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에 한 번 나올 배우"·"영화계 여걸"…고 김지미 추모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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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서 팬들에게 인사하는 배우 김지미

"선택받은 진짜 배우죠."

작품 700여 편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계를 이끈 고(故) 김지미(본명 김명자)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오늘(10일) 이장호 감독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고인을 대배우로 기억했습니다.

김지미는 한국의 전설 김기영 감독에게 '길거리 캐스팅'돼 1957년 '황혼열차'로 데뷔한 이후 1990년대까지 작품을 남긴 스타 배우입니다.

'토지'(1974·김수용), '길소뜸'(1985·임권택) 등을 통해 거장들과도 호흡하며 파나마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대종상 여우주연상 등을 받았습니다.

이장호 감독은 고인의 마지막 주연작인 '명자 아끼꼬 쏘냐'(1992)를 연출했습니다.

이 감독은 "하나님의 뜻이니 우리 사람이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고인은) 100년에 한 번 나오는 연기자로 아쉬운 마음이 크다"며 "(고인은) 여걸이다. 보통 남자보다 통이 커서 웬만한 남자들은 꼼짝 못 할 정도"라고 회고했습니다.

고인이 배우로 활약하던 1980년대 활동한 정지영 감독도 그를 최고의 스타로 기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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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로 한국 영화 전성기인 1960년대 큰 인기를 구가한 고인은 배우 최무룡, 가수 나훈아와 결혼하고 이혼하는 등 세간에 무수한 화제를 뿌렸습니다.

정지영 감독은 "김지미 씨야말로 신성일 씨가 구가한 만큼의 전성기를 누리며 오랫동안 최고의 배우로 활약했던 분"이라며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았지만, 작품을 같이 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고이 편안히 가시길 바란다"고 고인을 기렸습니다.

마찬가지로 1980년대 활동한 배창호 감독도 고인과 작품을 같이 하지는 못했다면서도 고인의 따뜻한 면모를 들려줬습니다.

배 감독은 "'깊고 푸른 밤'(1985)을 1984년 미국에서 촬영할 때 (고인이) 당시 체류하셨는데 저희 스태프에게 격려차 밥을 사주셨다"며 "저는 촬영 장소를 물색하느라 참석을 못 했지만, 선배로서의 따뜻함이 기억난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예의도 바르시지만 꾸밈도 없었다. 담백하게 표현하신 기억이 난다"고 고인을 떠올렸습니다.

배 감독은 배우뿐만 아니라 제작자 등으로 활동한 모습도 기억했습니다.

고인은 제작사 '지미필름'을 설립했고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배 감독은 "한국의 디바이면서도 사회적인 활동도 많이 하셨다"며 "영화를 위해 한평생을 보내셨다"고 추모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 영화계를 지켜온 김동호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도 고인의 다양한 활동을 기억하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김 전 집행위원장은 "영화인협회 이사장으로서 리더십이 강하면서 포용력도 갖고 계셨다"며 "제작사를 차려 직접 제작하고 출연도 하시는 등 한국 영화계에 끼친 영향이 매우 크다"고 기렸습니다.

그는 "고인이 한국에 오실 때마다 한 번씩 만났다. 2년 전에도 같이 점심을 했다"며 "저하고도 가까웠는데,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지난 8일 원로배우 윤일봉에 이어 김지미의 별세 소식이 연이어 전해진 데 대해 영화계 인사들은 슬픔을 내비쳤습니다.

김 전 집행위원장은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던 배우들인데 최근에 안타깝게 돌아가셔서 영화계로서는 굉장히 손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배 감독은 "윤일봉 선생과 김지미 선생 모두 자기만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던 그야말로 영화배우"라며 "영화가 TV 등 영상 콘텐츠 중 하나가 된 상황에서 영화배우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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