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수출
올해 우리나라의 연간 수출이 사상 첫 7천억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수출은 오히려 마이너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접어든 반도체가 미국의 고율 관세로 어려움을 겪는 철강, 석유화학, 이차전지 등 주요 산업의 부진을 상쇄하면서 이른바 '수출 착시'가 발생한 것입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누적 수출액은 6천402억 달러로 1년 전보다 2.9% 늘었습니다.
역대 1∼11월 수출액으로는 2022년(6천287억 달러) 이후 3년 만에 최대치입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불확실성 해소 등의 영향으로 6개월 연속 '수출 증가' 행진을 이어가며 상반기에 저조하고 하반기에 고조되는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입니다.
이러한 추세가 12월에도 이어진다면 사상 첫 7천억 달러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수적으로 가정해 지난해 12월과 같은 수준(613억 달러)이라고 해도 7천억 달러는 가뿐하게 넘는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인공지능(AI) 특수에 올라탄 반도체 덕분에 사상 최대 실적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습니다.
올해 11월까지 반도체 수출 누적액은 1천526억 달러로 올해가 한 달 남아 있는 시점임에도 벌써 연간 최대 수출액을 확정 지었습니다.
기존 연간 최대 수출액은 지난해의 1천419억달러였습니다.
하지만 수출 통계를 한 꺼풀 벗겨내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반도체를 제외한 올해 1∼11월 누적 수출액은 4천876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4천948억 달러)과 비교해 오히려 1.5% 감소했습니다.
주요 수출 품목 15개 중 반도체(19.8%), 자동차(2.0%), 선박(28.6%), 바이오헬스(7.0%), 컴퓨터(0.4%)를 제외하면 10개 품목이 역성장했습니다.
일반기계(-8.9%), 석유제품(-11.1%), 석유화학(-11.7%), 철강(-8.8%), 자동차부품(-6.3%), 무선통신기기(-1.6%), 디스플레이(-10.3%), 섬유(-8.1%), 가전(-9.4%), 이차전지(-11.8%) 등이 줄줄이 부진했습니다.
이처럼 한국 수출이 반도체에 지나치게 쏠리면서 반도체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전환할 경우 경제 전체에 미치는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11월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28.3%로 올해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2002∼2010년 10% 수준이었던 비중은 올해 들어서 지난 2월을 제외하면 20%대를 지속해서 기록하고 있습니다.
강감찬 산업통상부 무역투자실장은 "반도체 의존도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반도체를 제외하고도 1.5% 감소에 그친 것은 선방한 결과"라며 "연초만 해도 미국 관세로 인해 철강·자동차·석유화학 등에 걱정이 많았지만 예상보다 잘 버텨줬고, 선박과 바이오가 버팀목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내년에도 철강, 석유화학, 이차전지 산업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의 나홀로 질주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 쏠림' 현상은 심화할 전망입니다.
강 실장은 "반도체 단가가 내년에도 일정 수준 유지될 것으로 기대되고 인공지능(AI) 서버,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여전히 수요가 높다"며 "공급의 물량 확대가 제한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내년에도 반도체 수출은 나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