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배우 김지미, 7일 저혈압 쇼크로 별세…미국서 장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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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서 팬들과 만난 원로배우 김지미

원로 영화배우 김지미(본명 김명자)가 별세했습니다.

향년 85세입니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는 오늘(10일) "김지미 배우가 한국시간 지난 7일 오전 4시 30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습니다.

평소 심장 쪽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고인의 직접적 사인은 저혈압으로 인한 쇼크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는 미국 현지에서 화장이 끝났으며 오는 12일 고인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될 것을 고려해 별도의 영화인장은 치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추모 공간을 마련해 고인을 기릴 계획입니다.

1940년 충남 대덕군에서 태어난 김지미는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1957)로 데뷔해 1990년대까지 작품을 남긴 한국 영화계의 대표 스타 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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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1974·김수용), '길소뜸'(1985·임권택) 등을 통해 거장들과도 호흡하며 파나마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대종상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그가 출연한 작품은 700여 편에 달합니다.

2010년 '영화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당시 붙은 '화려한 여배우'라는 타이틀은 그를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고인은 덕성여고 재학 시절 미국 유학을 계획하던 중 우연히 김기영 감독에게 '길거리 캐스팅' 되면서 17세에 배우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데뷔하는 과정에서 얻은 예명 '김지미'가 배우로서의 이름이 됐습니다.

성공적인 데뷔로 주목받은 그는 이듬해 멜로 영화 '별아 내 가슴에'(1958·홍성기)로 일약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이후 '비 오는 날의 오후 3시'(1959·박종호), '장희빈'(1961·정창화) 등에 출연하며 1960년대까지 이어지는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 시기를 수놓았습니다.

고인의 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는 당시 관객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살인 사건의 중심에 선 묘령의 여인을 연기한 '불나비'(1965·조해원)는 그의 '팜므파탈' 매력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거론됩니다.

흥행 멜로 영화를 함께 만들어 간 홍성기 감독, 당대 인기 배우 최무룡, 가수 나훈아 등과의 결혼 및 이혼은 스타로서 화려했던 삶의 일면을 보여줍니다.

할리우드 스타 엘리자베스 테일러에 비견되기도 했습니다.

고인은 연기자로서도 넓은 지평을 보여줬습니다.

김수용·임권택·김기영 등 거장들과의 작업은 연기의 한계를 시험하는 장이었습니다.

'토지'(1974·김수용)에서 대지주 가문을 이끌어가는 안주인 역을 맡아 파나마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과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영화 '만추'의 리메이크작 '육체의 약속'(1975·김기영)에서 사랑에 빠진 죄수 역할로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각각 받으며 연기력을 입증했습니다.

이산가족 아들을 찾아 나선 중년 여성을 연기한 '길소뜸'(1985·임권택)은 고인 연기력의 백미로 꼽힙니다.

후시 녹음이 아닌 자신의 목소리로 완숙한 연기를 보여준 고인은 이 영화로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고인은 제작자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1985년 제작사 '지미필름'을 설립한 뒤 '티켓'(1986·임권택)을 비롯해 7편의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명자 아끼꼬 쏘냐'(1992·이장호)까지 그가 출연한 작품은 700여 편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영화 행정가로서의 면모도 돋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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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 1998년 스크린쿼터 사수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1999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등을 맡으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영화계 여장부'로 꼽히는 고인은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강인한 모습으로 한국 영화계를 지켜왔습니다.

고인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됐습니다.

2016년에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 문화훈장을 받았습니다.

김지미는 2019년 참석한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에서 "배우로서, 인생으로서 종착역에 가까워져 가는 시간이 돼 간다"며 "저에게 사랑을 주신 여러분 가슴속에 영원히 저를 간직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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