하는 수거 선별업체가 제대로 된 설비를 갖지 못했다는 점인데 정부는 이런 설명을 합니다. "설비를 갖추려면 무색 페트 수거량이 늘어나서 사업성이 생겨야 한다","처음에는 어렵겠지만, 홍보가 돼서 물량이 늘어나면 전용시설 설치 유인이 생기고 경제성도 생길 거다" 또 하나의 논리는 이런 겁니다. 재활용을 통해서 만들어진 재생페트 원료 소재, 이걸 의무 사용하도록 규정을 만들게 되면 쉽게 말해서 롯데칠성 같은 식음료 사업자들이 그 원료를 사서 써야 하니까 시장이 만들어질 거다. 그런데 지금 6년째가 돼서 돌이켜 보면 이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공론이라고밖에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 수거 선별업체를 찾아가 보면요. 너무 영세하고 낙후한 상황이라서 추가로 설비를 들여놓을 부지도 마땅치 않고, 설비 추가를 위한 여러 지자체 인허가가 쉬운 것도 아니고요. 그걸 위해서 또 별도 인력을 채용해야 한다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이런 현실에 대한 제대로 된 모니터링이나 분석 없이 전국 단위로 이런 제도를 일시에 시행에 옮겼다는 게 무모한 시도라고밖에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3. "이럴 거면 굳이 라벨 안 벗겨도…" 또 하나의 변수는?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가 생깁니다. 기존에 플라스틱류 수거함이라는 거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는 여러 가지가 뒤섞여서 위생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식품 용기 원료를 만드는 게 허가가 나지 않았었는데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이 업체들은 그동안 설비 투자와 기술 개발이 이루어져서 혼합 수거분에서 식품 용기 원료를 뽑아낼 수 있는 기술 확보가 이루어진 겁니다. 광학 기술이라는 걸 써서 다양한 재질 중에서 무색 페트를 찾아내고요 다양한 세척 기법도 다양한 기법이 동원돼서 오염도를 대폭 줄일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래서 이 같은 기술을 지난해 9월에 환경부가 허용을 했고요. 올해 2월에는 식약처가 실제 테스트 결과를 보고 안전성을 승인해 준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기술이 가능하다면 굳이 시민들이 애써서 라벨 벗기느라고 고생을 해야 하냐는 겁니다.
4. 진짜 백지화 될까?
그래서 다음 주죠. 12월 23일경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새 정부 들어서 첫 자원순환 대책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탈플라스틱 로드맵'이라고 하는 대책인데요. 이 중에 무색 페트 별도 분리배출 제도의 백지화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금 분위기는 환경단체 반발 등으로 해서 실제 백지화 선언보다는 앞으로 검토하겠다는 수준에서 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관측도 있습니다 그러나 존치 결정이 나더라도 현재 실상이 어떤지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보완책 마련, 꼭 이뤄져야 할 겁니다.
(취재 : 장세만, 구성 : 신희숙, 영상편집 : 이혜림, 디자인 : 육도현,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